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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뒷골목에 있는 이곳은 여느 전당포와 다르다. 시계나 귀금속이 아닌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선택’을 맡길 수 있는 곳이다. 자신을 옭아매던 선택을 전당포에 맡긴 손님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문밖을 나선다.
주인공 하나는 수년간의 훈련 끝에 마침내 아버지를 따라 전당포 가업을 잇게 된다. 그러나 업무 개시 첫날 아버지가 실종되고 금고에 있어야 할 전당물인 ‘선택’ 한 가지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바로 그날, 하나 앞에 낯선 손님이 나타난다. 미국에서 온 물리학자 게이신. 그는 이 기묘한 전당포에 이끌려 하나의 아버지를 찾기 위한 여정에 동참한다.
하나와 게이신은 물에 비친 달처럼 가까이 있지만 끝내 닿을 수 없는 사이다. 하나는 자유로운 선택이 허락되지 않은 세계에서 살아간다. 갈림길도 우회로도 없는 정해진 길 위에서 그의 삶은 운명이라는 굴레에 묶여 있다.
반면 게이신은 무한히 열려 있는 가능성의 세계 속에서 과학과 이성으로 우주 만물의 해답을 탐구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전당포 문턱을 넘어선 순간, 그는 또 다른 세계에 매료된다.
과학 법칙을 비웃는 것 같은 현실 앞에서 그는 자신이 평생 찾아 헤맨 단 하나의 정답을 찾은 듯한 충격에 빠지는데….
과연 두 사람은 운명을 거슬러 서로의 곁에 설 수 있을까, 아니면 물 위에 비친 달빛처럼 흩어지고 말까.
소설 ‘워터 문’은 운명이 정해진 세계관 속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일깨운다. 어쩌면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고 후회는 그 그림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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