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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독립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의 핵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판단 주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른바 ‘헌법 가치 수호’를 위한 최후 보루다. 권력 분립의 핵심으로서 사법부의 독립이 중요한 이유다.
사리가 이러한데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이 보장하는 삼권분립 및 법관의 독립성 등을 침해하려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을 단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여당이 발의한 법안은 국회·법원·대한변호사협회가 각 3인씩을 추천하여 구성된 9인 위원이 특별재판부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법안은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 논란을 두고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반박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동의하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권력 서열이 분명히 있다.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법부 구조 설계와 제도화를 맡은 국회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상 정의된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지 사법부 구조를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라고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 독립성과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을 고려할 때, 특정 법관을 지정하는 내란특별재판부 구상에는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정 주체가 법관 배당에 개입하는 일 자체가 사법부 독립 침해로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역시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분명하다는 입장이어서 대통령과는 인식 차가 뚜렷하다.
국회 권한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사법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국회 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특정 사건을 전담할 법관이나 특별재판부 구성에 관여해 개별 사건 사무 분담, 사건 배당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위태롭게 할 개연성이 크다. 판사와 피고인이 각각 사전 정보를 갖지 않은 ‘무지의 베일’ 상태에서 재판이 시작돼야 판사는 예단하지 않을 수 있고 피고인도 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여당은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 내용이 앞서 헌법재판소가 특별재판소를 허용한 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귀담아듣길 바란다. 헌재가 특별재판소를 허용할 때는 ‘재판관의 독립과 신분 보장’ 등을 판시했다. 하지만 민주당 추진안에는 신분 보장에 대한 내용이 언급돼 있지 않다. 오죽하면 박희승 민주당 의원마저 ”내란 사범을 정확히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니면 두고두고 시비가 될 수 있다“고 경계하고 나섰겠는가.
게다가 민주당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까지 늘리는 잠정안을 마련했는데 왜 26명이어야 하는지 구체적 근거도 밝히지 않고 있다. 사안이 이처럼 위중하기에 ‘헌정 체제 위기’라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법개혁은 독립적 헌법기관인 법원의 의견을 반영해서 추진해야 한다. 서두를 일이 아니다. 물론 법원도 왜 개혁의 도마에 올랐는지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대선이 임박한 시기에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판결은 법원의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한 단적 사례다.
여하튼 여권은 사법개혁을 추진하되 대법원의 의견까지 수렴하는 충분한 공론 과정을 거쳐 합리적 안을 도출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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