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의 고요함은 평화가 아닌 단절의 징후다.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을 응시하지만, 기성세대가 뉴스를 읽거나 긴 호흡의 영상을 볼 때, 2030 세대의 손가락은 5초마다 분주하게 화면을 위로 쓸어 올린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로 대표되는 숏폼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청년들의 일상은 1분 미만의 파편화된 자극으로 난도질당한다. 바야흐로 ‘숏폼 잔혹사’다. 이들 청년은 새로운 문화를 즐기는 수준을 넘어, 1분짜리 도파민 감옥에 스스로 들어간 자발적 수감자에 가깝다.
숏폼이 젊은 층의 영혼을 잠식한 비결은 인간의 취약한 본능을 파고드는 중독적 알고리즘에 있다. 초 단위로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분석하는 기술은 검색의 수고조차 박탈한 채, 오직 쾌락만을 끊임없이 배달한다. 학업과 취업, 주거 불안 등 현실의 스트레스에서 도망치고 싶은 2030 세대에게 숏폼은 가장 쉽고 중독적인 도피처다. 그러나 이 즉각적인 위안이 남기는 청구서는 참혹하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빠르고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고 현실의 잔잔한 요소에는 무감각해지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현상이다. 숏폼에 뇌를 저당잡힌 이들은 인내와 사색의 근육이 퇴화해, 더 큰 자극을 원하며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는다.
더 큰 비극은 이러한 집중력의 붕괴가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세대 간 단절이라는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기성세대는 청년 세대의 극단적 조급함과 맥락을 짚지 못하는 문해력 부족을 보며 우려한다. 반면, 숏폼의 속도감에 뇌가 동기화된 2030 세대는 기성세대의 소통 방식을 지루하고 비효율적인 꼰대질로 치부하며 귀를 닫아버린다. 맥락과 서사를 상실한 1분짜리 소통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기성세대의 긴 대화와 합리적 설득은 그저 스킵(skip)하고 싶은 광고 영상에 불과한 셈이다. 사용하는 언어의 호흡 자체가 달라지니, 깊이 있는 사회적 합의나 세대 통합은 애초에 불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중독의 유해성을 간파한 해외 주요국들은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강력한 법적 방패를 꺼내 들었다. 호주가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법안을 시행하며 전 세계에 경종을 울렸다. 프랑스는 15세 미만의 SNS 접근을 원칙적으로 금지했고, 유럽연합(EU) 역시 최근 13세 미만의 이용을 전면 금지하고 무한 스크롤과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을 제한하는 초강수 법안 ‘EU 키즈법’을 추진하며 빅테크기업들의 무분별한 도파민 장사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물론 젊은 세대에서도 위기감을 느끼고 디지털 디톡스나 도파민 단식 같은 자구책이 나오고는 있다. 그러나 이는 거대한 알고리즘 권력에 저항하는 극소수의 고군분투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숏폼을 취향의 다양성이라는 안일한 프레임으로 바라보기를 멈춰야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정신을 황폐화하는 약탈적 알고리즘 설계를 수정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1분짜리 도파민의 노예가 되어 삶의 통제권과 세대 간 연결고리를 모두 잃기 전에, 사회가 강력한 경종을 울려야 할 때다. 서사와 맥락을 잃은 사회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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