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산림면적이 637만ha로 국토면적 1000만ha의 약 64%를 차지하고 있다. 어느 나라 부럽지 않은 숲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대부분의 숲이 산지에 집중돼 있다 보니 도시인이 숲을 누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평지 숲이 귀한 한국에서 서울숲(Seoul Forest)의 존재는 매우 특별하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핫플레이스와 잇닿아 있는 서울숲은 중랑천, 응봉산, 달맞이공원, 뚝섬유원지와 연계해 거대한 도시숲을 형성하고 있다.
서울숲은 청계천 조성과 함께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의 대표 치적으로 꼽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뉴욕의 센트럴 파크나 런던의 하이드 파크 같은 도시 숲을 건설할 목적으로 서울숲 조성을 추진했다.
최광빈 전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의 신간 ‘푸른 도시, 서울의 공원’은 서울숲이 탄생하기까지의 비화를 생생히 증언한다.
당시 서울숲 조성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서울시는 성동구 금싸라기 아파트부지 3필지를 1조2000억 원에 매각했다. 상당한 금액이었지만 땅의 가치는 그 후로도 계속 올라 지금 이 땅의 가치는 8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땅의 가치를 올린 게 바로 이 서울숲이다. 서울숲 덕에 성수동 아파트는 숲세권 프리미엄을 갖게 되었고 성수동 거리는 서울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공원과 녹지는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도시 숲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도시의 온도를 낮추며 소음을 흡수하고 홍수와 가뭄을 예방한다. 숲의 초록색은 회색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시민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숲이 발산하는 음이온은 인체의 신진대사를 촉진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 생물 다양성을 높여 건강한 생태계 유지에 기여하는 등 생태적 가치도 크다.
먹고살기 힘든 시대를 지나 국민소득이 3만6000달러를 넘어선 지금, 사람들의 관심은 삶의 질에 쏠려 있다. 도시숲의 존재야말로 삶의 질의 핵심을 이룬다.
서울에 녹색 바람이 불어닥친 게 1996년의 일이다. 민선 1기였던 조순 30대 서울시장은 여의도광장과 공장 이적지를 공원화하는 ‘공원녹지 확충 5개년계획’을 추진했다.
원래 여의도에는 기존의 활주로를 이용한 5·16광장(여의도광장)이 있었다. 7만2000평의 이 거대한 콘크리트 공간을 무대로 1981년 국풍81이 열렸으며 1984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해 한국인 순교자 103위 시성식을 열기도 했다. 평소에는 시민이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등 나름 쓸모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삭막했다.
여의도공원이 나무와 산책로로 이루어진 도시숲으로 탈바꿈한 게 1999년이다. 공원은 한국 전통의 숲, 잔디마당, 문화마당, 자연 생태의 숲 등으로 나뉘어 조성됐다. 서울시는 공원에 자전거도로를 두어 이전 여의도광장의 기능도 살려두었다.
여의도공원은 주변 증권가에 근무하는 직장인의 쉼터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봄철에는 여의도 벚꽃축제가 열려 전국구 여행지가 된다. 2024년 8월부터는 조망용 기구 ‘서울달’을 운영하고 있다.
여의도공원이 성공하면서 어느덧 서울시장이라면 의례 공원 하나쯤 만들어야 하는 것으로 루틴화 됐다.
2기 고건 시장은 마포구 월드컵공원과 영등포구 선유도공원을 조성했다. 월드컵공원 일대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거대한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서울시는 이곳을 미래형 도시 숲으로 탈바꿈시키기로 하고 총 200만㎡ 규모의 초대형 공원 계획을 수립했다. 그 결과물이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이다.
쓰레기 매립장이던 땅에 흙을 덮고 가스를 제어하자 식생이 복원되었다. 매년 많은 시민이 억새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하늘공원을 찾고 있으며 노을공원은 이름 그대로 서울의 노을 명소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쓰레기 매립지에 공원이 조성된 배경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해 국제대회를 개최한다는 정책적 판단도 한몫했다. 결과적으로 공원 조성은 ‘꿩 먹고 알 먹고’ 사업이 됐다.
3기 이명박 시장이 서울숲 조성에 성공하자 4기 오세훈 시장도 질세라 북서울꿈의숲 조성에 도전했다. 북서울꿈의숲은 과거 드림랜드 자리를 활용한 대형 공원이다. 벽오산·오패산 등 천혜의 자연에 안기듯 둘러싸인 이곳은 산책을 위한 숲길과 휴식을 위한 대형 연못을 적절히 배치하고 ‘꿈의숲아트센터’ 등의 전시장을 조성해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을 부여했다.
신간 ‘푸른 도시, 서울의 공원’에서 최광빈 전 국장은 서울시 녹지과 일을 하면서 형식적인 녹지보다 실제 공원으로 쓸 수 있는 공간 확보에 힘썼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동네 뒷산의 공원화 사업을 위해 토지가를 보상해 가며 주민 쉼터를 조성했으며 체비지로 팔릴 뻔했던 토지들을 쌈지 마당, 소공원, 마을마당과 같은 ‘작지만 긴요한 공원’으로 변모시켰다.
도시공원이 꼭 센트럴파크처럼 거창할 필요는 없다. 최 전 국장은 “출근길에 생각도 정리하고, 점심시간에 잠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공원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책은 시민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공원의 존재가 얼마나 치열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인지 보여준다.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멈출 줄 모르는 개발 논리 속에서도 푸른 도시로 진화해 올 수 있었던 바탕에는 서울시 녹지직 공무원들의 숨은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