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는 지난 2015년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문막읍 궁촌리 일대에 화훼특화관광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거론된 것이 SRF열병합발전소다. SRF(폐플라스틱·폐목재·폐고무 등의 고형화 연료)를 사용하는 이 발전소는 전국 최대 규모로 원주시 문막읍 반계 산업단지 내에 건립될 예정이다. 사진은 원주 SRF열병합발전소 예정부지 전경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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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가 ‘한국의 허파’로 불리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도시인만큼, 미세먼지 발생량이 높은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은 일대 지역뿐 만 아니라 전국적인 환경오염 문제로 확산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반대의 이유다.
1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앞서 원주시는 지난 2015년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문막읍 궁촌리 일대에 화훼특화관광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거론된 것이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이었다. 화훼특화관광단지에 쓰일 에너지(열, 전기 등)를 공급하기 위해 SRF열병합발전소를 건립한다는 것이 명목이었다.
‘SRF(Solid Refuse Fuel)’란 고형화 연료, 즉 폐플라스틱·폐목재·폐고무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 연소용 연료를 말한다. SRF열병합발전소는 이를 연료로 열을 발생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다. SRF는 연소 시 미세먼지 발생량이 타 연료에 비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SRF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 건립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무성하다. 현재 가동 중인 SRF발전소에 대해서도 가동을 중단하거나 혹은 대체 연료를 이용하는 방안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긴밀하게 논의되고 있다.
“초미세먼지 전국 2위 원주시에 전국 최대급 미세먼지 공장 건립 제 정신인가”
원주시 및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8일 SRF열병합발전소 사업을 추진 중인 민간사업자 원주에너지는 산업통상자원부에 공사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원주에너지 측은 신청서 검토에 한 달가량 소요되는 점을 염두, 정부 승인 및 원주시의 소각시설 등 발전소 건축을 허가 등의 과정을 거친 후 상반기 중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원주시 문막읍 반계 산업단지 내에 건립 예정인 SRF열병합발전소는 전국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해당 발전소의 설비용량은 전기 35㎿, 열 62.39G㎈/h 등이다. 예상 공사비는 2174억원 가량이다.
국내 최대 SFR열병합발전소 건립 움직임에 인근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가뜩이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원주시에 SRF열병합발전소가 들어오면 대기질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부는 원주시가 ‘죽음의 도시’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는 섬뜩한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원주시는 미세먼지(PM10) 농도 전국 5위, 초미세먼지(PM 2.5) 농도 전국 2위를 각각 기록했다. 대한민국 내에서도 청정지역으로 소문난 강원도의 대표도시 중 한곳인 원주시의 이 같은 수치에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상당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원주시가 대한민국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이준희 문막 열병합건립 반대위원장은 “원주시의 미세먼지 문제는 지리적 특성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서쪽에서 불어오는 중국발 스모그 및 미세먼지가 치악산에 가로막혀 분지인 원주에 내려 앉는다”며 “이러한 이유로 원주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기로 유명한 곳이다”고 말했다.
이어 “SRF열병합발전소가 들어오면 거기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질소화합물 등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일 것이다”며 “뿐만 아니라 폐기물을 태우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은 다이옥신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주민들의 건강 악화를 야기할 발전소 건립을 강행하는 원주시 결정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춘천시, 영월군 등의 경우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에 반대했다. 하지만 원주시는 2015년 결정 이후 발전소 건립에 대한 찬성 입장을 고수 중이다.
자유한국당 김기선(원주갑) 의원은 “하루 500톤이나 되는 대량의 폐기물을 원료로 태우는 이 발전소를 지역 내에 세우면 일대 지역의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주민들의 건강까지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SRF가 기존 열병합발전소에 쓰이는 다른 연료들보다 대기질에 더욱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환경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통 열병합발전소에 쓰이는 연료는 LNG, 경유, 석탄, SRF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미세먼지 발생량이 많은 순으로 나열하면 LNG, 경유, 석탄, SRF 등이다. 2015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SRF가 LNG에 비해 미세먼지 농도가 668배 높다.
▲ SRF열병합발전소 추진은 인근 주민들과 사전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건립 예정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폐기물을 태우는 발전소가 들어오는지 몰랐다”며 “현재 공단(사진)에서 나오는 악취가 진동을 하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스카이데일리
김순태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SRF는 석탄보다도 위해성이 높은 물질로, 이는 폐기물이라는 재료의 불확실성 탓이다”며 “발전소에 정화시설을 설치해 정부가 관리하는 배출기준을 맞추겠지만 폐기물을 연소시키기 때문에 다른 연료보다 유해성 물질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원주시는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등이 아닌 인증 받은 업체의 친환경 고형연료 제품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 역시 현실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 교수는 “생활 폐기물 중 목재 성분은 괜찮겠지만 매번 고형연료 수백톤이 들어올 텐데 모두 친환경 고형연료인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현재 지역 환경단체 등은 유해성이 높은 SRF 대신 다른 연료를 이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LNG 연료를 이용하면 유해물질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은 물론 경제적 이득까지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원주환경운동연합 김경준 사무국장은 “발전소 연료로 LNG를 사용하면 원주시 전체가 사용하는 LNG 구입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13만가구 LNG요금 절감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역 주민의 74%가 반대하고 원주시의 전체 도시가수 사용가구의 경제적 이득을 포기하면서 까지 굳이 SRF열병합발전소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연료 변경을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경 2km 내 주택, 학교 등 분포…주민들 “내 집 앞 발전소 짓는 데 신문보고 알았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이번 SRF열병합발전소 추진이 인근 주민들과 사전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적으로 발전소 건립 등 대규모 공사는 지역 주민들과 사전 협의를 거쳐 동의를 구한 후에 추진된다. 하지만 사업예정부지 바로 앞 거주 주민들은 사전 공지를 받지 못했고, 오히려 발전소 건립을 타 지역민들 보다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 SRF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서면 인근 주거지뿐만 아니라 섬강 주변(사진)도 황폐해질 것이라며 지역민·환경단체·전문가 모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업 허가권자인 원주시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인근 지역 주민들은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발전소 건립 예정 부지 인근에는 약 10세대가 존재하는데, 대부분이 발전소 건립 사실을 신문기사를 통해서 알았다”며 “대규모 공사, 그것도 주변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발전소를 건립하면서 사전 동의조차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전소 건립 예정 부지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영희(52) 씨는 “처음에는 일반적인 공장이 들어올 줄 알았지 저런 폐기물을 태우는 발전소가 들어올 줄은 전혀 몰랐다”며 “지금까지도 원주시나 사업주체 측에서 찾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에 민원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며 되묻기도 했다.
무엇보다 인근 주민들은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으로 인한 주변 환경 피해와 이에 따른 건강 악화를 가장 우려했다. 마을 주민 서영철(50) 씨는 “공단이 생긴 후 마을 인근 섬강에서 수영을 하고 나오면 팔에 하얀색 가루가 묻어나오고 머리가 뻣뻣해진다”며 “여기에 SRF열병합발전소까지 들어서면 얼마나 더 환경이 망가질지 안 봐도 뻔 한일이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주민 이경식(가명·45) 씨는 “현재도 공단에서 나오는 악취가 나오는 상황이고 흐린 날이나 비오는 날에는 악취가 더 심해진다”며 “지금과 같은 악취에 발전소 건립으로 대기오염까지 심각해지면 이곳은 사실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발전소 건립 예정지에서 불과 800m 거리에는 문막고등학교가 있고, 좀 더 떨어진 곳에는 반계초등학교까지 있다”며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학생들이 좋지 않은 공기를 매일 흡입하게 되면 성인 보다 더욱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을 두고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전문가들까지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사업 허가권자인 원주시는 기존의 입장을 곳하고 있다. 오히려 사업에 대한 책임을 사업 주최, 중앙 부처 등에 전가하는 태도까지 보여 주변의 우려를 더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열병합발전소 공사 승인에 대한 사항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고 원주시는 건축허가만 해줄 뿐이다”며 “또한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연료 변경에 대한 사항은 사업주체인 원주에너지에서 결정할 사항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원주시의 입장은 처음 입장과 변한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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