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3월 그린피스와 다니엘 제이콥(Daniel Jacob) 하버드대 교수 연구진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되는 초미세먼지로 인해 매년 최대 1600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소는 초미세먼지 외에도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이산화황, 탄소 등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데 이러한 대기오염물질이 초미세먼지와 결합해 2차 초미세먼지로 재탄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한민국의 허파’로 불리는 강원도 일대에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가 건립된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져 대기오염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심지어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해 더욱 많은 미세먼지 발생이 예상되는 폐기물 발전소 건립이 추진 중인 곳도 있어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 거의 기체에 가까운 미세먼지는 물이나 고체에 비해 확산범위가 넓은 만큼 발전소 예정지역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역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현재 강원도 내에는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석탄 또는 폐기물 발전소 건립으로 지역주민은 물론 환경단체와 갈등을 빚는 곳이 다수 존재했다. 원주시, 강릉시, 삼척시, 동해시 등이 대표적이었다. 스카이데일리가 강원도 화력·폐기물 발전소 건립 실태를 금주의 이슈포커스로 정하고 발전소 건립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강원도의 주요 도시를 찾아 현장의 상황을 직접 취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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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안인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을 두고 우려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특히 발전소 예정부지 인근에 위치한 안인진리 어민들은 미세먼지, 석탄가루, 온배수 등으로 인한 대기오염, 수질오염, 해양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들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안인진리에 위치한 안인진항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히 발전소 건립으로 인한 환경 피해가 한반도 전체로 확산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그린피스는 안인석탄화력발전소 건립 후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인근 지역에 4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강릉 안인석탄화력발전소 예정지 인근…석탄 가루, 온배수 문제 등에 어민 ‘시름’
강릉시 및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강릉 안인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을 두고 이해 관계자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강릉지역 15개 시민단체는 강릉시청 브리핑룸에서 ‘강릉 안인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해당 회견에서 시민단체들은 “화력발전소 석탄 접안시설로 인한 해양오염과 석탄재 이동 간에 발생하는 비산먼지로 대기오염 등이 불가피 하다”며 “이는 주변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의 문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백지화 강릉 범시민 대책위원회’가 주요 대선 주자들의 백지화 찬반의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주요 대선 주자들은 정책질의를 통해 건설계획 중단 등 대안을 제시했다. 다음날인 27일에는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어업인 대책위원회’ 어민들이 강릉시청 앞에서 ‘피해조사 용역계약’과 관련된 시위를 진행했다.
안인석탄화력발전소는 강릉시 강동면 안인리 75만9000㎡(약 230평)부지에 1040MW(메가와트) 규모 발전소 2기를 설립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5조원에 달하며 시행사는 SPC(특수목적법인) 강릉에코파워다. 강릉에코파워는 삼성물산과 한국남동발전이 각각 29%, 9개 금융회사로 이뤄진 채권단이 나머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2013년 4월 발전사업허가를 얻었고 이듬해 11월 전원개발 실시계획 본안 제출을 완료했다. 지난해 2월 공사계획인가를 받은 후 같은 해 9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완공예정년도는 오는 2021년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착공 예정일이 8개월 넘게 지났지만 아직까지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인근 마을 주민 집단 이주문제와 토지보상 구역 설정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으며 사업이 한참 지체됐다. 올해 1월에서야 강릉에코파워와 민자발전사업주민대책위원회가 토지보상에 최종 협의에 성공했다.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은 것도 잠시, 안인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은 또 다른 장벽에 부딪혔다. 인근 안인진 지역은 물론 강릉시, 나아가 한반도 전체에 대한 환경 피해가 예상된다는 인근 지역과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인해 사업이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 안인진리와 맞닿아 있는 해안 지역을 일컫는 ‘안인진’은 안인석탄화력발전소 예정지로부터 약 1㎞(직선거리)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연안어장의 해상거리는 1~5㎞ 정도다. 연안 어장에서는 가자미와 넙치, 숭어 등이 많이 잡힌다. 마을 안인진리에는 약 80여 가구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 주민들 및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이곳 안인진에는 석탄 운반을 위한 항구가 새롭게 조성될 예정이다. 때문에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석탄 운반선으로 인한 어업 방해와 운반과정에서 발생하는 석탄가루로 인한 환경피해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력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온배수(화력 또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수증기를 냉각하는 데 사용한 후 하천이나 바다로 흘려보내는 물)로 인해 어장이 파괴된다는 지적까지 나와 어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큰 배 드나들고 온배수 흐르면 어업 못해”…생계 위협에 눈물짓는 어민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안인진 일대 지역의 분위기는 어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고스란히 자아내고 있었다. 도로 곳곳에는 강릉에코파워와 삼성물산 등의 행위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안인진항 입구에도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 오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강릉 안인석탄화력발전소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수차례 사업이 지연됐다. 올해 초 토지보상, 집단이주 협의 등을 마쳐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았으나 현재는 어민들의 반대 여론에 부딪히 또 다시 사업이 잠시 중단된 상태다. 사진은 발전소 예정부지(사진 위쪽)와 인근 대동1리 전경 ⓒ스카이데일리
항구에서 만난 어민 이웅식(49)씨는 화력발전소 건립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두운 표정부터 지어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사업이 취소됐으면 좋겠다”며 “석탄 운반을 위한 항구가 들어오면 어업 장소가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촌이 작다보니 작은 배들 밖에 없기 때문에 (석탄 운반을 위해) 큰 배들이 정박해 있으면 사실상 어업이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또 석탄을 나르는 과정에서 석탄 가루가 날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심각하게 어장을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인진 어촌계 사무실에서 만난 이원규 계장은 “어촌에 큰 피해가 예상됐기 때문에 사업 추진 당시부터 이곳 어민들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며 “강릉시와 사업자의 설득에 결국 어민들이 직접 피해조사 용역업체를 선정해 추천하는 조건으로 찬성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최근 사업자가 조건을 어기고 임의대로 피해조사 용역업체를 선정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이 때문에 사업 추진에 대한 어민들의 반발 여론이 다시 거세진 상황이고, 특히 제대로 된 피해보상도 못받을 것으로 우려하는 어민들이 많다”고 밝혔다.
항만 근처에서 출항을 준비하고 있던 현광일(57)씨 역시 화력발전소 건립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현 씨는 “석탄 가루는 말할 필요도 없고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온배수도 걱정된다”고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고기들은 1~2°C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발전소를 거친 온배수가 바다로 흘러나오게 되면 해양 생태계는 오염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력발전은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열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이 열에너지는 버려진다는 의미로 ‘폐열’이라 부른다. 발전설비의 폐열은 냉각수에 의해 사라지는데, 이 때 폐열을 흡수한 냉각수는 따뜻한 물로 바뀐다. 이를 온배수라 한다. 냉각수로는 주로 해수가 사용되고 취수한 물과 온배수의 온도차이는 보통 7~8°C다.
▲ 자료: 강릉발전연구원 ⓒ스카이데일리
온배수는 대부분 바다로 다시 흘려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 주변 어장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어민들 입장에서는 어장이 파괴되면 생계를 위협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강원발전연구원이 발표한 ‘강원도 화력발전소 온배수 활용방안’에 따르면 기존에 화력발전소가 위치해 있는 삼천포, 보령, 태안, 하동 등에서는 이미 수백억원에 이르는 수산업 피해가 발생해 보상이 이뤄진 바 있다.
삼천포의 경우 지난 1996년에 260억원, 2002년에 284억원의 피해보상이 이뤄졌다. 보령에서는 1989년부터 2006년까지 총 319억원 가량이 보상금으로 지급됐다. 태안은 1998년 40억원, 하동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 572억원 등의 보상이 이뤄졌다.
어민들 중 일부는 생계 위협을 넘어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악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항구 초입에서 만난 김시훈(가명·56)씨는 “최근 미세먼지가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화력발전소가 생기면 이곳의 미세먼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며 “어촌에는 나이든 어르신들도 많은데 대기오염으로 건강을 잃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린피스 보고서 “안인석탄화력발전소 가동될 경우 매 년 40여명 조기 사망자 발생”
대다수의 환경문제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안인석탄화력발전소 건립으로 인한 환경 피해는 인근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실제로 지난해 그린피스가 발표한 보고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강피해’에는 안인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될 시 인근 지역 매년 4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실려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보고서는 신규 발전소로 인해 한반도 전역의 대기 오염도 증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 내 모델분석에 따르면 현재 설립 예정인 11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될 경우 수도권 지역에 초미세먼지 농도는 24시간 평균 최대 19㎍/㎥까지 증가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6㎍/㎥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 이하인 먼지로 사람의 폐포까지 깊숙이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는 “화력발전소는 인근 어촌 지역뿐 만 아니라 강릉 지역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한민국의 허파 강원도, 그 중에서도 핵심도시인 강릉 환경 파괴는 결국 한반도 환경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 안인진리 어민들은 강릉 안인석탄화력발전소가 최초로 추진될 당시 대기오염, 해양생태계 교란 등으로 인해 반대 의견을 표했다. 이후 ‘피해조사 용역 업체 추천권’을 전제로 조건부 찬성을 했다. 하지만 이원규 안인진 어촌계장에 따르면 현재 강릉에코파워 측의 일방적인 업체선정으로 어민들의 반발 여론이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사진은 안인진리 인근에 내걸린 발전소 건립반대 현수막 ⓒ스카이데일리
이어 그는 “아직 설립이 되지 않은 만큼 석탄화력발전소를 전면 백지화 하거나 다른 형태의 발전소로 변형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은 “화력발전소는 인근 어촌 지역뿐 만 아니라 강릉 지역, 더 나아가 한국 중부지방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한민국의 허파 강원도, 그 중에서도 핵심도시인 강릉 환경 파괴는 결국 한반도 환경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직 설립이 되지 않은 만큼 석탄화력발전소를 전면 백지화 하거나 다른 형태의 발전소로 변형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순태 아주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강릉 화력발전소는 건립 부지의 지리적 환경, 배출 물질에 따라 주변 지역에 피해를 끼칠 가능성 또한 얼마든지 존재한다”며 “분석에 분석을 거듭해 악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발전소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삼성물산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현재 꾸준히 인근 주민, 어민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협의를 해 나갈 것이다”며 “민원, 환경 피해 문제 등에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고 있으며 곧 해당 문제들이 마무리 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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