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3년말 고려대학교(사진·전경)는 서울 성북구 안암동 서울캠퍼스 북쪽에 위치한 개운산에 약 1100명을 수용 할 수 있는 기숙사를 신축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무산됐다. 인근 주민들이 성북구청에 잇따라 민원을 제기하면서 토지용도 변경신청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반발했지만 주민들은 “생존을 위함이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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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진앙지는 대학가 인근에서 임대업을 하는 건물주들이었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원룸 등을 임대해 수익을 얻는 이들은 기숙사 수용능력이 향상될 경우 자취수요가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건물주들은 기숙사 건립 시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숙사 건립을 준비하는 대학교들 인근에서 비슷한 양상이 반복돼 나타났다. ‘주거환경 개선’을 외치는 대학생들과 ‘생계 위협’을 주장하는 건물주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돼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생존권 침해’를 외치는 건물주들에 맞서 학생들은 ‘과도한 이기주의’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현상은 세대 간 갈등, 계층 간 갈등 등의 사회적 갈등 양상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특히 더한 것으로 평가됐다.
“대학교 인근 임대업자들도 똑같은 서민…학생 수요 줄면 생존권 위협”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고려대학교는 지난 2013년 말 서울 성북구 안암동 서울캠퍼스 북쪽에 위치한 개운산 내 학교 땅 2만5782㎡(약 7799평)에 1100여명을 수용하는 기숙사 신축 계획을 세운 뒤 관할구청인 성북구청에 토지용도 변경신청을 냈다.
현행법상 국유림이 아니더라도 산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성북구청 측은 기숙사건립을 위한 토지용도 변경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공사추진은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고려대 학생들 총 3022명이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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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산지나 공원으로 지정된 땅에 학교시설을 지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줄곧 제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언뜻 환경보호를 위한 반대로 비춰지지만 그 이면에는 ‘생존권투쟁’ 성격이 짙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중론이다. 기숙사 건립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원룸에 입주하려는 학생들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단체행동이라는 설명이다.
고려대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건물 한 채 보유했다고 해서 대단한 자산가로 인식될 수 있지만 우리 역시 학생들 월세 받아서 생활하는 서민 임대업자에 불과하다”며 “현재 고려대가 기숙사신축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설사 재차 신축하려 할 경우 그 때도 단체행동으로 응수할 것이다”고 귀띔했다.
한양대학교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양대는 지난 2015년 교내에 학생 약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6·7기숙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사를 앞둔 해당 기숙사를 두고 인근 서울 성동구 사근동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마찬가지로 생계 위협이 주된 이유였다.
한양대 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성동구 사근동에서 30년 넘게 약국을 운영 중인 김평수(65·남) 씨는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 대부분이 70세 안팎의 노인들이다”면서 “대부분 노동능력이 없어 월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는 “기숙사 때문에 학생들이 갑자기 줄어들 경우 일대는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없어지는 셈이다”며 “비단 사근동뿐 아니라 인근의 마장동·행당동 등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강남 논현동 수준의 대학가 월세…기숙사까지 반대, 이해할 수 없다”
반대로 대학가 인근 원룸의 주요 고객인 학생들은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남과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와 노후 된 시설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가깝다는 이유로 기거해 왔는데 학교 신축기숙사까지 반대하는 것은 집주인들의 과도한 이기주의라는 주장이다.
한양대학교 학생회 관계자는 “사근동에서 원룸을 얻기 위해서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이 필수적이다”며 “이 돈을 가지고 구할 수 있는 방은 고작 4~5평에 남짓하고 이마저도 지어진지 수십 년 돼 굉장히 노후화 된 상태다”고 지적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대학교 인근 부동산을 통해 원룸의 임대료 수준 시설 상태 등을 알아봤다. 우선 사근동 내에 위치한 원룸을 알아봤다.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많지 않았다. 한 부동산 중개인이 소개해 준 집을 찾아봤다. 해당 건물은 1988년 지어진 오래된 건물로 학생회 측에서 말한 것과 같이 5평이 채 되지 않는 규모였다.
화장실과 간단한 조리시설을 갖춘 부엌, 그리고 침대·책상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작은 방이 더욱 비좁아보였다. 오래된 건축연식만큼 화장실은 노후 돼 있었다. 수도관 곳곳이 누렇게 녹이 슬어있었다. 붉은 물때와 검은 곰팡이도 육안으로 확인됐다. 보증금 없이 월세가 50만원이라는 방도 직접 둘러봤다. 앞서 봤던 집과 같이 비슷한 구조였지만 규모는 3평 가량에 불과했다. 빨래건조대만 펼쳐도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 대학교 기숙사 신축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해당 학교 인근 주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기숙사의 학생 수용 능력이 개선될 경우 생존권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들은 대학가라는 이유로 형편없는 규모와 시설에도 불구하고 강남수준의 월세를 받고 있다며 집주인들의 과욕이라고 반발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양대 인근 사근동 소재 원룸과 화장실 고려대 인근 종암동 소재 원룸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고려대 학생들이 주로 자취한다는 종암동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시설은 낡고 노후화됐으나 가격은 하나같이 비쌌다. 1991년 준공된 건물의 원룸 한 호실의 넓이는 5평이 채 안됐으나 이곳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만원이 필요했다. 지난 2008년 완공된 6평형 원룸의 보증금은 1000만원, 월세 60만원 등의 수준이었다. 이곳은 관리비가 별도였다.
대학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같은 값에 더 크거나 시설이 좋은 집들을 구할 수 있었다. 동대문구 답십리동을 찾았다. 이곳에서 보증금 1000만원·월세 50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집들의 넓이는 평균 10~11평 원룸이었다. 대학가에 비해 2배 이상의 넓이차를 보인 셈이다.
강남에서도 대학가와 비슷한 수준의 원룸을 찾을 수 있었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원룸은 지난 2003년 준공됐으며 넓이는 약 9평이었다. 앞선 대학가 원룸들보다 1.5배 넓었지만 보증금은 1000만원으로 동일했다. 월세는 5만원 비싼 55만원이었다.
대학기숙사 건립 둘러싼 학생·주민 갈등, 단순 주거 문제 아닌 ‘사회적 갈등’ 우려
대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학교 인근 기숙사 건립을 둘러싼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 간에 갈등은 단순히 주거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생존권’과 ‘주거환경 개선’ 등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탓에 더욱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자는 “최근 젊은 세대의 주거 빈곤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대학생들의 주거환경 개선 문제 또한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단순히 ‘주거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각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이 상충되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해당 사안을 단순히 복지 문제로 치부하게 되면 학생과 지역 주민들 간에 갈등에서 벗어나 세대 간 갈등, 계층 간 갈등 등의 사회적 갈등 양상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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