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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청년층 주거빈곤 사태의 그늘(上-변종동거①)
월세가 몸값…1주 2회 동침 필수 ‘위험한 동거인’
동거女 분해 잠입취재 해보니…“돈 줄테니 성관계 유익한 운동하라”
정유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19 00:07:45
미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프렌즈’는 전설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미국 내에서 평균 2400만 가구가 시청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컨셉의 작품들이 제작돼 높은 인기를 구가했을 정도였다. 드라마는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한 지붕아래서 생활하는 6명의 젊은 남녀들의 삶과 우정 그리고 사랑을 다뤘다. 이르면 고등학교 재학 중, 늦어도 대학생·성인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미국에서 낯선 이들과의 동거하는 것은 비교적 흔한 일이었다. 드라마 인기의 원동력 역시 바로 시청자들의 ‘공감’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십년전부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됐던 ‘동거’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최근 동거문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학생·사회초년생 등이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한 지붕에 모이기 시작했다. 인간이 생활하는데 기본 요소가 되는 의(衣)·식(食)·주(宙) 기본요건 중 하나인 주거형태에도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의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젊은 세대들의 주거빈곤 문제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금주의 이슈키워드로 선정하고 변종동거 실태(上·中)와 대학 기숙사 신축 반대에 따른 주민갈등(下) 등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 남성들이 성관계를 빌미로 자신의 집에 무료로 들어와 살 것을 요구하고 여성들이 이에 응해 함께 거주하는 방식의 변종 동거가 태동하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대가성 성관계라는 점을 들어 성매매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사진은 오피스텔에 함께 들어서는 젊은 남녀의 모습(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이경엽·정유진 기자] “저는 73에 72(173cm·72kg)에요. 실례지만 (신체)사이즈가”
 
옷을 파는 매장에서 받은 질문은 아니었다. 어떤 점원이 자신의 신체 사이즈까지 불러주며 고객의 사이즈를 물을까. 그렇다고 피팅모델을 체험하기 위해 의상 디자이너나 사진작가를 만난 것도 아니었다.
 
질문을 한 인물은 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일면식조차 없는 남성이었다. 해당 사이트는 ‘자취생사이트’를 표방했지만 메인 콘텐츠는 자취생들이 거주할 공간을 중개하거나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룸메이트 혹은 하우스메이트, 우리나라 말로는 ‘동거인’을 주선하는 한편 고시원·하숙집 등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방식은 간단했다. 구하는 쪽이 게시물을 올려 홍보하는 방식이었다. 고시원이나 고시원 주인이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위치·제공되는 서비스 및 금액 등을 게재하는 방식이다. 집을 가진 개인이 함께 살 동거인을 모집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반대로 묵을 곳을 찾는 이들이 쓴 게시물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동거인 구한다는 게시물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작성자의 연락처와 읍·면·동 단위까지 표시된 간략한 주소가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독특했다. 바로 ‘희망 성별’이었다. 글 작성자가 모집하는 동거인 성별을 남·여·무관 등 세 분류를 통해 명시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수많은 남성들이 여성 룸메이트를 찾는다고 글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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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사이즈를 불러준 남성 역시 이곳에서 만났다. 기자라는 직업을 숨기고 동거인을 구하는 것처럼 위장해 접촉을 시도한 것이다. 동거인 명목으로 성매매를 시도하는 사례의 실상을 면밀히 들여다보기 위해서였다. 다짜고짜 신체사이즈를 물어 본 남성은 스스로를 “포털사이트에 이름만 치면 나오는 사람이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방세는 무료이니 몸만 들어와 살라”고 강조했다.
 
방세 무료지만 1주 2차례 동침은 필수…“오빠가 피부·몸매관리 다 해줄게”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간단한 대화를 나누던 중 해당 남성은 집구경을 핑계 삼아 한 번 만날 것을 요구했다. 서로의 일정 등을 감안해 날짜를 잡았다. 약속 날짜가 정해진 후에도 해당 남성은 ‘얼굴을 보기 전에 서로 친해져야 한다’, ‘서로를 좀 알아야 한다’ 등의 이유를 들어 대화를 이어나갔다.
 
약속 날짜를 잡은 후 매일 아침이면 “잘 잤느냐”는 안부 메시지가 와 있었다. “점심은 무엇을 먹었느냐”, “무엇을 하고 있느냐” 등 잦은 안부도 주된 대화거리였다. 정확한 나이는 밝히지 않은 채 40대라고 소개한 그의 대화는 점차 스스럼이 없어져 갔다. 존댓말과 반말이 섞이는가 하면, 아예 대놓고 반말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말을 서서히 놓는 것이 곧 친분감이 높아진다고 여기는 모습이었다.
 
마침내 약속한 날짜가 됐다. 남성을 만나기로 한 장소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이었다. 해당 남성은 “오피스텔이 역삼동에 있다”며 강남역에서 픽업하겠다고 했다. 차종과 번호판 숫자를 알려줬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해 그를 기다렸다. 잠시 후 검정색 외제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차창이 열리더니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해당 남성이었다.
 
 
 ▲ 남성들은 대게 집을 보여주며 동거조건을 언급했다. 한 남성은 평일 5일 중 최소 이틀을 자신과 함께 보낼 것을 요구했다. 피부관리·체형관리 등을 책임질테니 원활한 성관계를 위한 별도의 운동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강남역 인근에서 기자를 픽업해 강남구 역삼동 소재 오피스텔로 데려갔다. 사진은 동거녀로 분해 직접 해당 남성과의 접촉을 시도 중인 모습 ⓒ스카이데일리
 
그는 다짜고짜 차에 타라고 했다. 두려운 감정이 앞섰지만 일단 올라탔다. 대화 도중 스스로가 나름 알만 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다는 말을 끊임없이 해댔다. 상대방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보였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는지 그는 “괜찮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는 와중에도 머리끝부터 발끝을 훑는 시선이 느껴졌다.
 
차는 테헤란로로 진입했다. 약간의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침묵을 깬 것 역시 해당 남성이었다. 앞서 간략히 소개했던 내용을 재차 말로 언급했다. 표현은 의뭉스러웠다. 본인의 자세한 신분을 가늠할만한 부분만큼은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역력했다.
 
오피스텔은 강남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도보로 가도 10분이면 도착했을 거리였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방은 4층 복도 끝에 있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방은 여느 오피스텔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별도의 개별공간이 없는 원룸 형태의 구조였다. 부엌에는 조리도구와 각종 가재도구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방 중앙에는 퀸 사이즈 크기의 침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를 중심으로 옷장과 컴퓨터 두 대가 놓인 책상과 책장 그리고 TV 등이 배치돼 있었다.
 
해당 남성은 “컴퓨터는 전에 살던 대학생이 과제 때문에 필요하다고 해서 구입하게 됐다”며 사용한 지 얼마 안 된 거의 새 제품임을 강조했다. 전에 살던 대학생에 대해서는 “7개월 간 같이 살다 최근 그 친구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집을 나갔다”고 밝혔다.
 
집을 둘러본 뒤 해당 남성과 나란히 식탁에 앉아 본격적인 ‘동거조건(?)’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친절하게 대해주고 상냥한 어투로 대화를 나누던 그는 이내 곧 본색을 드러냈다. 대화를 통해 집세 대신 그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바로 성관계였다.
 
해당 남성은 매주 금요일을 비워 둘 것을 요구했다. 나머지 평일 중 하루는 그가 연락하는 즉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는 “피부관리, 몸매관리까지 원하는 것은 본인이 다 알아서 해주겠다”며 “대신 원활한 성관계를 위한 운동 위주로 해 달라”는 노골적인 요구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내방으로 와라” 女룸메이트 향한 군침…중개사이트 관계자 “우리는 모르는 일”
 
 ▲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 측은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용자들 사이의 일일 뿐이다”며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동성 간 룸메이트를 구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성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며 이 경우에는 상대의 신체사이즈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동거인 중개사이트 캡처화면]
 
해당 남성과 접촉한 사이트와 유사한 성격의 또 다른 사이트를 방문했다. 이곳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여성 동거인을 찾는 남성들의 게시물로 사실 상 도배된 상태였다. 동거인을 구한다는 여러명의 남성들과 차례로 접촉해봤다.
 
성매매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은유적으로 돌려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다. “외롭다”, “술친구가 필요하다” 등이 동거인을 구하는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정작 “왜 여자여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짐짓 “서로가 합의된 것이 아니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남자가 여성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게시글에 반응한 것 자체만으로 이미 성관계에 합의했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는 듯 했다. 물론 방세는 받지 않았다. 남성들이 소개한 집들은 대부분 원룸 형태의 중형 오피스텔 혹은 신축빌라 등이었다. 간혹 방이 2개인 집이 있긴 했지만 남성들은 한 침대를 사용하길 권했다. 한 남성의 경우 대놓고 “새 룸메이트(기자를 지칭)를 맞기 위해 침대도 새로 샀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동거인을 구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만남을 위한 약속을 잡는 순간부터 마치 연인들 사이에서 주고받을 법한 메시지를 전송해왔다. 매 끼니때면 안부를 묻는 것 역시 빼놓지 않았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만나기 전부터 친분을 쌓으려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스스로가 믿을만한 사람임을 어필하기 위한 노력도 공통적이었다. 일련의 과정은 마치 성매매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성매매 대가만 직접적인 금전 거래 대신 방세로 대체된 모습이었다.
 
동거인을 주선하는 사이트가 신종 성매매 알선 사이트로 변질되고 있음에도 해당 사이트 측은 사실 상 손을 놓은 모습이었다. 업체 측은 “사이트 운영 및 관리만 하고 있을 뿐 이용자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거래 등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사안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과거에는 시간 될 때마다 삭제한 적도 있다”고 말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사이트를 통해동거인을 구하는 남성들의 행태는 위법 여지가 충분하다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 성매매에 해당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두·서면 합의가 있었더라도 여성이 원치 않을 때 강제로 성관계가 이뤄질 경우에는 ‘강간죄’에 해당 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성관계 횟수, 장소 및 시간 등이 정해진 전형적인 성매매로 비춰질 여지가 충분하다”며 “오피스텔에서 이뤄지는 속칭 ‘오피’와 거의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단속 등이 실시됐을 때 서로가 연인이라 가장하기 쉬워 입증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또한 처음에는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더라도 여성이 거부할 때 앞선 계약 등을 무기로 성관계를 맺게 될 경우 강간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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