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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 이경엽·조성우·이슬비 기자]바쁜 연예인들의 일정관리나 의상 등을 담당하는 매니저·스타일리스트 등은 연예산업의 발전과 함께 직업 선호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10대 청소년들 중 상당수가 이들 직업에 호기심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업무강도나 처우 등은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태 해결의 시급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고용직업분류의 직업예시에 따르면 ‘연예인 매니저’의 주요 업무는 연예인의 출연 일정과 출연료 등을 협의하고 계약하는 업무를 대리하는 것이다. 스타일리스트 역시 패션분야의 전문 직종으로 의상,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메이크업 등을 통해 촬영 의도에 맞게 출연자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일부 매니저·스타일리스트가 각종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얻으면서 이들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개설해 인재양성에 나설 정도다. 그러나 정작 이들 직업의 현실은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과는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녀를 불문한 인격모독을 감수해야 했다. 일부 여성 스텝의 경우 성폭력의 피해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연예인과 동거동락 매니저…자기생활·최저임금 보장 못 받는 ‘최악의 직업’
현재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김정민(38·남·가명) 씨는 과거 10년간 연예인 매니저로 일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연예인을 담당한 김 씨는 매니저라는 직업은 단연 최악이라고 설명했다. 매니저는 모든 일정을 연예인에 맞춰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은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없으며 급여 역시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내가 처음 매니저 일을 시작할 때 월 60만원을 받았는데, 지금도 후배들에게 들어보면 약 월 8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하더라”며 “복지도 전무해 숙소·식대 등을 제외한 모든 소요비용을 매니저가 부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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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
매니저는 연예인의 모든 일정을 관리해줘야 한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연차가 짧은 아이돌 매니저의 경우 그들과 같이 생활해야하는 것은 물론 병원 등 사적인 스케줄까지도 동행해야 한다. 매니저 본연의 업무 외에 연예인의 사생활 일거수일투족을 신경써야하는 고강도 노동의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김 씨는 “늦은 시간 집에 바래다주고 아침 일찍 깨우는 등 연예인의 생활 전반을 관리하다보니 공식적인 일정이 마무리 돼도 밤을 새 연예인 곁을 지키게 된다”며 “연예인이 일정이 없어 쉬는 날에도 병원에 동행하는 등 사적인 일정까지 커버해야 하다 보니 사실상 내 삶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고된 업무 보다 힘든 것은 매니저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라고 강조했다. 매니저가 담당하고 있는 연예인뿐 아니라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동종업계 종사자들 또한 만만하게 본다는 것이다. 폭언과 폭행은 물론 사적인 심부름과 인격모독적 언행도 숱하게 감내해야만 한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그는 “멋모르고 매니저업계에 발을 들였다 얼마 안 돼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면서 “과거 남성 5인조 아이돌그룹을 맡았던 한 친구는 새벽 4시에 연예인의 담배·떡볶이 등 잔심부름까지 하는 경우를 봤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 친구는 일정 때문에 자는 연예인을 깨웠다가 해당 연예인으로부터 맞기도 했다”며 “결국 참다못해 매니저 일을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매니저·스타일리스트 직군은 연예계 생태계에서 가장 약자에 분류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하거나 대변할만한 창구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연예기획사 대표 및 임원진들이 중심이 된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관계자도 “근무환경이 열악한 것은 알지만 협회 차원의 강제성이 없다보니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권한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처우관련 실태에 대해선 조사를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화려한 연예인 만드는 스타일리스트…관련 업계 먹이사슬 최약자
매니저와 함께 연예계 생태계의 최약자로 분류되는 스타일리스트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숙희 사단법인 한국패션스타일리스트협회장은 스타일리스트 업계에 대해 “처참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최근 십 수 년 간 물가는 꾸준히 올랐지만 스타일리스트 급여는 제자리걸음이다”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임금 수준은 떨어진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한국패션스타일리스트협회는 업계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설립된 단체다.
패션업계로 이직한 뒤 제3자의 시선으로 스타일리스트 업계를 뒤돌아보니 답답함이 많았다는 최 회장은 “여전히 월 30~50만원만 받고 일하는 스타일리스트 보조들이 비일비재 한 상황이다”며 “경험과 현장교육을 빌미로 제대로 된 보수가 지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통 실장이라 불리는 스타일리스트가 월 250만원도 안 되는 금액에 엔터테인먼트 측과 계약하다보니 이들 역시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보조를 채용하게 된다”며 “자연히 근로계약서도 없고 이들을 위한 그 어떤 보호 장치도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다 보니 성희롱·성추행 피해자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연예인들이 스타일리스트 능력은 보지 않은 채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소속사에 연락해 바꿔달라는 경우가 빈번할 정도다”며 “연예인들은 물론, 방송·연예계 관계자들도 덩달아 하대하다 보니 간혹 성폭력 피해까지 발생하는 실정이다”고 고백했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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