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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16년 초·중학생의 희망직업 순위 조사에서 ‘가수’ 직업이 초등학생에선 7위, 중학생에선 9위 등을 차지하며 10위 안에 들었다. 화려한 생활을 영위하는 연예인이 10대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매김 했음을 방증하는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성비위 고발 운동인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되면서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에 감춰져 있던 추악한 실상이 하나 둘 드러나 대중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연예계의 추악한 실상은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국내 연예산업은 방송사·제작사·매니지먼트사, 유명 감독·PD·작곡가 등으로 대표되는 연예계 권력층의 입김으로 돌아가다 보니 발생되는 부작용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이들에게 잘 보여야만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연예인과 지망생들은 ‘을(乙)’로 전락해 성비위나 금전적 피해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연예인을 화려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측근에서 일하는 스태프인 매니저·스타일리스트·헤어메이크업아티스트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고된 노역에 시달리면서도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않는 임금을 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화려한 연예가의 그림자’로 설정하고 이와 관련된 각종 이슈를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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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 이경엽·조성우·이슬비 기자]재계·법조계·학계·문화예술계 등 이른바 ‘미투(#MeToo)’운동이 사회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유명연예인들의 과거의 행적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연예계의 뿌리 깊은 악습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연예인이 연루된 성비위 피해자 중에는 10·20대 연예인 지망생들이 유독 많은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추세다.
방송사·제작사·매니지먼트사와 PD·감독 등 연예산업 카르텔 속에서 권력계층으로 분류되는 이들과 데뷔가 간절한 연습생들 간에 이해관계가 연예계에 자리 잡은 뿌리 깊은 악습의 근간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력자들은 성접대·성희롱 등의 성비위 뿐 아니라 출연료 미지급 및 가로채기 등 각종 부당·비위 행위를 저지르고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죄의식조차 못 느끼는 게 우리나라 연예계의 현주소라는 설명이다.
국내 연습생 1440명…출연료 한 푼 없는 현장실습, 주연역할 현혹 술자리동원 예삿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7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연예인 준비생, 이른바 연습생은 2016년 말 기준 1440명에 달했다. 이들 중 가수를 준비하는 이들이 107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352명이 연기자를 준비 중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통계상의 수치일 뿐 실제 연습생의 수는 더욱 많은 것이라는 게 연예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연령별로는 △만 19세 이상 775명 △만 16세~18세 529명 △만 13~15세 118명 등으로 10대와 20대 초반이 주를 이뤘다. 10·20대의 어린 학생들이 연예계에 오랫동안 내려져오는 악습의 주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현재 플로리스트로 일하는 박진선(28·여·가명) 씨는 과거 한 연예기획사의 연습생으로 장기간 활동했다. 대학진학까지 포기하며 중학생 시절부터 22살까지 아이돌 꿈을 키웠다는 그는 오늘날 스타로 자리매김한 한 걸 그룹 멤버 A양을 지칭하며 연습생 생활당시 단짝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난 그렇게까지 해서 연예인이 되고 싶진 않았다”고 고백했다.
박 씨는 “19세 때부턴 연습생 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데뷔 자체가 가능할지 모르는 불투명한 미래가 놓여있어도 꿈 하나만을 키우며 살아가던 시절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나 뿐만 아니라 대개 연습생들이 고단한 생활을 견디며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마냥 기다리는 생활을 이어갔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아무래도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회사 안팎의 관계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간혹 회사 관계자가 다른 사람을 ‘소개해준다’는 명목으로 술자리에 인사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을 때가 있다”며 “사실 말이 소개지 술시중이나 다름없는 자리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 때 적극적으로 나가던 연습생이 한 명 있었는데 그가 A였다”고 털어놨다.
박 씨는 “솔직히 어떤 자린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나간다는 것을 말릴 수도 없었고 그러기엔 내가 누군가를 책임질 만큼 미래가 확실한 상황도 아니었다”며 “기막힌 사실은 A는 그렇게 열심히 눈도장도 찍고 다니더니 얼마 뒤 큰 기획사 연습생으로 옮겨 데뷔를 하게 됐고 인기스타 반열에 올랐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그는 “실력만 갖춘다고 모두가 데뷔의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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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현재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된 연기자 연습생 지영선(22·여·가명) 씨는 2년 전 소속사 대표로부터 술자리에 동석할 것을 요구받았다. 인맥을 이용해 드라마에 출연 시켜줄 수 있다는 명분에서였다.
지 씨는 “6개월 동안 업계 관계자들과의 술자리에 날 데리고 다녔다”며 “높으신 분들에 눈도장 찍어 두는 게 저한테 좋다는 게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어 “3개월쯤 됐을 때 실제로 조연 역할 하나가 들어왔고 이제 나도 연예인이 되는건가 싶었지만 그 후로도 단역 외에는 이렇다 할 배역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당한 대가 또한 무시되기 일쑤다. 배우지망생 김하영(18·여·가명) 양은 지난해 친구들과 서울 소재 모 놀이공원에서 놀던 중 스스로를 ‘캐스팅디렉터’라 소개하는 이로부터 연기자 오디션을 권유받았다. 캐스팅디렉터는 드라마·영화 등의 PD·감독이 배역을 요청하면 해당 배역에 적합한 배우를 찾아 추천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이후 서울 강남의 한 연기학원에서 오디션을 보게 된 김 양을 두고 캐스팅디렉터와 학원 측 모두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가르쳐주겠다며 김 양에게 수강을 종용했다고 한다. 학원 측이 제시한 레슨비는 6개월 코스 480만원이었다. 이마저도 일시불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김 양은 “부모님이 경험삼아 한 번 해보라 허락하셨고 그렇게 연습생 생활이 시작됐다”며 “간간이 드라마 단역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표준출연계약서에 명시된 출연료는 7~10만원인데 받은 돈은 캐스팅디렉터가 식사비 명목으로 쥐어 준 1만원이 전부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마저도 촬영 도중 밥을 먹은 날엔 지급이 되지 않았다”며 “캐스팅디렉터는 나에게 ‘그저 현장실습이라 생각해라’고 말할 뿐 이었다”고 덧붙였다.
PD·감독·제작사 등 연예계 생태계 최상위층의 절대권력…“찍히면 떠나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대중문화예술산업 중 매니지먼트사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은 연예기획사(매니지먼트사)·캐스팅디렉터·공연알선업·모델에이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매니지먼트사업은 가수·연기자·모델 등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예술인의 용역을 제공·알선·훈련·지도하는 게 주된 업무다.
주목되는 사실은 촬영 현장에 연예인 지망생을 직접 추천할 수 있는 상황이 이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다 보니 발생하는 폐해가 한 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한연노)에 따르면 캐스팅디렉터들은 개인적인 알선 활동에서 나아가 사업체를 꾸리기도 하는데 대부분 에이전시 형태다. 국내 에이전시 대다수는 학원과 촬영 현장 등에 연예인 지망생을 추천하는데 일부는 아예 매니지먼트사업을 겸하기도 한다.
연예인 지망생이 데뷔하는 과정은 대개 이렇다. 방송사의 외주 제작을 의뢰받은 제작사와 감독이 주·조연급을 제외한 배우를 물색한다. 이들의 대행사 격인 캐스팅디렉터가 본인 에이전시 소속 지망생을 추천하고 소개료 이른바 ‘에이전시 페이(AP)’를 제작사로부터 지급받는다. 촬영 후 출연료가 나오면 경비 등의 명목으로 일부 금액을 공제한 뒤 지망생에 지급하는 구조다.
한연노 관계자들은 당초 일일이 오디션을 봐서 배우들을 선발할 환경이 주어지지 않다 보니 접대 등 이면거래가 성행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송창곤(47·남·연극배우) 한연노 대외협력국장은 “간 관계자 다수가 얽혀 있는 연예산업 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을 중의 을’인 지망생들은 계속해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 국장은 “캐스팅디렉터의 가로채기는 고사하고 제작비나 출연료가 아예 미지급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며 “이 경우 방송사는 제작사의 재정 관리능력을, 매니지먼트사는 방송사의 제작사 선정 안목을 탓하며 서로 미루기 일쑤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최종 피해자는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연예인 지망생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출연료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면 캐스팅디렉터가 현장에서 감독에 ‘저 친구는 같이 촬영하기 힘들다’고 넌지시 또는 아예 대놓고 핀잔을 준다”며 “이러면 캐스팅은 불발되고 좁은 연예계에서 나쁜 소문이 돌아 아예 일이 안 들어오니 결국엔 연예인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돌가수 지망생들도 이러한 악습의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카데미 소속 보컬·댄스 트레이너 등도 지망생을 발굴해 매니지먼트사에 추천하는 역할을 맡는다. 매니지먼트사로부터 소개료를 챙기는 데다 지망생들로부터 수업료 외 고액의 금액을 얻어내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권위자 입김으로 굴러가는 한국 연예계…피해자 소통창구 마련 시급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미투’ 운동이 연예계 전반의 고질적인 악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초 배우들 중심으로 확산되던 폭로가 근래 들어서 유명 음악인·프로듀서·감독으로 넘어온 게 단적인 증거라는 지적이다. 특히 아직까지 방송사·제작사·매니지먼트사 등에 대한 폭로가 나오진 않았지만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게 연예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소수의 최고위층에 힘이 집중돼 있다 보니 이들의 입김에 산업 전반이 돌아간다는 해석이다. 을(乙)의 입장에서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권력층의 어떠한 요구에도 참을 수밖에 없게 된 구조라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한 영화감독은 “할리우드는 연예인들이 직접 폭로에 나섰지만 오늘날 국내의 폭로는 비(非)인기 연예인들이 중심이고 유명 연예인들은 그저 지지선언만 할 뿐이다”며 “이미 권력층의 수혜로 인기스타 반열에 오른 이들은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연예산업은 산업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잡혀있지 않다보니 힘 있는 몇몇 사람의 입김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며 “스타로서의 자질은 타 상품처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울뿐더러 개인이 개인을 평가하는 주관적 영역이다 보니 이러한 폐해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권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폐해를 일으킨 권력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좁은 업계에서 매장될 것을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피해자의 익명 소통 창구 등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주우(47·남·탤런트) 한연노 사무국장은 “명백히 있는 표준출연·전속계약서 조항을 준수하지 않는 방송·제작사가 허다하니 수많은 미성년자 연습생이 피해보고 있다”며 “어른으로서 응당 이들을 보호해야 하기에 한연노는 정부부처와 계속해서 방송사 등 막강한 연예산업 내 권력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슬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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