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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빠진 채 교육하면 망국의 문 열린다
스카이데일리 사설(社說)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6-25 00:02:41
대한민국 국체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영혼의 기둥과도 같은 ‘자유’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2월 초 여당이 마련한 헌법개정안 제4조에서 ‘자유’를 빼는 문제로 논란이 됐던 사안이 이번에는 교육부 발로 불거져 나왔다. 당시 여당은 4시간 만에 없었던 일이라고 하면서 발을 빼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지만 이번에 교육부가 다시 정부와 협의과정을 거친 자유를 뺀 교과과정을 발표해 놀라움을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헌법에서 관철되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교과서로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정황을 보면 의심을 살 구석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헌법 개정 논란이 일던 즈음에 교육과정평가원이 시안을 내놓은데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에 교육부도 ‘교육부의 공식 안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총리와 협의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입장을 돌연 바꾼 것이다. 교육부는 총리와 진실게임을 벌이겠다는 심산인 듯 같은 내용을 두고 전혀 상반된 입장을 보여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스스로 손사래를 치며 부정한 교과서 집필 기준도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발표됐으니 의아하기 그지없다.
 
책임의 한 축에 있는 집권 여당과 청와대도 입장이 모호하다. 여당은 ‘교육부 결정사안이라 입장이 없다’는 식이고, 청와대도 ‘교육부가 고심해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을 뿐이다. 당-청 모두 교육부가 알아서 했으니 우리는 모른다는 입장이 같다. 자유를 뺀 부분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은 시나브로 없다는 점에서 자유를 빼도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빼서는 안 된다는 것인지 정확한 의중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체성을 생각하면 당연히 전자에 무게감이 실린다.
 
앞서 헌법의 경우도 지난 1월 8일 발표된 국회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회 개헌안 보고서에는 제1장 총강 제4조에서 자유가 빠져 있었다. ‘자유민주적’이라는 용어가 ‘민주적’으로 고쳐졌다. 또한 전문에서는 ‘자유민주적 질서’란 표현이 아예 눈에 보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달 교육과정평가원이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에서 자유를 뺀 사실이 공개됐다. 이후 2월 초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와 평가원이 모두 나서 최종안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 시안이 이번에 그대로 행정 예고됐다.
 
이런 정황들을 거듭 살펴보면 여당의 4시간 해프닝이 과연 단순한 실수인지 돌아보게 된다. 당 차원에서 심도 깊게 연구·검토·논의한 사안 중 뼈대이자 핵심이 과연 실수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당시 발표한 인사도 당의 얼굴이라고 할 원내 대변인이다. 또한 자유를 뺀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더욱 넓어진 뜻이라고 친절히 설명까지 달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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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착오로 했다면 정말 씁쓸하게 웃기도 어려운 해괴한 해프닝이 맞다. 하지만 교과서 로드맵은 엇박자 내지 갈지 자(之) 행보를 하면서도 결국 변하지 않았다. 국민 누가 봐도 자유를 빼고자 하는 일관된 의지가 깃든 것으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같은 목소리로 대한민국 영혼의 기둥에서 자유를 빼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대통령 다음으로 국정 수반인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답변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엄숙한 양심의 소리이고 진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이낙연 총리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민주주의에 자유와 권리를 더 강조한 것이다”고 했다. 민주주의보다 자유민주주의가 보다 앞선 개념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문제는 교육부가 정 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는데 있다. 교육부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민주주주의가 내포하는 의미 중 일부의 협소한 의미라고 했다.
 
총리와 교육부의 엇박자는 여전하다. 총리는 교육부 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며 ‘동의하지 않은 것은 정부안이 아니다’고 했지만 교육부는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이 총리도 교육부에서 준비하며 논의가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동의를 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한 진실이 엄정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 교육부 방안이 결정됐다. 교육부 해명을 굳이 해석하면 총리 동의를 받았다는 것이고, 총리는 논의까지는 했지만 동의는 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도무지 말장난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교육부 행정예고는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를 거치면 새로운 역사교과서의 교육과정이 7월말께 최종 확정·고시된다. 우리나라 초·중·고 핵생들은 2년 뒤인 2020년부터 자유민주주의 대신 민주주의로 교육을 받는다. 이는 자구 하나 빠지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식으로 넘길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 건국정정신과 국가수호 정신이 깃든 변할 수 없는 가치인 헌법정신과 다르게 교과서가 바뀌는 것은 국체가 둘로 갈라지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교과서는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헌법 이상 가는 믿음의 대상이다. 교과서에 실린 것을 의심하는 학생들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교과서 영혼이 국체의 영혼과 다르다면 당연히 정체성의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헌법정신이 우선이다. 헌법가치는 그 어떤 경우에도 손상되거나 흔들려서는 안 된다. 따라서 자유를 뺀 교과서 개정은 헌법의 심부에 비수를 꽂아 국가의 영혼을 뿌리째 흔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민주주의는 중세 이후 르네상스와 계몽시대를 거쳐 근대 서유럽 역사에서 태동한 일종의 플랫폼이다. 민주주의 질서에 천부인권의 자유가 깃들지 않으면 주권재민의 완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자유가 삶의 영혼이라면 민주주의 질서는 뼈대다. 국무총리도 국민들을 향해 자유의 가치를 더 두는 발언을 했다. 당연히 교과서 개정은 지금 당장 멈추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체제든 영혼이 빠진 뼈대만 있다면 그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영혼이 없는 민주주의가 과연 의미 있는지 그리고 오래갈 수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자유를 민주주의의 골격 중 그저 하나로 치부하는 교육부는 과연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밥솥인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영혼의 축도 자유다. 자유를 근간으로 한 시장이 부정되면 구시대의 유물로 떨어진 공산주의 플랫폼에 손짓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삶의 축인 사유재산과 자본시장은 자유를 축으로 움직인다. 자유로운 삶에 기반한 경쟁 시스템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오히려 민주주의라는 플랫폼이 수없이 다양하다. 하물며 우리와 체제가 극명하게 상반되는 현대판 왕조세습 전체주의 국가 북한도 민주주의라는 국체를 버젓이 사용한다. 수많은 나라들이 국시는 달라도 민주주의라는 틀을 국민들에게 제시한다. 왕정시대의 우리 선조들도 애민주의에 입각해 백성이 곧 천심이고 천심이 곧 나라의 주인이라고 했다. 지금의 민주주의 정신과 그 정신은 다르지 않다. 결국 민주주의는 플랫폼이기에 영혼인 자유정신이 그 틀의 일부인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 헌법에는 자유와 관련해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그 어떤 경우에도 이들 자유의 본질을 침해 할 수 없다고 못 박아 놓고 있다. 교과서에서 자유를 빼려면 이 모든 자유를 부정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을 전체주의 신독재 국가로 만들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고서는 도무지 교육부의 교과서 행정예고가 나올 수 없다. 교과서 개정이 강행되면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이 맡게 될 미래의 대한민국은 엄청난 정신적 소용돌이에 직면할 것이고, 그로인해 송두리째 흔들릴 국체의 위기는 망국의 문을 여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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