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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 김진강·배태용·이유진 기자]여름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산과 바다로 떠나는 이들로 고속도로는 하루 종일 정체를 빚는 요즘이다. 전국의 각 피서지는 인파로, 공항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런 와중에도 여름휴가를 뒤로 미룬 채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마음 놓고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혹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묵묵히 일터를 지키고 있다.
인산인해 고속도로 휴게소…미소 잃지 않는 청춘들의 땀의 현장
고속도로 휴게소는 여름 휴가철 피서지만큼이나 붐비는 곳이다. 상행선과 하행선이 한곳에 모이는데다 시원한 서해안과 인전해 있는 충남 당진의 행담도 휴게소는 ‘서해안 고속도로의 꽃’으로 불릴 만큼 많은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먹거리·즐길거리가 다양해 여름휴가철 피서지를 오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행담동 휴게소는 식당가 안으로 들어가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원하는 반찬을 골라먹는 자율식당 형태의 매장에는 대기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계산을 담당하는 이민지(23·여·가명) 씨는 정신없이 와중에도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환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 씨는 “비수기에는 손님들이 하루 300명~400명 정도지만 여름철에는 하루 2000명~3000명 정도다”며 “근무시간도 다소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원하는 반찬과 국, 찌개를 선택할 수 있고 여러 명이 먹으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 것 같다”며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바로 옆 24시간 운영하는 식당들도 손님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주방에서 근무 중인 이순옥(59·여·가명) 씨는 “매년 여름이면 손님들이 많아져 정신없이 바쁘다”며 “여름휴가는 휴가철이 끝난 후에나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이 나이에 일할 곳이 있어서 다행이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화장실로 통하는 휴게소 중앙통로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양쪽으로 늘어선 먹거리 매장에 줄을 선 사람들과 화장실을 오가는 사람들로 몸을 운신하기 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한 먹거리 매장 관계자는 “이곳은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여름 휴가철은 대목이라 할 수 있다”며 “이 기간 바짝 일해야 한다. 이까짓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휴게소 건물 정면에 즐비한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대학생 최지영(22·여·가명) 씨는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을 만큼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며 “점심시간 전후로는 마치 전쟁터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가 지나면 진이 빠지지만 그래도 이만한 알바도 없다”며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땀 흘리며 일한다는 것은 사람을 정직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며 “요즘은 내가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고 피력했다. 바쁜 와중에도 질문 하나 빼놓지 않고 답변해 준 그의 얼굴은 일하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재고처리에 쉴 틈 없는 여름 휴가철…“꿈을 이루는 과정이란 생각에 고된 노동도 거뜬”
스카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동대문 신발도매상가’는 가장 값싸고 다양한 최신 신발들을 찾아 전국의 신발소매상들이 몰려드는 국내 최대 도매시장이다. 새벽 3시부터 오후 3시까지 문을 여는 이곳은 모두 4개의 대형건물을 중심으로 약 1000여 개의 도매상들이 입점해 있다.
여성 신발장사는 샌들이 집중적으로 판매되는 4월~7월이 대목이지만 7월~8월도 만만치 않게 바쁜 시기다. 재고물량 처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휴가철이 도매상 직원들에겐 가장 바쁜 시기다.
중국산 저렴한 신발부터 국내제작 수제화까지 다양한 종류의 신발을 찾아 몰려드는 소매상들은 하루 5000여명에 달한다. 전화주문까지 합하면 약 1만 여명의 신발 소매상들이 이곳을 이용한다. 트렌드와 디자인을 중시하는 여성용 구두상품을 판매하지만 일하는 이들은 20대~30대 남성들이 주를 이룬다. 한 매장에 많게는 5~6명의 남성 판매원들이 있는 곳도 있다.
여성구두매장에는 유독 남성 판매원이 많은데는 여성 판매원에 비해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대량의 물건들이 오고가는 만큼 힘쓰는 일이 많은 점도 남성 판매원이 많은 이유 중 하나다. 동대문 신발도매상가에서 일하는 20대~30대 청년들은 약 700여명으로 추산된다. 불경기 탓에 이도 많이 줄어든 수치다.
동대문 신발도매상가에서 흔히 ‘삼촌’이라 불리는 20대~30대 남성 판매원들의 목표는 상당수가 신발도매상을 직접 운영하거나 자신만의 브랜드 신발을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선 국내와 중국 등 해외에서의 신발 제작과정과 유통단계를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트렌드를 제일 먼저 읽을 수 있어 이들의 일하는 태도는 사뭇 일반 직장인과는 남다르다.
신발도매상 'I***'에서 근무 중인 이석진(29·남·가명) 씨는 과거 신발쇼핑몰에서 MD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3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쇼핑몰에서는 상품선정 매입, 매출분석 등의 일을 했었다”며 “어차피 이 계통에서 일을 할 거라면 일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신발은 제작과 판매가 매우 까다롭다”며 “신발 사이즈도 220부터 255까지 다양할 뿐 아니라 구두 모양에 따라 발볼 크기를 어느 정도로 만들어야 할지 굽 높이는 몇 센티가 적당한지에 대한 판단을 정확히 해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소매상들에게 판매할 때는 거래수량이 많을수록 신발의 장단점을 자세하게 설명해야 반품을 막을 수 있다”며 “같은 240사이즈라도 각자 발의 모양새가 다르기 때문에 불편해 하는 손님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반품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매일 새벽 3시에 나와서 오후까지 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며 “친구들과 만난 것도, 가족들과 놀러간 것도 언제인지 모르겠고 집에 들어가면 잠자기 바쁘고 자정 쯤 일어나 씻고 나오니 가족들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이 일에 가장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발도매상 'A**'에서 근무 중인 최문식(28·남·가명) 씨는 지난해까지 ‘사입’일을 하다 올해부터 신발도매상가에서 일하고 있다. ‘사입’은 도매시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소매상들을 대신해 물건을 구매해 주는 일을 뜻한다. 소매상 한 곳 당 보통 3000원 정도의 사입비를 받는다.
최 씨는 “사입일은 한 3년 했다”며 “소매상들에게 구매물품 주문을 받고 동대문도매시장이 문을 여는 새벽시간에 구매한 후 다시 각 소매상에 다 배달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정오 12시까지 일을 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골로 들리는 신발도매상과 친해지면서 신발 도매일을 시작했다”며 “입고된 물건을 운반하고 수량 체크하다보면 온 몸이 땀에 흠뻑 젖기 일쑤지만 나만의 브랜드 신발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꿈을 이루는 시기가 좀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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