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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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과 패션의 1번지로 오랫동안 자리매김 해 온 명동은 ‘사채시장’의 메카로도 유명하다. 현금이 급한 기업들이 어음을 할인해 거래하던 명동 사채시장은 기업들에게 마지막 기댈 수 있는 구원의 땅으로 인식돼 온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명동 사채시장’하면 불법적이고 어두운 일면만을 생각하게 한 배경 또한 이런 맥락에서였다. 하지만 ‘명동 사채시장의 터줏대감’, ‘대부업계의 거물’이라고 이름이 난 최용근 (주)중앙인터빌 대표는 일반인들에게 박힌 이 같은 고정관념을 바꾸게 했다. 약 30년간 명동 사채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활동한 최 대표의 경험과 정보력이 제도권 은행과 기관들에게 공개되자 큰 주목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비공개 정보는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금전적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공개를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최 대표는 정확하고 신빙성 있는 정보를 다수와 함께 공유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의 일을 하고 나섰다. 그는 (주)중앙인터빌을 세운 후 명동 사채시장에서 기업정보에 대한 신뢰성 있는 위상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앙인터빌을 통해 발표되는 ‘인터빌금리’는 일반 시중은행들에게 중요한 지표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주)중앙인터빌의 기업평가 자료는 금감원이 기업구조조정을 하는데 있어 참고자료가 될 정도라고 한다. 언뜻 보면 친근한 ‘명동아저씨’ 같은 인상을 주는 명동 대부업계의 산 증인 최용근 (주)중앙인터빌 대표를 만나 기업분석대가로 성공하기까지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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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근 대표(중앙인터빌) ⓒ스카이데일리
기자가 사무실을 찾았을 때 반갑게 손을 건네며 지어 보인 그의 첫 인상은 차가울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을 확 바꾸게 했다. 서글서글 웃어 보이는 인상에서 인자한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명동아저씨’라고 소개한 최용근 (주)중앙인터빌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최 대표는 “높은 장벽이 둘러쳐진 ‘기업정보’를 스스럼없이 공개해 투명한 금융계를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잘사는 대한민국을 이룰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탁자에 놓여진 차를 건넸다.
현재 최 대표가 일하고 있는 (주)중앙인터빌은 40여 년간의 축적된 노하우와 정보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기업들의 동향이나 자금관련 정보 등을 제공하는 회사다. 제공되는 정보가 기업들에게는 때로 명운이 달린 예민한 내용들이라는 점에서 그 노하우가 범상치 않게 다가왔다.
대부업 중에서도 ‘어음할인’ 분야에 잔뼈가 굵은 최 대표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여러 회사들의 최종 종착지가 ‘명동’이기 때문이라며 정보의 정확성에 대해 자신감을 표했다.
그는 “자금이 급한 기업들이 명동을 찾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꼭 기업의 미래 가치를 판단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자금지원 유·무를 결정하는 것이 대부업계가 해야 할 일이다.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에 대한 정보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 대표는 자신의 인생 경험과 금융 관련 노하우를 담은 책을 발간했다. ⓒ스카이데일리
“저는 (주)중앙인터빌을 통해 약 30년간 제가 직접 보고 몸소 느끼며 얻은 정보를 은행이나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개해 부실투자의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을 줍니다. 조금 더 나아가 기업들의 생명력을 연장시켜 다 같이 잘사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희망사항입니다”
택시기사·고물장사·건설업 등 온갖 경험 ‘인생의 쓴 맛’
젊은 시절 최 대표의 직업은 대부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많은 재산을 물려받지도 않았다. 농촌 출신인 그는 오히려 농촌의 가난함과 척박함을 피부로 절절히 느끼면 유년시절을 보냈다.
“전북 익산시 함라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4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에 6·25를 겪으면서 추운 겨울에도 밑 터진 바지를 입고 지냈고 그 과정에서 두 동생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성장기에 이처럼 힘든 시절을 겪으며 자란 그는 군 제대 후 곧바로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생계가 많이 어려웠다. 아이가 생기면서 분유 값 마련이 가장 큰 고민이었을 정도로 곤궁했기 때문에 호구지책으로 삼을 만한 일을 막무가내 해야 했다.
이 곳 저 곳을 방황한 끝에 택시기사 일을 시작하기 위해 당시 미아리에 있던 ‘경향운수’에 찾아가 일자리를 구했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 최 대표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뒤에도 택시기사·고물장사·건설업 등 온갖 경험을 했다고 말하며 힘들었던 시절을 물끄러미 회상했다. ⓒ스카이데일리
“당시만 해도 택시회사에 입사해 기사로 취직하는 문턱도 턱없이 높았습니다. 뒷배경이 든든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일 정도였죠. 어디 하나 비빌 언덕조차 없던 저로써는 앞날이 막막했어요. 하지만 추운 겨울에도 대신 세차해 주고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면서 간신히 ‘스페어 기사’(휴무일 기사를 대신해 운전하는 사람)로 취직 됐습니다”
하지만 운전이 초보였던 그에게 택시기사는 녹록치 않았다. 최 대표는 결국 모아놓은 돈으로 삼륜차를 한 대 구입해 화물운임을 시작했지만 이 또한 오래 하지 못했다.
삼륜차에 짐을 잔뜩 실고 다니다 보니 항상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위험에 비해 그다지 높은 수입을 얻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 속옷, 양말 등의 물건 등을 양품점에 대주고 수금하는 일을 했는데, 그 일 역시 점포주들이 결제를 지연시키는 통에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이런 와중에 아는 지인의 소개로 고물상에서 ‘베어링’을 납품받아 팔게 됐다. 이 일을 한 이후에는 월세 방에서 살다가 30만원 짜리 전세로 옮기고 약간의 금전적인 여유까지 생겼다.
“베어링 판매를 할 때 물건을 대주던 고물상 주인인 박 사장과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베어링 판매 일을 처음 할 당시 kg당 300원에 납품을 받고 물건을 팔기 위해 청계천으로 갔습니다. 300원 짜리 물건을 청계천에 가져가니 2500~3000원은 받았습니다. 이건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저는 폭리를 취했다는 자책감에 이익금을 박 사장에게 모두 돌려줬습니다. 하지만 양심적인 저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는지 박 사장은 그 후로 저에게 자신의 고물상에서 나오는 베어링을 모두 저에게 대줘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은 후 한동안 최 대표의 별명은 ‘베아링 최’로 불렸다고 한다.
그 후 여유 돈을 투자해 트레일러 운전을 배워 면허를 취득했다. 최 대표는 실전 운전 경험 없이 면허만 취득한 채 당시 ‘꿈의 땅’이었던 중동의 건설현장으로 떠났다.
‘중동 붐’이 일던 1975년. 이란으로 간 최 대표는 운전 실력이 미숙해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카츄사로 복역하며 배운 영어실력을 인정받아 관리직에 발령받게 됐다.
황량한 중동 땅에서 사고가 많은 트레일러 운반 작업은 큰 꿈을 품은 채 중동으로 건너 온 다른 많은 한국인들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관리직에 있었던 최 대표는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면서 아낌없이 보살펴 주었다.
중동에서 당시 돈 700만원(은행원 초봉이 3만원 시절. 서민주택 한 채 값이 300~500만원 정도 했음)을 쥐고 한국으로 돌아온 최 대표는 뿌듯한 마음으로 무역사업에 발을 들였지만 손해만 본 채 물러서고 말았다.
그 후 강남 개발이 한창 진행돼 ‘부동산 붐’이 일었을 시기에 최 대표 또한 사무실을 내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부동산 개발 붐’이 일었다고 해도 경험이 없던 그에겐 쉽사리 성공이 보장되지 않았다. 더욱이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 주변에 사무실을 냈지만 7~8개월 만인 1978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인 ‘8.8조치’가 발효되면서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다.
벼랑 끝 심정을 품고 명동으로 향하다
중동에서 돌아온 후 연이은 좌절을 맛본 최 대표는 “이왕지사 망할꺼면 상권의 메카인 ‘명동’가서 망하자”라는 다짐을 안고 명동으로 향했다.
▲ 최 대표는 명동 사채시장에 발을 들인 후 새로 바꾼 구두굽이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달아 없어질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
“몇 일간 명동을 기웃거리던 중 고교동창을 만나 귀가 번뜩일만한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공장들이 물건을 납품하면 납품받는 회사에서 현금 대신 어음이란 것으로 결제를 해주는데 이런 쪽지 같은 것을 돈 많은 이북(북한출신) 노인네(전주)들이 많이 사간다는 소리였습니다. 어음을 사가는 이유가 어음을 현금으로 바꿀 때 이자를 떼고 주는데, 그 이자를 얻기 위해 어음을 사간다는 것 이었습니다”
‘돈을 버는 이치’에 대해 크게 느끼게 된 최 대표는 친구를 통해 전주들이 자주 다니는 동선을 파악하는 등 본격적으로 명동 대부업계에 발을 담갔다.
새로 바꾼 구두굽이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닳을 정도로 열심히 뛴 끝에 ‘어음할인 소개업(속칭 딱지장사)’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서게 됐고, 일정 수준의 고객층(어음할인을 맡기는 기업)을 확보했지만 문제는 확보한 어음을 모두 소화할 수 없는 한계점이 찾아온 것이다.
“당시 수많은 기업에서 어음이 들어오지만 기업어음에 대한 심사나 분석을 할 만한 능력이 없었고 어음을 소화해 낼 전주를 찾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사실 단순히 중계업무만 생각하면 부도가 예상돼도 전주에게 넘기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돈을 대는 전주들 입장에선 몇 개의 기업만 정해놓고 상대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에 모든 기업들의 어음을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돈을 가진 사람들은 의심이 더욱 많았습니다”
결국 그는 전주에게 안전한 어음으로 신뢰를 쌓고 어음유통을 더욱 활발히 하기 위해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수집한 정보를 통해 기업을 평가한 뒤 할인유무 및 적정금리를 정했다.
경험과 노하우 쌓은 정보 바탕 위에 시스템 공유
▲ 명동이야 말로 ‘대한민국 경제의 현장’이라고 말하는 최 대표는 30년 간 쌓인 경험과 지식을 통한 정보를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 대표는 명동의 사채시장은 태생적으로 어두운 면이 상존하는 곳이고, 현재도 그 같은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음지에서 벌었지만 양지를 지향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비록 일부 불법 대부업체로 인해 사금융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팽배했지만 최 대표는 스스로 시대의 변화에 대비했고 본인이 가진 능력이 국익을 위한 일에 쓰일 것 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1999년, 그는 오랜 기간 동안 품어온 신념을 바탕으로 30년간 축적된 정보와 노하우를 이용해 기업 신용평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주)중앙인터빌’을 설립했다.
“실물경제, 바닥경제 등으로 불리는 명동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경제의 현장’ 입니다. 이곳에서 쌓은 30년의 경험과 정보력을 보유한 저에게 정보를 요구하는 이들이 증가했고 저는 좀 더 다각적이고 실질적인 서비스를 요청받았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폭 넓은 시장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해 투자자들의 위험관리 및 상황대처 능력을 향상시켰습니다”
이후 최 대표 스스로 습득한 노하우와 과거의 기억을 통해 체계화된 정보시스템을 구축했고 그의 정보는 시중은행은 물론 금융감독원 등의 국가기관에서까지 중요하게 이용됐다.
결국 ‘음지에서 벌었지만 양지를 지향한다’는 그의 신념이 현실화가 된 것이다.
현재 (주)중앙인터빌의 정보력은 체계화 돼 ‘인터빌금리’를 만들었고 금융기관 등의 대출심사업무 등에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또한 그가 보유한 기업 정보는 금감원이 기업구조조정을 하는데 있어 우수한 참고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최 대표는 지금의 상황에 머무르지 않고 여전히 직원들과 함께 직접 발로 뛰며 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매일 같이 최신화 된 정보를 반영한 기업평가 결과를 내놓고 있다.
“‘기업평가’라고 하는 것은 결국 정확한 정보와 자료의 신빙성에서 나옵니다. ‘인터빌금리’는 대한민국 금융계 전반에 걸쳐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현재의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로 뛰는 경제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사)기업가치평가협회’ 통해 ‘부의 공유’ 실천
▲ 최 대표는 ‘부는 공유돼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사)기업가치평가협회’를 설립했다. 기업가치평가협회원들과 함께 있는 최 대표(아랫줄 중앙)의 모습. <사진=기업가치평가협회 제공>
최 대표는 (주)중앙인터빌의 성공을 발판삼아 ‘(사)기업가치평가협회’를 설립했다. ‘부는 공유돼야 한다’는 그의 두 번째 신념이 또 한번 현실화 되는 순간이었다.
(사)기업가치평가협회는 교육, 연구, 컨설팅 경영자문 등 최고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협회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최 대표는 “확고한 명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의 경제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뚜렷한 목적을 띈 단체다”라고 설명했다.
협회를 이끄는 주축 인원에는 최 대표를 포함해 백봉기 숭실대 교수, 이영석 회계사 등 금융관련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협회는 회원 및 회원사의 경영 애로사항 문제해결과 경영전반에 대한 조언을 실시하고 기업재무자료 및 가공된 금리를 제공한다.
또 M&A, IPO, 자산재평가, 신주발행 등의 가치산정에 따른 기업가치평가는 물론 회원사 및 일반기업의 가치평가도 함께 실시한다.
▲ 최 대표는 협회를 통해 기업가치 평가를 위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교육생들 앞에 직접 나서 강의를 하고 있는 최 대표의 모습. <사진=기업가치평가협회 제공>
아울러 협회의 노하우와 경험, 정보 등을 공유해 미래의 금융시장을 이끌어 갈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에 기업가치평가사(BV) 양성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기업평가는 단순히 대출금리, 어음할인율 등을 따지는 작업이 아닙니다. 기업을 평가함으로써 그 기업의 경쟁력을 확인하게 되고 기업은 평가를 의식해서라도 경쟁력을 키우게 될 것입니다. 이는 나아가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저희 사단법인 기업가치평가협회는 큰 비전으로 ‘한국의 무디스’, ‘한국의 S&P’ 등을 보고있습니다. 대한민국 실정에 맞는 금융산업을 이룩할 수 있도록 기여해 경제발전에 주춧돌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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