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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외교무대에선 외면하면 외면당한다

한대의기자(duhan@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2-26 00: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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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대의 정치·사회부 기자
이달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제46차 유엔인권이사회 고위급 분과회의가 열렸다. 전 세계 국가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내홍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열린 회의여서 화상으로 진행됐다. 어디서든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참석할 수 있는 이 자리에 유독 우리 외교부 장관만 불참했다. “업무 숙지가 안 됐다”는 이유에서다.
 
50년 숙련된 외교관이, 그것도 제네바에서 대표부 대사까지 역임(2001~2003)했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업무숙지가 안돼서 불참했다는 것은 납득시킬 만한 이유가 못 된다. 정 장관은 외교 분야뿐 아닌 외교안보통일 분야를 총괄해온 베테랑이다. 그러기에 정 장관의 이러한 행동은 결국 북한과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매해 북한 인권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북한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한다. 주요국 장관들은 직접 북한 인권을 비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에는 신장위구르 및 홍콩 등 중국의 인권 침해 문제도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논하는 가장 권위 있는 무대에 대한민국 장관의 불참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문제다.
 
한편으론 정 장관 대신 외교부 차관이 참가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일부 여론도 있다. 그러나 북한 인권을 다루는 유엔 무대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빠진 것은 현 정부 들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몇 년간 북한과 중국의 인권문제와 관련된 국제사회 움직임에 잇따라 불참해왔다. 이것은 업무숙지가 안돼서 빠진 것이 아닌 문 정권의 외교 노선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내내 개성공단 재가동은 대북제재로 멈춰버렸고, 그나마 성과라 내놓을 수 있었던 남북연락사무소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날아갔다. 남북미 관계를 이끈다던 ‘운전자론’도 폐기처분된 상황에 북한 인권을 바라보는 현 정부의 고뇌가 깊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아마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지 외면하고 싶을 것이다.
 
실제 이날 정 장관 대신 연설한 최종문 차관은 “정부는 북한 인권 상황에 예외 없이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도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로 인해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한 관심이 방해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은 외면한 채 북한 정권을 살리는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한다는 입장만을 강조했다.
 
물론 인도적 지원으로 북한에 쌀과 생필품을 보내는 것은 우리 국민들도 찬성한다. 하지만 주고도 뺨 맞는 짓은 하지 말자는 것도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국제 사회도 마찬가지다. 북한 인권문제는 북한 인권문제이고, 인도적 지원은 또 다른 문제이다. 하지만 주겠다고 해도 받지 않는 게 바로 북한 정권인데, 그렇게 쇼만 해서 얻을게 있다고 생각하는 현 정부가 오히려 걱정이다.
 
기원전 5세기를 살았던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외교에 관해 이런 말을 남겼다 한다. “강한 나라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한 나라는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한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참고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우리가 북한 인권을 무시하면 무시할수록,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도 우리를 무시할 것이다. 이것이 외교세계에서의 냉혹함이라는 것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현 정부는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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