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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차질 빚는 정부 부동산 공급정책(下-사전청약)

성난 부동산 민심 기름 붓는 입주일 기약 없는 신도시 주택살포

신도시 사전청약 불구 집값 폭등에 추가 물량 쏟아내

청약기준 완화로 흥행유도 했지만 국민 신뢰 못 얻어

“사전청약 반짝효과 그칠 것, 급한 불 끄는 속내 궁금”

기사입력 2021-09-14 00:07:00

▲ 올해 7월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정부는 사전청약 물량을 대폭 늘렸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스카이데일리
 
정부가 집값 안정화 카드로 야심차게 내놓은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이 시작됐음에도 서울·수도권의 집값 상승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사전청약 물량이 집값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많지 않다는 판단 하에 물량을 대폭 늘렸음에도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정부의 사전청약 확대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이 지속되는 이유로는 신도시에 대한 낮은 국민 신뢰도가 꼽힌다. 사업지 전체가 아직 사업 첫 삽도 뜨지 못해 입주 시기가 불투명한데다 현 정부의 임기 종료 이후에는 각종 인프라 조성 등의 계획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크다는 판단이 국민 뇌리에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전청약 물량만 대폭 늘리는 것은 어떻게든 집값폭등 과실을 덮으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후에 생겨날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일단 ‘덮고 보자’ 식으로 사전청약을 늘리는 행보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신도시 사전청약에도 집값상승 여전…원인 분석 없이 물량 쏟아내기 급급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 거품이 가득하다고 판단한 문재인정부는 집값 안정화 정책으로 수도권 신규택지 조성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정책을 펼쳤다. 그 일환으로 수도권에 서울 도심까지 30분 안팎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에 신규택지를 조성하는 내용의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수도권 주택으로 쏠리는 매수세를 진정시켜 집값 추가 상승을 막겠다는 복안이었다.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한 뒤 정부는 거듭해서 매수를 멈추고 기다리라고 강조했지만 집값 상승세는 그칠 줄 몰랐다. 급기야 올해 1월엔 아직 첫 삽조차 뜨지 않은 3기 신도시에 대해 ‘사전청약’을 실시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정부는 공급대책의 효과를 앞당겨 주택 공황구매를 해소시키면 집값 상승세가 멈출 것이라고 자신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그러나 올해 7월 사전청약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이 본격 시작됐던 7월 넷째 주 서울의 아파트는 0.18% 상승했으며 지난달 △첫째 주 0.20% △둘째 주 0.20% △셋째 주 0.21% △넷째 주엔 0.22% 등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달리 서울·경기도 아파트 가격 상승이 계속되자 정부는 서둘러 추가 대책을 내놨다.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이유가 시장에 내놓은 물량 부족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사전청약 대상을 공공택지 내 민간 시행사업, 공공사업까지 넓혀 10만1000호의 사전청약 물량을 내놨다.
 
그 결과 사전청약 물량은 당초 6만2000호에서 16만3000호로 늘어났다. 수도권 신규택지 민영주택에서 8만7000호, 2·4 대책 사업 주택에서 1만4000호 등 총 10만1000호로, 이 가운데 7만1000호가 수도권에 공급된다. 이를 위해 신규택지 가운데 민간에 매각하는 토지는 사전청약 공급을 의무화하고 이미 토지를 매입한 민간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전청약을 유도하기로 했다.
 
사전청약 물량이 대폭 늘어났지만 매수심리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 부동산이 조사·발표한 주간 KB 주택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30일) 서울의 주택매수심리(매수우위지수)는 108로 나타났다. 전주(23일)보다 4.2포인트(p) 하락한 수치이긴 하지만 여전히 100을 넘는다는 점에서 집값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매수심리는 100을 기준으로 이상이면 매수세가 강하다는 의미고 이하면 그 반대다.
 
“무리한 사전청약 흥행몰이 결국엔 집값에 기름 부을 것…일시적인 미봉책 의도가 궁금”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지속적인 사전청약 물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수세가 꺾이지 않는 이유로 주택공급 대책에 대한 낮은 국민 신뢰도를 꼽고 있다. 3기 신도시 사업지 전부 첫 삽도 뜨지 못한데다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신도시 주변 인프라 조성 계획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어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수요자들이 사전청약 물량에 통장을 던질 수밖에 없도록 정부가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까지 틀어막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사전청약을 신청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정부의 사전청약 물량 확대와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서울의 아파트 매수세는 소폭 떨어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입주 지체가 불가피한 이상 향후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카이데일리
 
올해 결혼한 김재준(30대·가명) 씨는 “모아둔 돈으로 주택을 구해보려고 이리저리 알아봐도 서울에서 모아둔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은 없다”며 “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매수 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엔 대출도 막아 놨으니 사전청약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성준명(30대·가명) 씨는 “정부가 사전청약 물량을 대폭 늘리고 청약기준도 완화하며 3기 신도시 청약을 유도하고 있지만 현재 신도시 토지보상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라 선뜻 투자하기 꺼려진다”며 “기존 주택이라도 매수해서 불안감을 잠재우고 싶지만 이조차도 못하게 막아 놨으니 수요자로서는 점점 더 궁지에 몰리는 느낌이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무래도 우리 같은 무주택자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무주택자들이 점점 궁지로 몰릴 경우 일시적으로 매수세가 꺾일 순 있겠으나 입주 시기 지연이 불가피한 이상 중·장기적으로 매매시장의 폭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결국 사전청약 물량 확대와 대출 규제는 무주택자를 궁지로 내몰아 일시적인 집값 하락을 유도하는 효과 외엔 별 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상식적으로 뻔한 결과를 두고 일시적인 집값 하락책을 펼치는 의도 자체가 궁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사전청약이 진행됐는데도 불구하고 집값이 안 잡히자 놀란 정부가 물량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며 “사전 청약 물량만 늘리면 매매시장이 안정될 수 있으리라 판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주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언제 입주할지도 모르는 신도시 아파트를 사전에 청약하면 지금의 전세난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고 결국 매매 가격을 밀어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사전청약을 지금에 무리하게 늘리는 것은 시장 안정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이야 사전청약 물량을 대폭 늘리고 대출까지 막아 어쩔 수 없이 청약 통장을 던지지만 결국 입주가 늦어지면 사전청약을 포기한 이들이 대거 매매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며 “이러한 결과는 부동산에 대해 조금만 알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라 정부가 이를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출을 막고 청약 물량을 늘려 단기적 성과를 내려는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그 의도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배태용 기자 / sky_tyb , tybae@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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