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 리더십 한계 드러낸 하나생명 김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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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하나생명보험 리더십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09 00:02:20

올 상반기 하나생명보험(하나생명)의 순이익 규모는 20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한 수치다. 나아가 하나생명은 3분기 누적순익도 228억원에 그치며 ‘역성장 행진’을 지속했다. 하나생명의 지난해 3분기 누적순익은 257억원이다. 올해 하나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중 역성장을 기록한 곳은 하나생명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은 3분기 역대 최고실적을 달성하면서 올해 ‘3조 클럽’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비은행 부문의 실적 호조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3분기까지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누적순익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1.5배 가량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3분기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실적 기여도는 전년 동기 대비 4.7%p 상승한 36%로 집계됐다. 하나생명의 실적부진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올해 생명보험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생명의 실적 부진은 유독 뼈아프게 다가온다. 생보업계 ‘빅3’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삼성생명은 올해 상반기에 1조164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71.6%나 확대된 규모다. 교보생명은 40% 증가한 6104억원, 한화생명은 42.7% 늘어난 2508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화생명은 3분기에도 전년 대비 57.5% 증가한 10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주요 생보사들의 실적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서도 유독 부진했던 하나생명은 시장 점유율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뿐만 아니라 하나생명은 실적 부진 외에도 건전성과 수익성 지표가 모두 악화됐다. 상반기 하나생명의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은 172.76%로 지난해 상반기 205.16%에서 32.4% 하락했다. 업계 평균인 272.92%에도 크게 모자란다.

RBC비율은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발맞춰 주요 생보사들은 RBC 비율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생명은 업계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영업이익률과 자기자본수익률(ROE) 등 수익률 지표도 악화됐다. 상반기 하나생명 영업이익률은 1.97%로 전년 동기(5.35%) 대비 3.38% 하락했다. ROE는 2.04%로 전년(14.04%) 대비 12%나 떨어졌다. ROE는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를 보여준다.

수익률 지표 하락의 이유에 대해 하나생명 측은 지난해 발생했던 특별배당수익 등이 올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본업인 보험사업 자체는 ‘선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나, 하나생명이 안정적 이익을 거두는 덴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일부 개선됐다고 해도 실질적인 성과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나생명의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나생명을 이끌고 있는 김인석 대표이사(사장)을 향한 자질론이 불거져 나온다. 지난해 하나생명 대표를 맡기 시작한 이래로 특별한 성과는 내지 못한 채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이유 등에서다. 특히 그의 보험업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도 김 사장을 둘러싼 자질론에 무게를 싣는다.

김 사장은 1982년 외환은행에 입사한 후 하나생명 대표를 맡기까지 줄곤 은행권에 종사했던 인물이다. 하나생명 대표 선임 직전 해에도 그는 KEB하나은행 중앙영업2그룹장 부행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생보사 업무와 관련된 경험과 전문성이 크게 떨어짐을 시사한다. 당초부터 생보사 경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배경이다.

‘비전문가’의 한계를 보여주듯 김 사장은 하나생명의 실적부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세부지표마저 악화됐으니 미래성장을 위한 토대를 제공했다고도 보기 어렵다. 취임 직후부터 디지털역량 강화 및 관계사와의 시너지 창출 등에 힘써온 점이 눈길을 끌지만 이 정도만으론 회사 청사진을 그려놨다는 평가를 받기 힘들다.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이변이 없는 한 하나생명의 올해 이익규모는 역성장이란 기록을 남길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최대실적 등을 기반으로 축포를 쏘아 올릴 때도 하나생명은 구석에서 어색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의 연임 가능성은 무척 낮게 점쳐진다. ‘비전문가’ 김 사장은 임기 끝까지 회사에 부담을 남기고 떠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하나금융그룹이 김 사장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성과·능력주의에 입각한 인사가 우선돼야 한다. 물론 김 사장도 지금까지의 성과를 인정받아 하나생명 대표에 오른 것이겠지만 그 성과는 어디까지나 은행업에 한정된다. 은행을 떠난 김 사장은 성과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에게 불편함만 남는다. 인사가 곧 만사다. 김 사장이 스스로의 역량을 백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찾는 게 하나생명뿐 아니라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부문 강화에도 실익이 커보인다.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