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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맹기의 언론 톺아보기]

슬픈 ‘따옴표 저널리즘’ 시대

기자들 ‘심리적 트라우마’ 기승

언론 영세화로 정론 보도 주저

공적 논쟁거리 사실 보도해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4-19 21:53:38

▲ 조맹기 서강대 명예교수·언론학
 
한국의 기자들이 갈수록 심각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통제할 수 없는 변인이 많아지고, 경제 환경과 기자의 취재 활동 영역이 맞지 않아서 일어난다. 반도의 상황은 이를 더욱 부추긴다. 이럴 때일수록 그 경향에 면밀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걸 피하는 지름길의 하나로 기자는 손쉽게 따옴표 저널리즘경향을 보이게 된다.
 
문재인정부는 자유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뿐만 아니라 언론의 존재 목적인 환경 감시 기능까지 무력화시켰다. 정치는 사회 통합이 목표가 돼야 한다. 그러나 문 정부는 5년간 사회 통합은커녕 이념과 코드 정치로 일관했고, 스스로 굴러가는 게 미덕인 경제에까지 권력이 개입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공권력을 동원해 정치와 경제를 함께 독점했다.
 
공산주의식 문화와 언론의 기능이 눈앞에 전개됐다. 자유주의·시장경제에 기반한 헌법 체제가 무너지고 언론은 발붙일 곳을 상실하고 말았다. 더욱이 어설픈 좌파가 만연한 우리 사회는 자본가 혐오증까지 더해 언론의 물적 토대를 잠식시켰다. 언론사의 영세화·황폐화는 1987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수용 때까지 기승을 부렸다. 노태우·김영삼정부 때 수많은 언론사가 생겨났다. 1990년대 인터넷 활성화로 서구는 빅테크 등 소통기구의 대형화로 치달았지만, 국내는 오히려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정부는 공영방송조차 프로그램의 외주화를 부추겼다. 영향력 있는 매체 쪼개기에 나선 것이다. 정부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정책이 한몫을 했다. 김대중정부는 2001년 신문고시제를 도입해 언론사가 규모를 키우지 못하게 했다. 지역 언론사들은 궁여지책으로 바른지역언론연대를 꾸려 대응했다. 작은 매체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기사와 칼럼을 서로 교환하며 버텼다.
 
글로벌 세상이 되면서 SNS를 통해 아무나 기자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수용자 지위에 있던 독자도 댓글·메일·전화를 통해 기사를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흐름에 맞서 각 언론사도 기본 덩치가 필요해졌다. 또한 언론인은 널려 있는 기사거리를 취합하고, 그 기사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게 됐다. 편집자의 기능이 그만큼 절실하게 된 것이다. 이 기능을 강화시키면 당장 책임 문제가 대두된다. 이때 기자뿐만 아니라 편집자도 따음표 저널리즘을 선호하게 된다.
 
따옴표 저널리즘은 언론이 사회적 이슈가 된 공적 논쟁거리를 다루면서 어떤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는 형태다. 예컨대 민주당이 이렇게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저렇게 주장했는데, 우리(언론)는 누가 옳은지 모르니 판단은 당신(독자)이 하라는 식의 보도 태도다.
 
독일 언론학자 뷰허는 따옴표 저널리즘을 자제하도록 기자들을 교육하면서 기자뿐만 아니라 공공 서비스에 종사하는 모든 이는 매일 끊임없이 중요한 판단을 하기에, 그들에게 항상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공적 기금으로 편집자들을 교육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실제 기자는 때로 체제를 바꾸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사회 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1987년의 6·29선언은 중앙일보 신성호 기자의 1단짜리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라는 기사에서 비롯됐다. 이번 3·9 대선에서 결정적으로 윤석열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 준 것은 20218월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기자의 이재명 후보님!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기사에서 시작됐다.
 
대장동 부패 카르텔로 권순일 대법관·박영수 특검·곽상도 전 의원 등의 비리 사실이 폭로되었고, 문재인정권의 치부가 드러났다. 이 기사는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중 한 사람의 이재명 후보가 부정부패 세력과 결탁해서 엄청난 부를 챙겼다라는 제보에서 시작되었다. 보도가 나가자 화천대유측 변호사가 기사가 가짜다. 내리지 않으면 10억의 피해를 봤으니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 하겠다라고 협박했다. 실제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과 인터넷 게시 금지 및 가처분 신청 소송이 벌어졌다.
 
따옴표 저널리즘문화에서 불가능한 일을 박종명 기자가 혼자 해낸 것이다. 그는 선거판을 바꿨다. 그러나 실제 언론사들의 현실은 암담하다. 언론사 재정 상태가 열악하니 기자들의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작은 언론사 소속인 박 기자에게 거금 2억원이 어디 있겠는가. 영세 언론사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계속 벌어진다. ‘따옴표 저널리즘은 갈수록 각광을 받을 것이다. 저널리즘 위기가 온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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