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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이의 군사이슈

진화하는 북한의 통일전선전략

북한의 대남혁명 통일전선전략에 적극 대비해야

북, 전통적 방식에서 사이버 공간으로 전술 확대

민족 앞세운 담론투쟁으로 친북·반미 전선 구축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5-12 08:58:21

 
▲ 박정이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예)육군대장.
공산당의 우회공격 수법이 ‘통일전선’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혁명전술로 강조되게 된 것은 1921년 6월 제3차 코민테른 세계대회에서 블라디미르 레닌이 제시한 ‘통일전선에 관한 테제’가 채택되면서부터다. 요컨대 통일전선이란 공산당이 일정한 혁명단계에서 주적을 타도하는 데 공산당 세력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할 때 필요한 동조 세력을 확보하고 그들과 잠정적인 동맹관계를 형성해 투쟁하는 것을 말한다.
 
일찍이 레닌은 “너에게 3개의 적이 있거든 그중 둘과 동맹해 하나를 타도하고, 나머지 둘 중 하나와 동행해 다른 하나를 타도하고, 마지막 하나는 1대 1로 대결해 타도하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통일전선전술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한 경구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북한은 이른바 ‘남조선혁명’의 성격에 대해 “미제 침략자를 반대하는 민족해방혁명인 동시에 지주·매판자본가·반동관료배 및 그들의 파쇼 통치를 반대하는 인민민주주의 혁명”으로 규정하는 한편,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혁명의 주력군과 보조역량을 잘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혁명의 주력군은 노동자·농민이며 보조역량은 계급적으로 이중성을 지닌 중간계층, 곧 진보적인 청년학생과 지식인, 일부 애국적 민족자본가와 도시 소자산계급 등이다. 이 보조역량을 편성하는 것이 바로 통일전선 형성이다.
 
김일성도 “우리는 북에 있건 남에 있건 해외에 있건 무조건 통일전선을 해야 한다. 통일전선만이 우리 민족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통일전선의 필요성을 누누이 역설했다. 북한은 광복 이후 통일전선을 남조선혁명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단순히 전술적 차원이 아닌 전략적 과제로 격상시켜 이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실제로 북한은 남한 혁명인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성사시키기 위해 광범한 각계각층의 군중과 통일전선을 이룩하는 것은 혁명 승리의 필수적인 담보가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곧 미제를 축출하고 현 정권을 타도하는 데 남한 내에 존재하는 공산(좌익) 세력의 힘만으로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비록 공산 세력이 아닐지라도 미국과 현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단체나 세력을 규합해 이들의 힘으로 현 정권을 타도하고 그들의 정권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전술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통일전선 조직 원칙은 △하층 통일전선을 위주로 하되 상층 통일전선을 유기적으로 결합 △낮은 형태의 공동투쟁에서 높은 형태의 공동투쟁으로, 부분적인 연합으로부터 전반적인 연합 실현 △전략적 동맹대상과 전술적 동맹대상을 엄격히 구별해 양자를 적절히 연합 △통일전선 대상이 보잘것없이 영세한 역량이라 할지라도 무시하지 않고 한 사람이라도 더 쟁취 △정세 변화에 따라 조성된 여건에 맞게 신축성 있게 적응 △반미·반파쇼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인 사람은 과거를 불문하고 포섭 △지하당 사업과 통일전선 사업을 엄격히 분리해 공작하는 것 등이다.
 
북한은 남한 혁명을 위한 통일전선으로 1949년에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을 결성한 바 있고, 이후 ‘반미구국통일전선’ ‘반파쇼민주연합전선’ 등의 구축을 외치며 1980년대 ‘한국민족민주전선’을 위장 출범시켰다. 1990년대에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등을 결성해 투쟁을 전개했고,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의 발전으로 전통적 방식에서 사이버 공간 등으로 통일전선 전술을 확대하고 있다.
 
북한이 통일전선 전략전술을 시행하면서 정치심리전을 병행한 것은 해방 직후부터라고 할 수 있으며, 김정일시대에 들어선 후 그 기조와 공작 내용, 수단 등이 고도로 정교화됐다. 친북·종북 세력의 양산을 목적으로 북한노선을 찬양하는 범주가 있는가 하면, 한국 사회의 모순을 부각시켜 반(反)대한민국적 정치문화를 조성하는 범주가 있고, 반미의식을 고취하는 데 주력하는 범주가 있다.
 
통일전선론과 정치심리전은 민족을 앞세운 담론투쟁을 구사해 사악한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 민족담론투쟁은 민족 개념이나 민족주의 정서를 동원한 논쟁을 통해 정치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이제 민족담론투쟁은 ‘우리민족끼리’ ‘민족공조’라는 두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이는 민족을 내세워 한국 내 친북·반미 전선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민족 대단결을 강조함으로써 민족주의 주도력을 확보하고 남남 갈등을 조장하며 한·미 공조론을 무력화하고 주한 미군 철수를 유도하려 한다. 아울러 반대한민국 정서를 고취하고 반보수 투쟁을 지원하며, 한국 내 안보 의식을 와해시키고 친북 정서를 조장하려한다.
 
북한의 정치심리전은 레닌과 모택동이 공산주의 혁명을 달성하기 위해 발전시킨 통일전선 전략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 정치심리전 공작은 ‘하층 통일전선’과 ‘상층 통일전선’의 양 공작사업과 연계돼 전개되고 있다. 북한은 하층 통일전선을 통해 민족기획 코드에 동감하는 우군을 확보하고, 나아가 정당과 국회를 통한 상층 통일전선을 전개해 나간다. 북한의 통일전선 전략전술은 대한민국 국민의 사상 개조를 위한 하층 통일전선과 한국 제도권 정치 속의 특정 연대를 목적하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상층 통일전선으로 내닫고 있다.
 
현재 김정은이 구사하고 있는 통일전선의 양태를 보면, 북한은 문재인정부와 최상층 통일전선에 주력해 결국 북한 의도대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등을 이끌어냈다. 이는 하층 통일전선을 기반으로 상층 통일전선을 전개하라는 통일전선 원칙에 비춰보면, 이미 1990년대 우리 사회 내부에 집중적으로 형성된 하층 통일전선과 중간층 통일전선의 성과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북한은 남북 당국자 회담도 대남 전략 관점에서 통일전선 중 상층 통일전선으로 간주하며,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및 부속 군사 분야 합의서를 최상층 통일전선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한다. 최상층 통일전선의 성공은 결국 안보수사 당국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이 북한에 우호적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정책을 수립하고 따르게 한다.
 
김정은은 자기 시대에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 공작이 하층-중간층-상층에 걸쳐 완성되는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할 것이다. 결국 일련의 남북 관계가 겉으로는 순조롭고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평화를 지켜낼 물리력인 군과 안보·수사 기관들이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의 전략적 남북 공조 앞에 무력화되고 있어 안보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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