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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경색된 회사채 발행

치솟는 금리에 얼어붙은 회사채 발행… 기업 자금조달 ‘비상’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 8.5조… 전년 동월比 2배 줄어

기관투자자 회사채 수요 줄고 미매각 사례도 잇달아 발생

자본연 “저신용 기업 자금조달 수단인 사모사채시장 살펴야”

기사입력 2022-05-12 00:07:01

▲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회사채(무보증 3년) AA’의 평균 금리는 연 3.80%로 작년 말(연 2.42%)과 비교해 넉 달 만에 1.38%p 올랐다. 사진은 금융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 금융가 풍경. ⓒ스카이데일리
 
최근 시장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회사채 발행이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을 정도다.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채권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에 기관투자자도 금고에 자물쇠를 채우는 분위기다. 채권발행이 미매각되거나 발행계획을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제는 저신용 기업이다. 고금리 시대에 회사채 발행마저 막힐 경우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용도가 낮은 부문에 대한 관리 강화의 중요성이 더욱 시급해 보인다.
 
AA등급 회사채 금리 3.8%…10년 만에 최고치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9일 ‘회사채(무보증 3년) AA’의 평균 금리는 연 3.80%로 마감했다. 작년 말(연 2.42%)과 비교해 넉 달 만에 1.38%p 올랐다. 특히 4일에는 연 3.89%까지 치솟으며 4%대에 육박했다. 2012년 6월11일(연 3.91%) 이후 9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투자등급이 가장 낮은 회사채(무보증 3년) BBB- 등급의 금리도 9.64%를 기록하며 10년 만에 1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올해 들어서 벌써 1.37%p나 상승했다.
 
회사채는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직접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기업수익에 관계없이 확정된 이자(금리)를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채 금리는 국고채 금리에 기업 신용등급을 반영해 결정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고채가 오르고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은 더 많은 비용을 들여 회사채를 발행해야 한다. 국고채 금리가 치솟고 있는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국고채권 3년 금리는 9일 기준 연 3.062%로 작년 말(1.798%) 대비 1.264%p 올랐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인상한 뒤 지속 상승세다. 악화되는 국채만큼 회사채 금리 수준도 바닥을 찍었다.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는 AA등급 기준으로 작년 12월말 62bp(1bp=0.01%)에서 9일 74bp로 확대됐다. 기업들이 갚아야 할 돈이 4개월 사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고금리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자 회사채 발행도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8조5404억원으로 작년 4월(15조7335억원)보다 2배 가까이 줄었다. 만기상환 금액을 뺀 순발행액 역시 7조1977억원에서 1345억원으로 50배 넘게 감소했다. 순발행액의 경우 1월 3조3237억원, 2월 2조1957억원, 3월 1조9382억원 등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투자자들이 회사채 모집을 외면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43건의 회사채 수요예측(3조6050억원)은 10조1300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 87건의 회사채 수요예측(7조5450억원)에 28조2210억원이 몰린 것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규모다. 등급별 참여율(수요예측참여금액/수요예측금액)로는 AA등급 이상 310.8%, A등급 139.2%, BBB등급 이하 226.3% 등을 기록했다.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해 미매각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AA등급)는 지난달 25일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1800억원 규모의 3년물 회사채 모집에 나섰지만 수요예측에 어느 곳도 참여하지 않아 전량 미매각을 기록했다. 지난달 13일 NS쇼핑(A등급)은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목표한 900억원에 한참 못 미친 400억원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4월 미매각율은 4.6%로 1년 전(0.1%)보다 크게 늘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회사채 발행 시장의 분위기는 2020년 코로나19로 자금경색을 겪을 때보다 더 암울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기업들도 발행금리가 너무 높아지다 보니 발행 시기를 이연시키는 한편 차환 발행을 하지 않고 자체 자금으로 상환해버리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연 “회사채시장, 가파른 금리상승에 크게 영향 받아”
 
전문가들은 회사채 발행여건 악화에 대해 금융시장 전반의 신용위험 확대보다는 채권시장의 유동성 악화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충격 직후에는 기업어음(CP)와 회사채 스프레드가 함께 높아졌지만 올해에는 CP 스프레드가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 등 단기자금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P 금리(80~100일)는 9일 기준 1.72%로 작년 말(1.29%)과 비교해 0.43%p 오르는데 그쳤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회사채시장의 경우에도 올해 들어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됐으나 그 폭은 크지 않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국내 회사채시장은 가파른 금리상승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그러면서 회사채시장의 유동성 악화가 신용위험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회사채시장은 상대적으로 금리상승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에 취약한 모습이다”며 “금융환경이 긴축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개별 기업의 신용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빠르게 증폭될 수 있으므로 재무건전성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상황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금리 변화에 대응해 신용도가 낮은 부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모사채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상승이 신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경우엔 발행 채권의 금리가 상승하고 만기가 짧아지는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자부담 증가는 기업의 재무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모사채시장의 변화 추이를 살피고 선제적인 신용도 분석과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화되고 긴축에 따른 성장률 둔화는 우량기업의 펀더멘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기업의 성과가 하락하게 되면 외부 차입이 증가하고 신용도가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에 따라 회사채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 sjyoo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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