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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전문가를 완전 무시하는 민주당

검찰에 불만 있다고 ‘검찰의 수사 권한 완전 박탈法’ 통과

코로나 방역·탈원전 정책도 관련 분야 전문가 의견 무시

변리사법 개정도 문제… 의석 수보다 민심에 귀 기울이길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5-18 09:30:27

▲ 이동호 변호사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5월3일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모두 통과하면서 소위 ‘검수완박’ 법 개정은 일단 마무리됐다. 법조계 다수 견해는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였지만 법이 바뀐 이상 새로운 수사 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그런데 법조계에서는 또 하나의 큰 사건이 터지려 하고 있다.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도 소정의 소송실무교육만 이수하면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 대표발의)이 12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일이다.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문턱이 남아 있지만 ‘검수완박’ 법안에서 보았듯이 민주당이 마음먹은 이상 통과는 확실해 보인다.
 
문제의 시발점은 소송대리권을 두고 민사소송법과 변리사법이 서로 상충되게 출발했던 점이다. 1960년 제정된 민사소송법은 원칙적으로 변호사에게만 소송대리권을 허용했다. 그런데 1년 뒤인 1961년 제정된 변리사법은 ‘특허, 실용신안, 의장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에 있어서는 변리사에게도 소송대리인 자격을 부여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는 변호사와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모두 인정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법원 실무상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은 제한적으로만 인정됐다. 즉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은 심결취소소송이라 해서 특허심판원 등 국가기관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 소송에만 인정됐고 사인 간에 특허침해행위의 정지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사건에서는 변호사에게만 소송대리권이 인정됐었다.
 
그런데 사인들 간에 지식재산권 분쟁이 많아지다 보니 민사소송에서 변호사만 소송을 대리할 수 있는 것에 변리사업계의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심결취소소송과 특허침해소송은 서로 쟁점이 유사해서 국민의 선택권 보장과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변리사에게도 소송대리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특허청과 변리사회의 입장이다. 그래서 17대 국회부터 변리사에게도 지식재산권 관련 민사사건에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법안들이 꾸준히 발의돼 왔었다.
 
반면에 법무부나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 관련 기관들은 전부 반대 입장이다. 민사소송법상 변호사 소송대리 원칙에 정면으로 반할 우려가 있고 무엇보다 다툼의 대상만 ‘특허권’일 뿐이지 민사 법률에 대한 전문지식과 법해석 능력이 요구되는 민사소송은 오직 변호사만이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도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재판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었는데 대법원에서는 2010년에, 헌법재판소에서는 2012년에 각각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은 심결취소소송에만 한정된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래서 사실 이 문제는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기는 하다.
 
다만 이번 민주당의 변리사법 개정안처럼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아예 법에 신설해 버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존 판결이나 반대 논리에 얽매일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러나 ‘검수완박’ 사태에서 보듯이 검찰에 잘못이 있었다고 검찰의 수사권한을 경찰에 줘 버리고 말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변리사에게도 소송대리권을 주더라도 과연 어떤 요건 하에 부여할지는 분명 살펴봐야 할 문제다.
 
그래서 외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는데, 일본은 45시간 이상 교육받고 논문형 시험을 통과해야 소송대리권을 갖고 법정에도 반드시 변호사와 함께 출석해야 한다.
 
반면에 영국은 변리사가 단독으로 소송 대리를 할 수 있다. 다만 소정의 교육과 6개월 이상의 실무수습까지 마쳐야 하는 조건이 있다. 유럽연합도 120시간 이상의 교육 이수와 서면 및 구술시험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변호사 중에서 특허대리인 시험에 합격한 특허변호사만이 소송을 담당한다. 독일은 소송 대리는 안 되고 다만 법정에 출석해 진술만 할 수 있다. 나라별로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더라도 충분한 실무 수습과 별도 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대 국회에 제출됐던 법안들도 별도 시험을 요구하거나 시험을 안 거치더라도 변리사 단독으로는 안 되고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는 정도의 제한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한 민주당의 개정안은 단순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송실무교육만 이수하면 되는 내용이라서 역대 가장 완화된 법안이다. 
 
이 법안 취지대로라면 의료소송은 의사에게, 건축소송은 건축사에게, 환경소송도 각종 환경관련 기술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법은 설령 민주당이 밀어붙여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민주당의 이런 입법 추진은 노무현정부 시절에 입안됐던 로스쿨 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로스쿨 제도는 과거 사법시험처럼 주로 법대 출신들이 아니라 다양한 전공과 사회 경험을 가진 이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해서 선발하려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변리사에게 민사사건 소송대리권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변리사들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서 소송대리를 하게 하는 것이 로스쿨 취지에 부합한다. 올해에도 변호사 시험 합격자가 1700명 넘게 배출되었는데 이 많은 변호사 시험 합격자들 중에 변리사 출신이 없다면 이는 변리사 업계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변리사 업계를 탓하려는 것이 필자의 의도는 아니다. 유럽연합이나 영국, 미국처럼 엄격한 교육과정과 별도의 자격시험을 거친다면 소송대리권을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전문가를 무시하는 민주당에게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방역과 탈원전 정책 등에서도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의 전문가 무시가 지적되었는데 최근의 ‘검수완박’도 수사 전문가인 검사를 무시한 처사였다. 변리사에 대한 소송대리권 부여도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 대한 무시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는 생각이다. 
 
변호사가 사회 제반 분야의 지식을 전부 갖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관련 분야 지식만 많다고 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전혀 아니다. 민주당의 논리대로라면 특허법원 판사부터 이공계 출신이나 변리사 중에서 충원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법적 지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야당이 된 민주당은 과반수의 힘만 내세우지 말고 전문가인 변호사협회와 법원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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