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이기주의 갈 데까지 간 현대차·기아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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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도 신차 구입 시 ‘30% 평생할인’ 고수
‘75세·25%’로 낮추려하자 임단협 부결시켜
원가 상승 비용은 결국 ‘소비자 부담’ 불 보듯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16 00:02:02

기아차노조가 올해 단체협약안을 조합원 투표로 부결시켰다. 현재 장기근속 퇴직자는 현대·기아차 구입 시 평생 30% 할인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를 회사측이 제한하려 하자 성과 보너스 2000만원 등 역대 최고 인상안이 담긴 협약안을 부결시켜버린 것이다. 퇴직을 앞둔 50대 이상 직원들이 부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사원들은 ‘선배들의 이기심’에 기막혀 하고,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기아 사측과 노조 집행부는 △임금 월 9만8000원 기본급 인상 △성과급 300%+550만원 방안은 일찌감치 합의했다. 그런데 퇴직자에게 평생 신차를 할인 판매해 주는 현대차·기아의 ‘평생사원증’ 제도가 발목을 잡았다. 평생사원증은 퇴직자를 위한 복지 제도다.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는 2년마다 할인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현대차 퇴직자는 25%, 기아 퇴직자는 30% 할인을 받는다. 기아 퇴직자가 5000만원짜리 차량을 제조 원가보다도 낮은 3500만원에 구매하는 것이다. 신차를 할인된 가격에 받아 2년을 타다가 중고차로 팔아도 이득이니 퇴직자들은 2년마다 차를 바꾸는 경우가 잦은 걸로 알려졌다.

임단협에서 사측과 노조 집행부는 평생사원증 제도를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장기근속 퇴직자에게 주는 평생 30% 할인 혜택을 75세로 제한하고 할인율도 25%로 낮추며, 할인 횟수도 2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늘리는 내용이다. 대신 임금피크제에 따라 59세 근로자 기본급의 90%를 주던 60세(정년) 임금을 95%로 올렸다. 그러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고참 사원들이 “평생사원증은 장기근속 퇴직자에 대한 예우인데 축소는 안 된다”고 반발하면서 협상안은 부결됐다.

평생사원증 제도 축소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기아 직원들·세대 간 노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고령층 직원 반발에 대해 젊은 직원들은 “언제 퇴사할지도 모르고, 혜택을 받을지도 모르는 평생사원증 문제로 임단협이 부결되면서 당장 성과금 수령에 문제가 생겼다”고 불만이다. 반면 간부 노조원 등 고참 직원들은 “퇴직자들에게도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갈등의 배경은 기아의 역피라미드형 인력 구성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50세 이상이 1만8874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전체 3만4104명 근로자의 평균 근속 연수는 22년2개월에 달한다. 고참 사원이 임단협 등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인력 구조 때문에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안이 부결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현대차·기아의 황당한 집단행동은 이뿐이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2019년 작업 시간 중 영화·축구·야구 보는 걸 막기 위해 회사가 와이파이를 차단하자 집단행동을 벌였다. 작년엔 현대차 울산4공장 노조원들이 생산 물량을 나눠 달라고 찾아온 전주공장 노조 간부를 집단 폭행했다. 기아 소하지회 노조는 회사가 생산직 정규직 신규 채용에 나서자 ‘직원 자녀 우선 채용’을 요구했다.

노조의 도덕적 해이는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파산했다가 공적 자금 투입으로 기사회생한 미국 GM은 퇴직 직원 40만명에게 15년간 퇴직자 연금과 건강보험료로 무려 1030억달러를 지출했다.

철밥통이 된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이기주의는 산업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기업들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소비자 외면을 초래한다. 지금 세계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수소차 주도권을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 노조가 관심 갖는 건 ‘철밥통 사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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