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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취지 못 살린 금리 비교공시
예대금리차·금리인하요권 공시제도 때문에 금융사-차주 ‘고통 가중’
평균 금리만 공시… 실제 대출 금리와 달라
출발부터 실효성 논란·부작용 우려 등 속출
“비교공시, 금융사 경쟁 유발 효과 제한적”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1 15:35:14
▲지난달 ‘월별 예대금리차’와 ‘반기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 비교공시가 처음 시행됐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으로, 금리상승기 국민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의 정책이다. ⓒ스카이데일리
 
지난달부터 시행된 예대금리차와 금리인하요구권 비교공시제도가 금융소비자와 업계 모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은행에서 실제 적용하는 금리가 아닌 신용구간별 평균 대출금리만 공시해 차주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실효성과 금융사 ‘줄세우기’에 따른 부작용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정확한 금리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애초 취지에 맞게 제도를 보완할 방침이다.
 
21일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지방은행 등 19개 은행은 지난달 22일부터 예대금리차를 공시했다. 1주일여 뒤인 30일부터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등 금융사들이 금리인하요구권 운용 실적을 공시했다.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기존 3개월에서 매월로 공시 주기가 짧아졌고, 기존에 없던 금리인하요구권 비교공시는 반기별로 이뤄진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을 살려, 금리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제공해 금리상승기 소비자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의 정책이다. 금융당국은 비교공시를 통해 금리 관련 정보가 공개되면 금융사간 경쟁으로 예대금리차가 좁혀지고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이 올라가는 등의 순기능을 기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은 예대금리차 비교항목에서 대출금리, 기업대출금리, 가계대출금리, 저축성수신금리, 예대금리차, 가계예대금리차 등 총 6개 항목을 공시한다. 이들 수치는 월별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가중평균한 값이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 조달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대출금리도 오르게 마련이다.
 
예대금리차는 직전 달의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평균 대출금리에서 저축성수신금리를 뺀 값으로 산출된다. 이에 따라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대출금리는 높고, 수신금리는 낮아지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 차이가 클수록 은행은 이자이익이 증가해 수익성이 향상되지만, 소비자들은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자가 취업이나 승진, 정규직 전환, 재산 증가, 부채 감소 등으로 신용 상태가 개선된 경우 금융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 지난달 ‘월별 예대금리차’와 ‘반기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 비교 공시가 처음 시행되면서, 은행들이 전략 수정과 보완 등으로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막상 소비자와 업계의 반응은 냉랭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예대금리차 공시는 은행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를 신용평가사(CB) 신용점수를 기준으로 구간별로 제공되지만 실제 대출금리는 은행이 자체 평가한 신용등급과 우대금리 등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한 차주는 “공시 금리가 현실 금리와 동떨어져 있다”며 “공시 금리는 지난달 수치여서 실체 차주가 은행에서 적용받는 금리와는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수치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면서 금융사가 순위별로 줄 세워지는 점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예대금리차 1등’과 ‘금리인하요구 수용률 꼴찌’를 피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공시 제도 시행으로 업계 간 순위가 매겨지면 자사 브랜드 이미지 타격과 고객 이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순위 공개로 공시 제도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털어놓기도 했다. 현 예대금리차 비교공시제도가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서민금융을 확대해온 은행에 오히려 패널티를 주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은행들이 공시 영향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민금융을 축소하고, 고신용자 대출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관측이다.
 
실제 지난달 22일 공시를 통해 국내 19개 은행 중 7월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곳으로 꼽힌 전북은행(6.33%p)과 시중은행 중 예대금리차가 가장 높았던 신한은행(1.62%p)은 새희망홀씨·햇살론 등 취약계층 대상 대출 취급액이 타 은행보다 많았다. 이들 대출 때문에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햇살론은 소득과 신용이 낮아 정상적으로 금융권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에게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을 바탕으로 공급하는 정책금융 상품으로, 금리가 15.9%로 높다. 한 자릿수인 시중은행 평균 대출 금리와 비교가 안 된다. 은행들이 고금리 햇살론을 많이 취급하면 해당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J은행의 한 관계자는 “서민금융 지원 확대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권고해 온 사항”이라며 “서민금융 상품을 많이 취급한 것이 오히려 이자 장사를 과도하게 한 것처럼 이미지가 왜곡돼 당시 난감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햇살론 금리 15.9% 가운데 11.9%는 금리라기보다 보증료 성격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의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화면. [사진=해당 페이지 캡처]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의 예대금리차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가계·기업대출을 포함한 대출평균 기준 예대금리차는 1.21%로 집계됐다. 대출평균 예대금리차는 △농협은행 1.36% △우리은행 1.29% △국민은행 1.18% △신한은행 1.14% △하나은행 1.10% 순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1.37% 수준이었다.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신한은행 1.62% △우리·농협은행 1.40% △국민은행 1.38% △하나은행 1.04% 순이었다.
 
금융당국의 정책으로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금리인하요구 신청건수는 총 88만8619건이었다. 이 가운데 22만797건이 수용돼 총 728억2900만원의 이자가 감면되는 지원 효과를 유발시킨 바 있다.
 
가계대출의 경우, 85만236건 신청에 20만910건이 수용됐다. 23.6%의 수용률로 감면된 이자는 187억8200만원이다. 기업대출은 3만8383건 신청에 1만9887건이 수용됐다. 51.8%의 절반이 넘는 높은 수용률로 540억4700만원의 이자가 줄어들었다.
 
은행별로 가계대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을 보면 △신한은행 29% △하나은행 32.3% △KB국민은행 37.9% △우리은행 46.1% △농협은행 60.5% 순이었다. 그러나 신청건과 이자감면액 내용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11만1060건 신청에 3만2218건을 수용해 이자 27억8800만원을 감면했고 △하나은행은 1만1945건 신청에 3861건을 받아들여 이자 11억9400만원을 줄여줬다. 
 
또한 KB국민은행은 3만3544건 신청에 1만2718건을 인정해 이자 8억6100만원을 △우리은행은 1만8171건 신청에 8370건을 수용해 이자 7억7800만원 △농협은행은 8227건 신청에 4980건을 수용해 이자 5억500만원을 조정해줬다.
 
이 같은 공시제도 시행 후 업계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예대금리차의 경우 취약차주를 보호하라는 금융당국의 취지에 부응해 중·저신용자와 고금리 서민지원 대출을 늘릴수록 금리차가 벌어져 이자 마진이 높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공시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인하요구권 제도 역시 선제적으로 고객들에게 알리고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열어두는 등 적극적인 곳일수록 신청이 몰려 수용률이 낮아지는 상황이다. S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 신청 건수가 많아서 수용률이 저조해 보이는 착시 현상이 생긴다”면서 “금리인하를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는 채널을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이 공시 ‘수용률’에는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시행 초기인 만큼 제도를 보완해 금융사 간 경쟁을 유도하고 예대금리차를 좁혀 금리인하요구권이 적극 수용될 수 있도록 서민금융지원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3분기부터 신잔액 기준 코픽스 대출을 활성화해 금리 인상기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잔액 코픽스에 연동되는 대출은 신규취급액 대출보다 금리 수준이 낮고, 금리가 오르는 속도도 더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금감원은 일선 영업점에서 대출 종류별 특성과 현재 금리 수준을 비교하는 설명의무를 강화하고 대출 종류별 금리·금액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 대출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예대금리차 공시 자체가 시중은행의 경쟁을 유발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예대금리차 공시는 1금융권에서만 이뤄지고 있고 공시로 기존 1금융권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은행들은 기존 2금융권 소비자를 끌어들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예대마진 공시는 1금융권 대출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시장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못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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