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에 중국 기업 해외 이전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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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위험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 인접 동남아 국가 선호

엄재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23 14:51:01

▲ 중국 장쑤성 전장시 단양(丹陽)에 위치한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안경 렌즈를 생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나서면서 서방 기업들은 공장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이와 같은 이유로 중국 기업들도 중국 밖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 회사 커니의 셰이 루오 대표는 “많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공급망 문제와 정치적 위험을 예상해 해외 생산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올해 중반까지 중국의 제조업체들은 인도를 비롯한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중국과 인접한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루오 대표는 이어 “미국 시장과 유럽 시장의 경우 주요 소비 시장과 가까운 멕시코나 폴란드 같은 비용이 저렴한 나라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들로부터 공장 설립 지역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들은 인도와 방글라데시다. 세계 많은 기업들도 생산 시설 이전지로 선호하는 이들 나라는 넓은 국토와 젊은 연령의 인구가 많아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이런 이유에서 중국 제조업체들 역시 이들 지역에 대한 공장 설립 선호도가 높다.

인도는 주로 중국의 지정학적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해외 제조업체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 시장을 겨냥해 중국 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현재 인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중국 기업으로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오포와 비보, 자동차 제조업체 SAIC 등이 있다.

의류 제조업체들이 모여 있는 방글라데시는 중국으로부터 7억7000만 달러(약 1조 원) 상당의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 중 가장 높은 금액으로 알려졌다. 방글라데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이 심화 이전에도 중국의 임금 상승으로 중국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생산기지였다.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업체인 ‘데님 엑스퍼트’의 모스타피즈 우딘 대표는 “방글라데시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약 120달러로 중국 광저우의 공장 근로자가 받는 670달러의 5분의 1도 안 된다”고 밝혔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로 이 지역의 생산 허브로 입지를 굳혔다. 이미 일본의 소니, 샤프와 같은 다국적 기업이 진출해 있다. 중국의 태양광 패널 제조사인 진코솔라는 저렴한 비용과 지정학적 긴장을 피하기 위해 태국으로 생산지를 옮겼다. 중국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 역시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경계하는 해외 고객들의 압력과 지정학적 긴장 때문에 태국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또한 중국 기업들의 현지 공장 설립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미 베트남의 태양광 패널 산업은 중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고 중국의 협력 업체들도 베트남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멕시코는 북미 시장 진출의 핵심 제조 기지로 중국 제조업체들이 이전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커니는 13일에 발표한 ‘2022 리쇼어링 인덱스 보고서’에서 “미중 관계 악화로 멕시코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 고객에게 판매하는 중국 기업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여파로 2차 3차 협력업체와 중국의 주문자 상표 부착 제조업체(OEM)들이 멕시코로 진출 중이다.

폴란드는 동유럽 수출을 목표로 하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주요 생산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부품 회사 민스는 작년 9월 폴란드에 공장을 착공했다. 2월 상하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민스의 고위 관계자는 “역글로벌화 추세를 목격했다”며 “결코 견제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BYD는 유럽에 첫 번째 공장을 설립할 계획으로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목적지는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재만 기자 jmeo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