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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양국이 ‘신시대’를 맞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부터 1박2일 일정의 한국 답방으로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외교’가 완전히 복원되면서 양국 관계가 ‘가치기반 연대’로 재편되는 데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애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이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이후 여름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크게 앞당겨졌다. 윤 대통령이 한국 주도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직후인 3월16∼17일 일본을 방문해 정상교류 재개 물꼬를 튼 게 계기가 됐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이른바 ‘자유진영’ 연대를 가속할 필요성에 한·일 양국이 공감하는 가운데 성사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의 대표적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으로서 역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의 위협에 근거해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의 가속을 확인하고, 일본에 의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해제에 따라 경제안보 분야의 연계도 전망돼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로서 미래 협력이 기대된다.
물론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따른 과제가 적잖다. 기시다 총리가 핵심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 행정안전부 산하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재원을 조성해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피고기업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해결안을 공식화한 것이다. 판결금을 지급할 재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청구권 자금 수혜를 입은 포스코 등 국내 기업이 출연하는 방식이다.
윤석열정부는 피해 당사자는 물론 야당과 다수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무릅쓰고 21세기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국의 이익에 도움 되는 일들을 일본이 해야 할 차례다. 한국 국민이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니까 이런 좋은 일도 있구나’라고 느끼도록 해야 할 역사적·국제법적·도덕적 책임을 기시다 총리는 인식하고 실천해야 한다.
일본의 조선 강점과 2차 세계대전 중 한국 국민이 입은 손해를 하루빨리 사과하고 배상해 양국 관계가 명실상부 정상화돼야 한다. 35년간의 일제 강점으로 적대 관계였던 험악한 양국 관계가 1965년 6월22일 ‘한·일협정’으로 국교가 수립됐고, 1998년 10일8일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미래를 향한 협력관계로 발전됐으나 강제 징용과 위안부 등 우리 국민이 입은 피해에 대한 배상 요구 등의 문제는 여전히 완결되지 못한 채 양국 간 갈등요소로 작용해 왔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을 차선책으로 발표한 취지를 십분 헤아려 강제징용·징병 및 정신대 피해자와 가족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길 촉구한다.
일본은 독일에서 교훈을 얻길 바란다. 동서독이 통일되는 1990년까지 서독이 전쟁피해국가에 지불한 총 배상금은 무려 800억 마르크(약 40조 원)나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유럽판 한·일 관계처럼 독일과 앙숙인 프랑스가 전후 친선 협력국으로 돌아서는 데는 가해국 독일의 반성·사죄·배상 등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원동력이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한·일 두 나라는 일의대수(一衣帶水), 옷의 띠만큼 좁은 간격을 둘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마땅히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만 개선되면 호혜정신으로 공동 발전할 사이다. 이제는 함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한·일 신시대를 여는 협력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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