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호황’에 日지수 추종 ETF 수익률도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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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 16개월 만에 최고치 찍자 국내 상장 日증시 ETF 5개… 10~20% 급등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09 00:07:39

▲ 8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일 기준 2만9158로 약 1개월 전인 3월31일(2만8042) 대비 3.98% 올랐다. 2일 장중에는 지난해 1월5일(2만9289) 이후 가장 높은 2만9279까지 올랐다. 2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닛케이225지수를 보여주는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가 치솟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 수출 기업들이 이익 개선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점도 호재다. 증권가는 최근 일본 중앙은행이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한 점에 주목하면서 ‘엔저 현상’이 상반기 일본 주가지수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8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닛케이225지수는 2일 기준 2만9158로 약 1개월 전인 3월31일(2만8042) 대비 3.98% 올랐다. 이날 장중에는 지난해 1월5일(2만9289) 이후 가장 높은 2만9279까지 올랐다. 도쿄증시 1부 종목의 주가를 모두 담은 토픽스(TOPIX)지수도 같은 기간 3.60% 치솟았다. 글로벌 지수인 미국의 S&P500(0.25%)과 유럽의 유로스톡스50(-0.47%)의 한 달 상승률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국내 일본 ETF도 날아올랐다. 토픽스지수의 변동률을 2배 추종하는 ‘ACE 일본TOPIX레버리지(H)’는 올들어 이달 4일까지 22.05%의 수익률을 거뒀다. 도쿄증시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에 투자하는 ‘KODEX 일본TOPIX100’의 올해 상승률도 15.19%로 높았다. 닛케이225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TIGER 일본니케이225’와 ‘ACE 일본Nikkei225(H)’도 각각 15.65%, 12.02% 치솟았다. 토픽스를 추종하는 ‘TIGER 일본TOPIX(합성H)’의 수익률은 9.87%였다.

이 같은 상승세는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에서 비롯됐다. 엔화 약세는 해외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기업이 수익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준다. 지난달 28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회의 직후 1일 엔·달러 환율은 연중 최고치인 137.48엔으로 치솟았다.

‘엔저 호황’을 등에 업고 주요 기업들은 호실적을 거뒀다. 대형 상사인 미쓰이물산은 2022회계연도 순이익이 이전 회계연도보다 23.6% 늘어난 1조1306억 엔(약 11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9일 발표를 앞둔 미쓰비시상사의 순이익도 역대 최대인 1조1500억 엔으로 예상된다. 대형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은 나란히 3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이들의 2022회계연도 순이익은 각각 344억 엔, 894억 엔에 달했다.

방일 외국인이 늘어나는 점도 기대를 모은다. 내수기업의 실적 개선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올 3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총 181만8000명으로 전월 대비 23.2% 늘어났다. 방일 관광객이 월간 150만 명을 넘긴 것은 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 3월과 비교하면 65.8%까지 회복했다. 올 1~3월 방일 외국인들이 지출한 금액도 총 1조146억 엔(9조9800억 원)으로 10조 원에 육박했다.

증권가 전망도 밝다. NH투자증권은 일본 주식시장에서 인바운드 수혜 종목이 주가 호조를 보일 것을 보며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도카이도 신칸센을 운영하는 ‘센트럴 여객철도’를 투자 유망 종목으로 신규 편입했다. 재팬 레일웨이(Japan Railways)에 따르면 이달 초 신칸센의 특급 운행선 예약 좌석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90% 중반까지 회복한 상태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호실적을 발표한 개별종목·밸류에이션이 저렴하고 인바운드 수혜를 받는 내수 관련주의 주가 상승을 예상한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점 매수의 투자 스탠스가 유효하다”고 말했다.

더딘 엔화 가치 상승이 상반기 닛케이지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상반기 중 금융 정책 정상화 기대감이 낮아진 만큼 엔·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가 더딜 것”이라며 “하향세가 지속됐던 일본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고 달러 강세 압력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닛케이지수의) 5월 예상 범위를 2만7000~3만500p로 상향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