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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약’ 재외동포청 D-5… 외교부 동포 인식은 ‘구석기’
[단독]괌 태풍재난 현장 외교부 대응 부실 … 버려진 물통에 교민들 분노
한국인 관광객 본국 수송 비행기에 교민 지원식수 안 싣고 간 사실 확인돼
'식수난 위기' 불구 괌 교민들은 십시일반으로 마실 물 모아 관광객에 지원
귀국길 공항에 버린 생수통 보고 탄식… 외교부 "이번 건은 지난 건 됐다"
허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31 20:05:00
▲ 한국인 관광객들이 귀국하며 괌 공항에 버리고 간 물통 사진이 31일 괌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됐다. 마실 물이 부족한 형편에도 십시일반으로 식수를 모아 지원한 괌 교민들은 동포 지원대책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외교부의 부실대응을 집중 성토하고 있다. [괌 교민 커뮤니티]
 
괌 거주 동포사회가 태풍 피해 이후 귀국길에 오른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기부한 물병들이 공항 출국장에 내팽겨진 채 나뒹구는 모습에 공분을 쏟아내고 있다. 
 
31일 미국령 괌 교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한 교민이 "출국장에서 물병들을 보고 슬퍼졌다"는 글과 함께 괌 국제공항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생수 사진을 찍어 올리자, 괌에 사는 동포들이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며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재외국민 대책을 강력하게 성토하고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외교부는 한국인 관광객을 괌에서 귀국시키는 비행편을 현지에 보내면서 지원 식수조차 제대로 싣고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관광객 목을 축이는 정도의 소량만 가져갔다"고 해명했다. 몇 박스 분량인지 구체적으로 되묻자 "조금만 가져갔다"며 사실상 재난지역에 급파되면서도 식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사실을 시인했다. 
 
괌 동포사회는 이 같은 사실을 일찌감치 인식했다. 외교부의 괌 현지 재외공관인 하갓냐출장소 측으로부터 관광객들이 마실 물을 기부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민들은 수도가 끊겨 마실 물과 씻을 물조차 없는 형편이었지만, 십시일반으로 생수를 모아 관광객들에게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가족이 사용할 물도 부족하다며 일부 동포들이 넋두리했지만, 결국 동포와 단체들은 기꺼이 나눔의 길을 선택했다. 
 
이렇게 모인 식수는 괌에 파견된 외교부 신속대응팀 직원들과 재외공관 직원들에게 전달됐고, 외교부 직원들이 공항에서 생수를 나눠줬지만 곧 비행기에 올라 물과 음식을 제공받을 한국인 관광객들이 출국장에 버리고 간 것이다. 
 
교민 A씨는 통화에서 "교민들도 마실 물, 씻을 물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관광으로 먹고사는 괌 한인사회의 이미지와 앞날을 걱정해 고통을 분담하는 심정으로 어렵게 기부한 물이었다"며 "곧 비행기에 오르는 관광객들이 마실 물이 남아있는 물병을 버리고 간 사진들을 보니 가슴이 찢어진다"고 탄식했다. 
 
다른 동포 B씨는 "교민들은 한국 정부가 재난지역에 대응팀을 보내면서 마실 물조차 들고 오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일찌감치 품어왔다"고 의견을 보탰다. 
 
이번 일은 재외동포청의 개청을 불과 5일 앞둔 시점에 발생한 것이어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재외동포청은 한국 선거의 투표권과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해외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 등의 권익향상을 위해 오는 5일 개청한다. 전 세계 해외동포 750만 명을 한국 민관외교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는 한국 정부 대외전략의 일환이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건 대선 공약이었다. 
 
그러나 한국 외교부의 재외국민 인식은 여전히 구석기 시대에 머무르고 있음이 이번 일로 여실히 드러났다는 게 미국 동포사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수해가 발생하자 교민들은 여행사와 렌터카 차량 지원·식수 지원·한국식당 무료 식사·통번역 지원·의약품 나눔·씻을 물 나눔·공항 수송 등 관광객과 이웃돕기에 나섰다.  
 
한 동포는 "집 또는 차가 부서지고 전기·수도가 끊기며 한순간에 직장이나 사업체를 잃은 교민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교민이 발 벗고 나설 수는 없었다"면서도 "그나마 여력이 되는 교민들이 도움을 드리려 노력했는데 (실망스러운 일이 생겼다) 정작 울고 싶은 사람은 교민들"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괌에 고립된 한국인 관광객 3400명 안팎을 국내에 귀국시키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괌 현지에는 4000명 안팎의 미주 한인 동포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유학생·자녀연수 보호자·파견 주재원·영주권자 등의 이유로 괌에 체류하며 한국에 세금을 내는 한국 국적의 교민은 절반인 20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외교부는 추가 동포지원 대책 없이 이번 사안이 사실상 '일단락'됐음을 내비쳤다. 
 
외교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두차례 통화에서 "터키와 같은 지진 현장이 아니기 때문에 교민들이 물을 충분히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 건은 (한국 관광객이 모두 귀국한 만큼) 이미 저희는 지난 건이 됐다"고 선을 그었다. 
 
#괌     # 재외국민     # 교민     # 한인     # 재외동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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