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룡의 와인이야기]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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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29 06:31:30

와인을 만드는 과정은 포도나무를 키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포도나무를 키우기 위해서는 환경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 기후·강수량·토양 등 다양한 외적 조건들이 맞는 곳이어야만 와인 생산에 적합한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

대체로 포도나무를 5년 정도 키워야 제대로 된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와인을 얻을 수 있는 포도나무의 평균 수명은 35년 정도이지만 100년 이상 된 포도나무(올드 바인)도 나름 깊은 맛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

포도의 수확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손 수확은 잘 익은 포도만을 골라 수확할 수 있지만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기계 수확은 비용이 적게 들고 포도의 산화를 줄일 수 있는 야간 수확을 할 수 있지만 포도밭이 기계 수확이 가능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포도를 수확하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와인을 양조한다.

1. 제경(Destemming)

수확한 포도들은 양조장으로 옮겨 포도알과 줄기를 분리한다. 고급 와인 제조의 경우에는 상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것들을 골라내는 선별 과정을 거친다. 화이트와인의 경우에는 바로 압착하여 과일의 즙만을 뽑아낸다. 레드와인의 경우에는 포도알과 줄기를 분리하여 포도알을 발효통에 넣는다.

2. 파쇄(Crushing)

영화에서 종종 보게 되는 양조 과정으로, 포도알을 으깨서 터뜨리는 과정이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사람들이 포도가 담긴 통에 들어가 발로 포도를 밟는 방법이다. 파쇄 과정에서 사람의 체온이 전달되어 발효 시 더 좋은 와인이 나온다고 한다. 두 번째는 기계를 이용해 파쇄하는 방법이다. 파쇄된 포도와 껍질이 혼합된 상태를 ‘머스트(Must)’라 부른다.

수확·제경·파쇄 과정을 기계화하면 제조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와인을 저렴한 값에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상급 와인들은 손 수확을 시작으로 수작업하고 있다.

3. 1차 발효(Primary fermentation)

산화 방지와 살균제 역할을 하는 무수아황산(SO2)을 첨가하고, 발효를 위해 효모(이스트)를 첨가한다. 포도과즙의 당분이 분해되면서 알코올과 탄산가스가 발생해 와인으로 변하는 1차 발효 과정을 거친다. 발효는 효모가 머스트에 있는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뿜는 과정이다.

4. 침용(Maceration)

레드와인의 경우 발효와 동시에 하는 작업으로, 발효 중인 머스트를 위에서 저어 주거나 아래의 머스트를 위로 올려 주는 방식을 통해 포도껍질로부터 와인의 색을 우러나게 하면서 효모가 와인의 향을 최대한 배어나게 하는 과정이다.

5. 압착과 여과(Pressing&Filtration)

압착을 통해 과즙과 껍질을 분리해 포도주 원액을 추출하는 과정이다. 별도의 압착을 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즙을 모으는 방법을 ‘Free-run Juice’라고 하고 인위적 압착을 통해 즙을 모으는 방법을 ‘Pressed Juice’라고 한다.

6. 2차 발효(Secondary fermentation)

포도주를 통에 저장하는 동안 유산균이 증식하고 사과산이 일염기산인 유산과 탄산가스로 변하는 현상인 말로랙틱(Malolactic) 발효를 통해 산도가 감소돼 맛이 부드러워진다. 수확 연도의 다음 해 봄에 행하는 제2차 발효 과정으로, 프랑스의 고급 레드와인은 거의 모두 이 발효 과정을 거친다. 2차발효 과정 중 탄산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 과정은 스파클링와인 제조에도 응용된다.

7. 앙금 제거(Sediment Separation)

와인의 침전물과 앙금을 제거해 순수한 와인을 걸러내는 과정이다. 달걀흰자·젤라틴·벤토나이트를 이용하여 각종 부산물과 찌거기를 엉겨 붙게 해 밑바닥으로 침전시킨다.

8. 여과 작업(Filtering)

와인의 불순물이나 찌꺼기를 병에 넣기 전 최종적으로 거르는 작업으로, 필터 등을 이용하여 와인을 맑게 만드는 작업이다. 이 과정을 거친 포도즙을 비로소 와인이라 부를 수 있다.

9. 숙성 작업(Bulk aging)

스테인레스 통이나 오크통에서 와인을 일정 기간 보관해 풍미를 끌어올려 와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다. 품질에 따라 숙성기간을 정하고 스테인레스 통이나 오크통을 사용해 숙성시키는데, 와인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고급 와인은 오크숙성을 통해 부드러워지며 오크의 향이 풍미를 높여 주게 된다. 레드와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3년 정도 숙성시키며 포도품종이나 작황에 따라 숙성 기간을 결정한다.

10. 블랜딩(Blending)

와인 메이커가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와인들을 혼합해 좋은 와인을 만드는 과정이다. 특정 품종이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로 블랜딩을 한다. 여러 곳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같은 품종의 와인을 블랜딩하기도 하고 2종류 이상의 와인을 블랜딩해 와인의 맛과 향을 최적화시킨다.

이 블랜딩에 따라 와인의 맛과 향이 좌우된다.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레드와인의 99%가 블랜딩을 거쳐 출시되고 있다. 그래서 ‘보르도블랜딩’이란 명칭이 생겨났다. ‘까베르네 쇼비뇽’을 기본으로 해서 ‘메를로’ ‘까르미네르’ ‘까베네 프랑’ 등을 블랜딩 하는 것이 기본이다.

11. 병입(Bottling)

숙성된 와인은 병입작업을 거쳐 출시하게 된다. 와인은 라벨을 붙인 뒤 출하한다. 고급 와인의 경우에는 병입을 한 후에도 일정기간 숙성을 더해 풍미를 더하게 한다.

우리가 마시는 와인 한 병이 이렇게 복잡하고 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와인 한 모금, 와인 한 잔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음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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