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석칼럼] 이재명 장남 성매매 의혹과 11인의 野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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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석 편집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7-26 00:02:40

최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법률개정안 하나가 의안번호 23229를 붙여 슬그머니 접수돼 올라왔다. 개정안 제목은 ‘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행법에는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와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자체는 물론 이러한 행위 또는 그 행위가 행해지는 업소를 광고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도 별도로 두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성매매 여성에 대한 정보나 평가·성매매 경험 등을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하고 이를 공유하는 이른바 ‘성매매 후기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매매 후기 사이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초기 성구매자의 이용창구로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대형 포털사이트에서는 이를 조직적으로 운영하여 성매매를 알선하며 수익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제재할 필요성이 있으나 현행법상 이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돼 있다.

이에 성매매를 한 사실이나 성을 파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 대한 소개나 평가 등 성매매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게시판에 게재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성매매 확산을 방지하고 새로운 유형의 성매매 알선 등의 행위를 근절하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얼핏 보면 민생 현안과 관련된 것처럼 포장돼 있지만 개정안 발의 속사정을 파헤쳐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지탄용인지 방탄용인지 오락가락 헷갈리게 하는 정략적 의도가 깔려 있는 듯하다.

2021년 12월16일 이 대표는 “언론보도에 나온 카드 게임 사이트에 가입해 글을 올린 당사자는 제 아들이 맞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시점의 일이었다. 이 대표의 아들은 2019년 1월부터 2020년 말까지 한 카드 게임 사이트에서 수차례에 걸쳐 불법도박을 하고 성매매 사이트로 의심되는 도박게임·마사지 사이트 게시판에 “유흥하고 왔다” “X리게 생겼네”라는 노골적인 후기를 올렸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도박게임에서 딴 돈으로 유흥을 즐겼다고 자랑질하는 아들의 후기가 발각되자 이를 인정하면서도 성매매는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 대표 아들은 게임 사이트 게시판에다 자신이 마사지를 받은 업소가 어디인지 좌표를 찍어 놓았다. 성남시 정자동에 있는 ‘호텔식&테라피’로 20·30대 여성들이 대기하며 호객하는 유사 성매매 마사지가 이뤄지는 업소였다.

구글 등 포털사이트에서 ‘호텔식&테라피’라고 검색하면 이런 마사지 업소들을 한데 모아 놓은 사이트를 찾는 것은 지금도 어렵지 않다. 마사지 업소를 도시별로 동네별로 분류해 놓은 사이트에서 한 업소를 선택해 들어가면 업장 내 실내 이미지와 시간당 금액, 마사지를 해 주는 여성들의 대략적인 연령과 국적·마사지 코스별 시간과 비용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누가 봐도 유사 성매매가 의심되는 업소이고 해당 업소별 게시판에 후기를 올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의안번호 23229 개정안으로 붙인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금지행위를 규정한 조항들이 정리돼 있다. 여기에다 이번에 신설한 6호항은 ‘성매매를 한 사실 또는 성을 파는 행위를 사람에 대한 소개나 평가 등 성매매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시판에 게재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금지’하도록 추가했다. 마사지 업체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민주당 11인이 대표 발의하고 박영순 의원을 비롯해 양경숙·안민석·도종환·김홍걸·조오섭·이장섭·임호선·박재호·김정호·양기대 의원 등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아마도 이 대표로서는 도박게임판을 전전하다가 출입구부터 낯짝 화끈거려지는 성인 마사지 업소를 들락거렸던 아들의 방탕하고 음란한 사생활과 자판을 직접 꼭꼭 눌러서 올린 후기가 개정법률안 발의로 다시 들춰지는 것에 곤혹스러울 터이다.

이 대표 아들을 둘러싼 불쾌한 기억을 굳이 붙잡아 소환시킨 것은 이들 11인의 국회의원이다. 이 대표는 아비로서, 또 한편으로는 자기 방어를 위해서 성매매를 하지 않았다는 아들의 말을 믿고 싶었겠지만 ‘이기고 싶다’라는 닉네임 뒤에 얼굴을 가린 아들의 말은 “니들도 위닝해서 여자 사 먹어라”였다.

3년 전 이 대표의 아들이 유사 성매매 마사지 업소 게시판에 올린 후기에는 ‘X같이 생겼네’ ‘마사지 시간도 안 지키고 X 같누’ ‘러시아룰렛보다 러시아X녀지’ 등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청년으로 여겨지지 않는 표현들이 들어 있다. 철부지도 아닌 나이에 온갖 욕설과 음담패설을 나열하듯 갈겨 놓기도 했다.

경찰은 이 대표 아들의 성매매 의혹을 두고 수사를 벌여 왔지만 입증 자료가 부실해 2022년 10월 검찰에 불송치하는 걸로 끝냈다. 아들의 윤리적 일탈로 치부하고 고개만 숙인 그 아비는 가족이 아래로부터 썩어 무너지고 있음을 몰랐다.

한편으론 이 대표의 아들을 떠올리게 만든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법률 개정안 발의가 당내 계파 간 권력투쟁의 수단으로 제 발등 찍는 자충수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가족도 정당도 엉망으로 수신제가도 못 하면서 어찌 나라 전체를 괴담으로 몰아 넣는 정치로 국민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단 말인가. 제 살 깎아대는 한심한 정당에, 부끄럽기 짝이 없는 당 대표의 모습은 이미 국민적 신뢰를 잃은 것은 물론 지지 기반마저 무너지고 있음을 스스로만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고동석 편집국장 kd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