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에 제정되어 2002년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은 제정 당시부터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제정 당시나 지금이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상가임대차법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환산보증금(월세×100+임대보증금) 규정이다.
환산보증금 규정이 제한하고 있는 금액 이내의 상가건물 세입자에 한해 상가임대차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안 제정 당시에는 최대 3억 원이던 환산보증금 규정은 현재 서울 지역 9억 원을 비롯해 변두리 지방 3억7000만 원 이내로 상향되었다.
환산보증금 조항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누구보다 법의 보호가 절실한 세입자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강남역이나 신림역 인근 번화가의 상가건물은 대부분 환산보증금 9억 원을 초과한다. 비단 강남역이나 신림역 인근뿐 아니라 전국 각지 어느 곳이나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이 발달한 지역의 건물들은 상가임대차법이 규정하고 있는 환산보증금의 규모를 대부분 초과하고 있다. 법률 제정 목적인 세입자 보호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법안이 되어 버렸다는 의미이다.
상가임대차법 제정 논의가 한창이던 2001년 당시 법무부는 환산보증금 규정을 법률에 삽입하는 이유로 ‘밥술깨나 뜨는 사람’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법안 제정 당시 3억 원 이상의 환산보증금을 부담할 수 있는 세입자라면 소위 말하는 ‘밥술깨나 뜨는 사람’이므로 굳이 법안으로 보호해 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법무부의 ‘밥술깨나 뜨는 사람’ 논리는 국정농단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인 최서원(최순실) 씨가 매년 세입자를 착취하며 수억 원의 부도덕한 치부를 일삼는 도구로 전락했다. 201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촌궁중족발’ 역시 법무부의 ‘밥술깨나 뜨는 사람’이라는 논리에 희생된 희생양이었다.
이 외에도 상가임대차법을 악법으로 전락시킨 환산보증금 규정으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둥지 내몰림) 피해를 입은 세입자는 굳이 사례를 들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맘 편하게 장사하고픈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시민단체가 생겨났을까 싶다.
환산보증금 규정의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은 법으로 보호를 받으면 안 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밥술깨나 뜰 수 있는 자영업자라면 젠트리피케이션만 피해 가더라도 수십 혹은 수백 명의 종업원을 고용하며 연간 수십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성장한 자영업자는 중견기업이 될 수도 있고 대기업의 반열에까지 오를 수도 있다.
애플의 창시자인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주차용 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비단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국내에서도 구멍가게로 시작해 재벌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사례가 차고도 넘친다. 오늘날의 삼성전자가 그렇고 현대자동차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의 고위 관계자와 오찬을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백년가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백년가게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을 읽을 수 있었다.
중기부의 논리 또한 상가임대차법을 제정하던 2001년의 법무부 논리와 다르지 않았다. 백년가게라면 30년 이상 자영업을 하면서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 사람들로 모두 잘 먹고 잘살고 있는데 굳이 정부가 나서서 지원까지 해 줄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였다. 한 마디로 ‘밥술깨나 뜨는 사람들’인데 세금까지 들여 가며 지원해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LG전자가 파주에 LCD단지를 조성할 때 정부가 나서서 도로를 뚫어 주는가 하면 이런저런 편의를 봐 줬다는 건지 의아해진다. 또한 삼성전자가 평택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하니 정부 각 부처가 나서서 뭐 도와줄 일 없을까 두리번거린 것도 그래서였는지 의문이다.
백년가게 취재를 다니며 만났던 수많은 사장님들은 이구동성으로 중기부가 백년가게를 지정하며 해 준 거라곤 달랑 백년가게 간판 하나뿐이라고 한다. 정부의 큰 지원을 바라며 백년가게 선정을 요청했던 것은 아니지만 달랑 간판 하나 더 달자고 이런 저런 서류 갖춰 가며 백년가게를 지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조그마한 구멍가게로 시작해서 백년을 가는 가업이 되려면 3대·4대를 거쳐야 한다. 정부에 의해 선정된 1100여 개의 백년가게 중 911개는 외식업종이다. 모두 음식장사만 30년 이상을 이어 온 가게들이다. 개중에는 이미 3대째 가업을 물려받은 곳도 상당하다. 그들은 음식에 대해 정직해야 한다는 철학과 고집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류문화가 전 세계를 휩쓸며 이에 힘입어 K푸드가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BTS가 손에 들고 먹던 김밥이 볼품없고 맛 없으면 누가 그 김밥을 다시 사 먹으려고 하겠는가? 대장금의 이영애가 나서서 요리하던 음식이 MSG 범벅에 그저 그런 맛이라면 이 나라에 와서 그런 음식을 맛본 외국인이 자기 나라에 돌아가 K푸드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까? K푸드가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중기부의 근시안적 태도가 불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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