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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9년 봄, 오를레앙 전투에서 승리한 잔 다르크는 그 기세를 몰아 파타·트루아에서 영국군을 통쾌히 무찔렀다. 그리고 왕세자를 신성한 장소 랭스로 데려갔다. 1429년 7월17일 왕의 대관식이 거행됐고 샤를 7세가 왕좌에 올랐다.
하지만 잔은 곧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궁정의 기대는 더욱 커졌고 그녀에 대한 영국인들과 부르귀뇽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1430년 5월23일 잔은 파리로 가는 요충지인 콩피에뉴에서 부르귀뇽인들에게 결국 붙잡혔다. 영주 뤽상부르는 영국인들에게 잔의 몸값으로 1만 파운드를 요구했다. 보르부아르(Beaurevoir) 성에 갇힌 그녀는 두 번이나 탈출을 시도했다. 창문으로 뛰어내리려다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
샤를 7세는 잔을 석방시키려 하지 않았고, 그녀의 몸값을 내주지도 않았다. 영국인들은 1430년 11월21일 루앙 돈 178전을 지불하고 그녀를 사서 동맹인 보베의 주교 피에르 코숑에게 그녀에 대한 처분을 위임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북쪽을 통해 잔은 루앙에 도착했다. 이곳은 영국에 의해 유지된 매우 큰 도시로 재판을 하기에 가장 적합했다. 잔은 곧 필리프 오귀스트 성에 갇혔다. 이 성은 정말 거대했다. 10개의 탑과 각 탑을 연결하는 성벽이 있는, 탄탄한 방어벽을 갖춘 성이었다. 춥고 습한 날씨 때문에 구금 기간 동안 잔은 몹시 앓았다.
역사상 가장 타락한 재판이 시작됐다. 처음부터 이 재판은 장난이었다. 시민적이고 교회적인 판례법의 수탁자인 파리 대학은 이미 잔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영국인들에게 완전히 굴복했다. 1431년 1월9일, 코숑 주교가 주재하고 120여 명의 종교인과 신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재판이 열렸다. 영국인들에게 끔찍한 패배를 안겨 주고 샤를 7세를 성스럽게 이끈 잔을 그들은 마녀로 단죄했다. 그들의 눈에 잔은 신이 아니라 악마로부터 영감을 받은 악녀였다.
잔은 자신을 비난하는 모든 범죄에 대해 전설적인 웅변으로 대응했다. 70개의 혐의가 제시되었지만 잔은 조목조목 답했고 심지어 판사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결국 그녀는 두 가지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하나는 환청이 들린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남자 옷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체포 당시 재판 기록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여성은 정숙함과 자신의 성별에 대한 모든 수치심과 존중을 무시하고 괴물 같은 뻔뻔함으로 남성의 옷을 입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잔 다르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여성복으로 갈아입는 데 동의했다. 그렇게 해서 잔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며칠 후 그녀는 이를 번복하고 다시 남성복으로 갈아입었다. 교회가 보기에 용납할 수 없는 불복종 행위였다.
한 목격자에 따르면 그녀는 감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심지어 영국 영주가 강간을 시도했기 때문에 다시 남자 옷으로 갈아입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신을 믿는 영국 경비원들이 마녀를 만지면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는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잔은 5월28일 코숑과 재판관들에게 정직하게 답을 했다. “나는 남자들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남장이 습관이 됐고 어떤 강요 없이 자신의 자유 의지로 그렇게 했으며, 여자보다 남자의 복장이 더 편하다”는 것이었다.
재판관들은 형을 언도하기 위해 근거를 찾아야 했다. 그것은 신명기 22장 5절의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성의 옷을 입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자는 남자의 옷을 입지 말며 남자는 여자의 옷을 입지 말라. 누구든지 이런 일을 행하는 것은 주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 미움을 사는 일이니라.”
1431년 5월30일 수요일, 날씨는 화창했다. 루앙의 비외 마르셰 광장에서 잔은 산 채로 불에 태워졌다. 그녀는 한 사제에게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처럼 죽을 수 있게 십자가를 높이 세워 달라고 부탁했다.
잔 다르크의 생은 이처럼 루앙에서 마감됐다. 루앙과 잔 다르크의 최후.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녀의 가장 생생한 삶이 이곳에 에피소드로 남아 있다. 따라서 루앙은 잔 다르크의 도시가 됐다. 그녀가 화형당했던 비외 마르셰(Vieux-Marché) 광장에는 이 영웅을 기리는 기념물과 큰 십자가가 세워져 있고 성 잔 다르크 성당이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종탑이 있는 루앙 역 근처에 잔 다르크 타워가 있다. 이 탑은 루앙의 옛 성으로 잔 다르크가 투옥되었던 곳이다. 그녀의 마지막 재판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이 유명한 재판의 일부는 이곳 지하실에서 열렸다.
루앙의 역사는 꽤 복잡하다. 841년과 856년의 피습 등 여러 번의 바이킹 습격 이후 루앙은 노르망디 공국의 수도가 되었고, 프랑스 왕에 의해 새로 만들어졌다. 이 새로운 지위 덕분에 루앙은 1063년에 아름다운 대성당을 짓게 된 엄청난 힘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곧 영국인들의 손에 넘어감으로써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프랑스인들은 이곳을 찾으려 여러 차례 공격했다. 필리프 오귀스트는 1193년과 1204년 루앙을 근거지로 삼았고, 샤를 7세는 1449년에 점령했다. 프랑스·영국 간의 100년 전쟁은 이곳을 최악으로 몰고 갔다. 1431년, 비외 마르셰 광장에서 잔이 화형당할 때 루앙은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다. 그러나 잔 다르크 덕에 왕이 된 샤를 7세가 결국 이를 되찾았다.
루앙은 이처럼 잔 다르크에게 진 빚이 많다. 그래서일까. 해마다 5월이면 열흘간 잔 다르크의 화려한 무대가 열린다. 이때 영화·콘서트 프로그램, 엄숙한 미사, 불꽃 점화, 공연과 퍼레이드, 그리고 많은 다른 행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환상적이고 중세적인 애니메이션을 통해 루앙의 역사와 잔 다르크의 최후가 생생히 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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