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주권… 선관위 ‘해킹 무방비’ 일파만파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폴리로그 > 국회·정당

국정원 “언제든 北해킹에 뚫릴 수 있다” 보안점검 결과 통
“北정찰총국 소행” 7번이나 통보했음에도 선관위가 무
김기현 대표 “경악·분노”… 선관위 기강해이 개탄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11 19:36:07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개표시스템과 내부전산망의 총체적 취약성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해킹 등 외부 개입에 무력하다는 뜻이다. 11일 오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경과를 짚으며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개탄을 표했다. 1963년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설립돼 감사나 견제를 받은 바 없는 선관위의 미래가 주목된다.

국정원이 최근 2년간 선관위가 악성코드 및 해킹메일 공격을 8차례 받았으며 이 중 7번이 북 정찰총국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매번 통보했음에도 선관위 측이 이를 무시했음이 밝혀졌다. 국정원의 보안관련 경고가 있을 때마다 “‘해킹 우려 없고 개표조작도 불가능하다’ 허언만 되풀이”한 것이다.

전날 국정원은 선거관리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벌인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국회 교섭단체 추천 여야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7월17일~9월22일 두 달여 진행한 결과, 선거시스템 핵심인 투개표시스템이 해킹에 무방비였다.

선관위가 지난해 자체 점검 후 “100점 만점”이라던 해킹보안 점수가 이번엔 31.5점이었다.

국정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유령 유권자’ 등록은 물론 ‘불법 사전투표 용지와 QR코드 투표지’를 인쇄할 수도 있었다. ‘음모론’으로 취급돼 온 주장들이 대부분 사실임이 드러난 셈이다. 더구나 이번 점검은 선관위 전체 시스템의 극히 일부를 대상으로 했을 뿐이다.

김 대표는 선관위를 향해 “헌법기관이라며 노터치 특권을 줄창 내세우더니 알고보니 노터치 태만의 무능한 조직”이었음을 성토했다. “흥청망청 세금 쓰고 아빠찬스 형님찬스까지 써가며 채용비리를 저지른 일부 선관위 직원들의 도덕적 수준을 생각하면 내부 공모 가능성 없다고 누가 100% 장담할 수 있겠느냐” 꼬집었다.

김 대표는 또한 “어떻게 로그 기록이 없을 수 있는지 이해 안된다”며 “아무 문제 없다고 거짓말해 온 자들을 발본색원해 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들이 태만으로 시스템을 방치한 게 아니라 선거결과를 자신들 입맛대로 조작하기 위한 대역 음모의 수단 아니었는지 그 진실 또한 철저히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부정선거 의혹의 시선을 분명히했다.

외부 개입에 대한 선관위 시스템의 취약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디도스공격으로 홈페이지 내 투표소 위치 검색이 안 됐는가 하면 2012년(19대)·2016년(20대) 총선 때도 디도스공격을 받았다. 2021년엔 선관위 컴퓨터가 북한 해킹부대 ‘김수키(Kimsuky)’ 조직 악성코드에 감염돼 대외비 문건이 유출되기까지 했다. 당시 선관위는 이메일 해킹사고 피해자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직원 3000명과 모든 시·군·구에 하부 조직을 거느린 선관위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도 드러났다. 선관위는 이른바 ‘꿀보직’, 선거 때만 바쁘고 업무감사도 없는 ‘신의 직장’으로 유명하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전수조사로 무더기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선관위는 ‘소쿠리 투표’나 ‘부정선거’ 논란에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이런 가운데 선거무효소송이 무려 126건에 이른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