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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급사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 특히 중국 최고지도부는 그의 죽음을 예상하지 못해 공식적인 부고조차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가들은 중국 관영 언론이 리커창 전 총리의 사망 발표를 취급하는 걸 보면 이 비극이 중국 당국에 완전한 충격이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SCMP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앞서 중국 국영 통신사 신화통신은 27일 오전 리 전 총리의 사망을 알리는 간단한 메시지와 함께 공식적인 부고 기사가 나중에 나올 것이라고 게재했다.
신화통신은 27일 오전 8시16분 “리 총리가 전날 밤 모든 구조 조치가 실패한 후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부고 기사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부고가 나오기까지는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중국 당국은 같은 날 오후 6시30분경에야 “중국공산당의 우수한 당원이자 노련하고 충성스러운 공산주의 전사, 걸출한 프롤레타리아 계급 혁명가, 정치가, 당과 국가의 탁월한 지도자인 리커창 동지가 서거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공식 부고가 나오지 않는 동안 일각에서 중국이 리 총리의 죽음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2500여 자의 부고문에서 공산당 지도부는 당과 국가에 대한 리 총리의 공헌을 칭찬했다.
1955년생인 리 전 총리는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제1서기와 허난성 당위원회 서기 겸 성장, 랴오닝성 당위원회 서기 등을 거쳐 2007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
중국공산당 내 주요 파벌인 공청단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당 내에선 비슷한 연배 가운데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시기인 2008년부터 국무원 부총리를 지냈고 시진핑 체제가 출범하기 전에는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 서기와 함께 후 전 주석의 뒤를 이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태자당(혁명 원로 자제 그룹)계와 장쩌민계인 상하이방이 연합해 시 주석을 밀어주면서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체제가 출범한 뒤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는 중국 2인자인 국무원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중국 경제 정책을 총괄했다.
시진핑 1인 체제가 공고화된 이후에도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며 중국 민중들의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리 총리도 집단지도체제가 약화하고 시 주석에 권력이 한층 집중되면서 리 전 총리의 영향력은 갈수록 약해졌다. 그는 올해 3월 리창 총리에게 자리를 넘기고 퇴임했다.
전 상하이 정법대학 교수인 천다오인 정치평론가는 SCMP에 중국이 부고를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리커창의 죽음이 중국 최고지도부에게 완전히 놀라운 일이었다고 본다”라며 “관영 매체들은 와병 중으로 알려진 당 지도자들의 완전한 부고를 준비하는데 리커창의 부고 전체를 준비하지 않은 게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리커창의 죽음으로 제기될 수 있는 모든 음모론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사망 사실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중국은 리커창 죽음에 관해 자세히 공개하지 않겠지만, 대중에 공개할 수 있는 사실을 발표하고 신속히 장례 준비에 돌입한 것은 상황을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추측했다.
한편 리 총리는 은퇴한 지도부 중 70세 이전에 사망한 극소수 중 한 명이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퇴임 후 최고 전문가들에게 건강 관리를 받으며 90~100세까지 장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쑹핑 전 정치국 상무위원은 올해 106세로 현재 당 최고령 원로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지난해 향년 96세, 리펑 전 총리는 2019년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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