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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높은 물가로 시민들의 한숨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엔 물가가 오르는 데 비해 임금의 오름세가 더딘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서울역 인근의 한 마트에선 부사사과(특)가 1개당 3490원이었다. 4~5개가 한 묶음인 사과도 1봉지에 1만3900원이었다. 이 외에도 햇 단감은 개당 1890원이고 건고추가 1.8kg에 5만9900원이었다. 흙생강은 2개가 들어 있는 1봉지가 2450원 수준이었다.
다른 마트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마트에서는 사과가 개당 1250원에서 3500원 수준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알뜰사과 2.5kg에 1만5480원이고 일반사과 2.5kg 3만1200원·저탄소 사과 8989원(5알)이었다.
이 외에도 건고추는 3kg에 7만1040원이었다. 그나마 이 가격도 할인가로 원가는 8만8800원에 육박했다. 성인 남성 한 줌보다 큰 흙생강 한 더미는 3300원으로 100g당 2030원꼴이다.
높은 가격에 시민들은 품질 이전에 가격을 먼저 확인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다른 사과들보다 ‘알뜰 사과’ 근처를 서성이는 시민들이 많았다.
장을 보던 A씨는 “가격 하나하나 따져 보고 집에 가서 영수증을 보면 밥상 못 차린다”며 체념한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장을 보던 또 다른 시민 B씨는 “식구들이 많으니 장 한 번 보면 수십만 원 씩 나가는 것 같다”며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마트 관계자도 “요즘 반찬을 사 가는 손님들이 많다”며 “김치 같은 경우에 배추·소금·생강·쪽파 등 갖가지 재료를 살 바에는 반찬으로 사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업체에서 만드는 것이야 대형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개별로 만들면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마트 반찬 가게에선 김치 한 포기 당 1만5000원에서 1만8000원 수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포기당 4000원 수준인 배추를 비롯해 소금·생강 등을 사서 직접 담그기보다 김치 한 포기를 반찬 가게에서 소량 사는 것이 훨씬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에서는 롯데칠성음료의 L 캔커피 가격에 대한 게시글이 올라와 있었다. 500원 안팎의 가격으로 공사장 인부들의 애정을 받았던 음료지만 최근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편의점 대부분에서 해당 커피는 1캔에 1200원이었다. 오히려 기존에 더 비싼 가격에 팔리던 대부분의 커피음료 제품을 편의점 이벤트를 통해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시민들이 물가로 고통받는 이유는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동안 월급 인상은 부진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기준 2019년 0.0% 오른 뒤 2020년 4.4%·2021년 5.9%·2022년 5.9% 올랐다.
올해도 이대로 5%대를 유지한다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5%를 넘긴 이후 10년 만에 3년 연속 5%을 넘기게 된다.
하지만 6일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근로자 1명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353만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 하락한 수치다. 소비자물가가 3.7% 올랐지만 명목임금 상승은 2.1%에 그친 결과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올해 3월 –2.6%를 기록한 이후 4월과 5월 모두 –0.2%를 찍었다. 문제는 물가가 7월 2.3%로 저점을 찍고 꾸준히 반등하고 있어 하반기 실질임금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실질임금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아니라 생활물가지수 앞에서 더 작아진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144개의 생필품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에 가까운 물가지수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4.6%로 3.8% 오른 소비자물가지수보다도 높았다. 1월 6.1% 오른 생활물가지수는 7월 1.8% 오르는 데 그쳐 오름세가 꾸준히 둔화된 바 있다. 하지만 8월 3.9%·9월 4.4% 오르면서 하반기 반등하는 모양새다.
물가 반등에는 사과(72.4%)·상추(40.7%)·수박(36.1%) 등 신선 과일과 채소류가 견인했다. 이외에도 택시비(20.0%)·전기료(14.0%)·도시가스(5.6%) 등 공공요금부터 미용료(5.6%)·약국조제료(3.6%) 등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144개 품목 가운데 123개(85.4%)의 가격이 올랐다.
물가가 높은 와중에 고금리까지 이어지면서 가처분소득도 줄었다. 가처분소득은 개인소득에서 세금·사회보장분담금·이자비용 등을 제외한 비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383만1000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줄어든 수치다. 2021년 2분기 가처분소득이 –1.9%를 기록한 이후 가처분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게 처음이다.
정부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하반기 들어 물가가 내림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 것과 달리 국제유가가 오르고 중동지역 분쟁 등으로 여건이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소금 등 김장재료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할인 지원만 245억 원인데 이는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되는 규모다. 면세농산물 등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를 10% 상향하는 것도 2025년 12월까지 2년 연장하고 연매출 4억 원 이하 영세 개인음식점 공제율 확대도 2026년 12월까지 3년 늘린다.
박상인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근원 물가는 향후에도 상당히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에 못 미치고 있어 오히려 근원물가 상승이 제한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 노동자의 희생으로 근원 물가가 통제되고 있으며 고물가에 따른 희생도 일차적으로 임금 노동자가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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