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전쟁의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물가상승률이 2%대로 올라선 상황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부과한 관세정책이 지속될 경우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현재 2.8%에서 최대 5%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역 상대국들이 보복관세를 단행하면서 물가 상승은 국지적인 현상을 넘어 세계적 흐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실제 중국은 미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34%의 관세율을 매기기로 했고, 유럽연합(EU)은 총 260억 유로(약 42조 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작년 4월 발표한 ‘트럼프 관세정책의 배경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무역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상대국도 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9~10.4%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미국의 실제 조치보다도 완화된 시나리오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도 수입물가가 높아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대외연은 3월 발표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국내 파급효과와 경기안정화 정책 분석’ 보고서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38개국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p 오를 때 국내 소비자물가 지수는 단기적(3개월 내)으로 0.23%p, 장기(2년 누적)적으로는 0.32%p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더욱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60원 수준까지 급등하면서 수입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영남권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와 가공식품·축산물·수산물 등의 가격 인상으로 서민 체감 물가는 이미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설탕·코코아·차·커피 등 주요 수입 식품 원재료 가격도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향후 가공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의 관세 조치가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세가 글로벌 경기 둔화를 유발하면 오히려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가격이 오른 제품을 소비하지 않게 되면 총수요가 줄어들어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무역전쟁이 확전돼 각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EU·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다 관세를 올리는 쪽으로 대응할 경우 우리나라도 성장률 하락 위험 때문에 어느 정도 관세를 물리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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