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의 시사저격] 혁신위 제동 걸리면 ‘국힘’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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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윤재옥 지도부로는 해결 못 해
윤석열 읍참마속 결단 만이 국힘 살길
인요한 나가면 내년 총선거 타격 올 것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15 06:31:30

결국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윤석열·김기현 체제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혁신위가 제안한 인사혁신에 대해 윤·김 체제가 답하지 않고 있으니 더 나아가기가 어려운 형국이다.

대통령 측근과 지도부에는 영남 지역 다선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내지 험지출마 제안에 대해 부정 기류가 완연하다. 김 대표는 두고 보자는 말로 유보 내지 부정적 입장을 내보였고 영남 다선의원인 주호영·장제원 의원은 거부 의사를 확실히 했다. 특히 3선의 장 의원은 부산 지역구에 내려가 4200명이 운집한 대규모 집회를 갖고 지역구 사수를 공언했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 측근에다가 영남 다선이어서 혁신위의 요청에 앞장서 응해야 할 대상이다. 이른바 여권 실력자로 알려진 사람이 이 정도로 나왔으니 혁신위가 더 이상 나아갈 길이 막힌 것이다. 장제원이 거부하는 한 다른 사람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혁신위의 중심과제인 인적쇄신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인요한 혁신위 출범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어 왔던 일이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세력 관계의 산물이어서 강자가 밀어 주지 않으면 시골 의사의 양심과 소신이 통하기 어렵다. 지금은 유일한 희망인 윤 대통령과 김 대표의 백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것은 혁신위 1호 제안인 이준석·홍준표 사면이 최고위에서 즉각 수용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혁신위가 희생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당 지도부·영남다선·중진은 무려 30~40명 선인데 1987년 민주화 이후 정당의 대대적 인적쇄신이 조용하고 순조롭게 성공한 예가 거의 없다. 대부분 공천 파동이라는 난리를 겪었다. 그것도 총선에 임박해서 간신히 이뤄졌다.

혁신위의 의도대로라면 김 대표는 물러나야 할 입장이다. 다선 중진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마당에 김 대표가 버티고 앉아 있을 명분이나 이유가 없다. 만약 김 대표가 물러난다면 국민의힘이 혁신위를 중심 동력으로 하여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은 김 대표가 진작 당이 처한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희생의 모범을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윤 대통령의 신임을 믿기 때문인지 공천권 행사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물러날 뜻을 보이지 않았고, 이런 가운데 장제원·주호영 같은 대표적 중진들이 혁신위에 제동을 걸고 나왔기 때문에 일이 어려워진 것이다.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의 성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의 하나였던 강서구청장 선거에서의 참패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고, 당 내분 수습 실패와 당 지지율 정체 등 몇 가지 중대한 이유만으로도 진작에 거취를 표명했어야 한다. 또 이들의 비전과 대국민 설득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 리더십에 큰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이상 내년 총선전략상으로도 이들은 지휘봉을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이 바로 선당후사하는 길이다. 이들이 윤석열 정권과 집권당이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과감한 희생 결단을 내린다면 지지율 30%대에서 헤매는 정체현상을 타개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고 내년 총선에도 낙관적인 신호를 줄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이준석 신당설에도 휘둘릴 정도로 무력하고 매력없는 약체정당이 되어 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전국 지방선거에서도 대승했으나 역부족인 김기현-윤재옥 리더십이 나타나면서 고전을 계속하다가 지난 10.11 치욕적인 ‘강서 선거 참패’를 겪었다. 상대 정당이 당 대표의 중범(重犯) 리스크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등의 악재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을 능가할 정도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힘의 무능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준석의 파괴 행위나 한동훈 장관이 전 야당 대표에게 당한 무지막지한 폭언에 대해서도 대응을 못하고 속수무책 침묵 모드만 유지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가 실패한다면 그 충격파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내년 총선 전망에도 타격을 줄 공산이 크다. 당과 정권 지지율을 끌어올릴 뾰족한 다른 수도 보이지 않고 있어 혁신이 유일한 살길인 국면에서 장제원 같은 대통령 측근마저 공개적으로 혁신에 저항하고 있으니 인요한 위원장이 어떤 결단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결국 문제해결의 열쇠는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 김기현 지도부는 기본적으로 곤란하다. 설득력도 복원력도 없다. 난세를 헤쳐나가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도부다. 그들의 국회의원 4선·3선 경력은 보수 텃밭에서 얻은 것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얼마나 정확하게 정부·여당이 처한 현실을 파악하고 내년 총선에서의 패배를 막기 위한 결심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자생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윤석열 정권이 성공하려면 국민의힘이 살아야 하고 당이 살려면 측근과 지도급이 희생해야 하는데 그것이 지금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음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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