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꾀주머니’ 자처한 이준석과 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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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권하며 파벌 형성하려다 처형된 양수
개혁신당, 부적격 당원들 입당시킨 혐의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05 06:30:30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1일 경북 문경시 문경장례식장에서 육가공 공장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한 소방관들의 조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공동 취재

양수(楊脩)는 중국 후한(後漢) 말의 청년 관료였다. 조조(曹操)의 꾀주머니로서 오만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쏟아 냈으나 ‘오버’하다가 자멸한 인물이다.

양수의 재능을 보여 주는 일화 하나가 있다. 천하를 정복하며 무수한 인명을 앗은 조조는 늘 암살을 두려워했다. 특히 자다가 칼 맞을까 염려했다. 조조는 궁리 끝에 좌우를 불러 말했다. “나는 꿈속에서 사람을 잘 해치니 내가 잠들면 가까이 오지 말라.” 어느 날 조조가 일부러 침상에서 굴러떨어지자 시종이 달려와 부축했다. 그러자 조조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시종을 베고서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잠들었다.

이윽고 깨어난 조조는 “내 그렇게 일렀거늘 왜 자는데 다가왔는가” 하고 짐짓 통곡하며 후하게 장사를 치러 줬다. 그 후 좌우는 두려워하며 조조가 자는 동안에는 일절 접근하지 않았다. 조조는 비로소 안심했으나 오직 한 사람 양수만이 진실을 알아챘다. 장례식에 참석한 양수는 “가엾도다. 주공이 꿈꾸고 있었던 게 아니라 그대가 꿈꾸고 있었던 것이라네” 하고 말했다.

하지만 영특했던 양수는 파벌을 형성하려는 듯 무리하게 사람들을 선동하다가 그만 자멸하고 말았다.

서기 219년 조조는 한중(漢中) 땅을 두고 유비(劉備)와 격돌했다. 거듭 패한 조조의 밥상에 어느 날 닭갈비탕이 올라왔다. 처량하게 국그릇 바라보던 조조는 당일 암구호를 계륵(鷄肋)으로 정했다. 양수는 지혜 뽐내며 “닭갈비는 먹을 건 적으나 버리긴 아까운 것. 한중이 바로 닭갈비 같다는 뜻이니 주공은 철수를 원하신다. 얼른 짐 싸라”고 명령했다. 많은 이들이 “역시 천재”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러나 양수는 조조의 장수들을 지휘할 권한이 없었다. 따라서 장병들의 양수 지시 이행은 명백한 위법행위였다. 철수하려는 휘하들을 본 조조는 당연히 대경실색했다. 그는 양수에게 홀려 짐을 꾸렸을 뿐인 하후돈(夏候惇) 등 애꿎은 수하들을 크게 꾸짖고 목을 날리려 했다. 정상이 참작된 하후돈 등은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이 사달의 원흉인 양수는 44세의 젊은 나이에 단칼에 처형됐다.

제갈량(諸葛亮)을 동경한다면서 소위 ‘비단 주머니’를 자랑했던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정당법 위반 혐의에 휩싸였다. 정당법상 당원이 될 수 없는 미성년자·군인 등이 개혁신당에 입당했다는 의혹이다. 정당법 안내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머릿수 채우러 무작정 입당했다가 탈당 길마저 막힌 부적격 당원들은 졸지에 범법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초고속 창당’은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 대표가 억울한 당원들 대신 책임을 질지 아니면 반대의 길을 걸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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