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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온라인 민원 서비스 사이트인 ‘정부24’에서 지난달 민원서류 발급에 오류가 발생해 1200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다른 사람의 개인 정보 등 잘못된 자료가 실린 민원서류가 발급됐다고 밝혔다. 국민이 마땅히 알아야 할 이런 중대한 사실이 문제가 발생한 직후가 아니라 한 달 혹은 보름 이상 지난 후에야 발표된 셈인데, 이는 책임있는 정부의 정상적인 행정 형태라고 볼 수 없다.
행안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성적·졸업 증명서 등 교육 관련 민원서류 646건에 신청인이 아닌 엉뚱한 사람의 개인정보가 실린 채 발급됐다. 또 19일에는 법인용 납세증명서 587건에서 사업자등록번호가 표시되어야 하는 자리에 법인 대표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가 표시됐다. 행안부는 잘못 발급된 서류를 즉각 폐기 조치했다지만 이미 노출된 개인정보 확산을 어떻게 막았다는 건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발생한 오류의 원인으로 행안부는 프로그램 개발상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큰 실수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프로그램 개발 시 가능한 경우의 수를 놓고 테스트하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오류를 걸러 내지 못하는 프로그램이라면 프로그램 문제뿐 아니라 전산 시스템 관리 체계의 허술함이 지적돼야 한다. 당장 문제된 부분만을 땜질식으로 고칠 것이 아니라 전산 시스템 전반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국가행정전산망에 말썽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로 ‘정부24’가 먹통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일선 공공기관의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됐고, 주민등록등본 등의 서류가 필요한 전세 계약·금융거래가 올 스톱 되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그보다 앞서 지난해 6월 개통한 교육부의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서도 오류가 속출한 바 있다. 또 올해 2월 개통한 지방세와 세외 수입 업무 처리를 하는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도 개통 후 한 달 넘게 오류가 발생했다.
윤석열정부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현을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대국민 선제적·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행정 구현 등을 추진해 왔다. 대통령 직속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다. 또 국가기관 주요 서비스 서버와 통신·보안장비 등 정보 자원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올해 5433억 원의 대규모 예산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민원 서비스 발급에서 거듭 문제가 발생한 ‘정부24’ 오류 사태를 보면 ‘디지털플랫폼 정부’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정부 디지털플랫폼의 위기관리시스템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프로그램 개발자의 실수로 떠넘길 일이 아니라 관리·감독에 소홀한 정부의 책임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더욱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사고 발생 후 정부가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쉬쉬’했다는 점이다. 행안부는 이번 사태를 함구로 일관하다 언론 보도가 나온 후에야 사실을 인정했다. 너무나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24’는 2002년 전자민원 서비스를 개시한 후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발급건수가 1억6157만3468건에 달했다.
거의 온 국민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민원 서비스 플랫폼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최악의 경우 대규모 국가적 재난이 빚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전산망과 프로그램을 꼼꼼히 점검해 이런 오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철저히 점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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