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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미식의 도시’인 것은 미슐랭 같은 고급 레스토랑이 많아서가 아니다. 지정학적으로 역사적으로 다양한 지역의 문화가 겹치면서 그만큼 음식 종류와 맛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이다.
특히 뱃사람과 무역상·관료가 드나들면서 이식한 식재료와 향신료는 홍콩의 음식을 다양하고 독특한 형태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차와 밥을 파는 식당’이라는 뜻의 차찬텡은 홍콩에서 꼭 경험해야 할 음식문화다. 홍콩 현지인은 이곳에서 아침과 점심·간식을 해결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난다.
홍콩식 분식집 차찬텡
차찬텡을 이용할 때는 한 가지 팁이 있다. 보통 이곳에서는 오전 7시~11시에 아침 메뉴를, 오전 11시30분~오후2시30분에 점심 메뉴를, 오후 3시15분~5시30분에 하이티 세트를 할인해서 판매한다. 때를 잘 맞춰 가면 매우 저렴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차찬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홍콩식 밀크티 ‘라이차(奶茶)’다. 밀크티가 영국의 영향을 받은 음식이긴 하지만 라이차는 홍콩의 옷을 덧입어 그 맛이 사뭇 색다르다. 홍차에 무당연유를 넣어 진하고 깊은 맛이 특징.
현지에선 그 외 커피와 밀크티를 혼합한 ‘원앙차’·차가운 레몬티 ‘똥랭차’ 등을 식사에 곁들인다.
차찬텡 메뉴로는 라면·파인애플번·토스트가 인기 많으며 이들 메뉴에 달걀프라이·스크렘블 애그·햄·소시지를 추가하는 게 보통이다. 차찬텡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홍콩에는 유서 깊은 차찬텡이 여러 곳 있다.
차찬텡의 전설 미도카페
1950년 오픈한 미도카페(美都餐室)는 차찬텡의 전설로 불린다. 1·2층으로 나뉜 실내는 오픈할 당시 그대로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깔끔하고 청결하다. 여기에 고색창연한 타일과 파랗고 노란 창문의 조화가 아주 멋스럽다.
인근에 야우마테이 틴하우 사원이 있어 조용하면서 전망이 아주 좋다는 것도 이 집의 장점이다. 늘 손님이 줄을 잇지만 2층 홀이 매우 넓어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보통은 달걀토스트·마카로니수프·파인애플번과 같은 전통적인 차찬텡 메뉴를 많이 시키지만 한 번쯤 이곳 시그니처인 ‘사테이 해물소면’을 주문해 보자.
과자처럼 바삭하게 튀긴 국수를 해물볶음에 비벼 말랑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는데 맛도 식감도 모두 훌륭하다. 튀긴 국수에 꽂아놓은 젓가락이 허공에 떠 있는 듯 착시현상을 일으켜 눈까지 즐거운 메뉴.
레트로 감성의 빙셧 매치박스
코즈웨이베이 번화가에 자리 잡은 매치박스(喜喜冰室)는 홍콩식 카페인 빙셧이다. 빙셧은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방이라는 뜻이다. 에어컨이 귀하던 시절, 시원한 바람을 쐬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카페를 이렇게 불렀다. 빙셧은 때때로 차찬텡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또한 ‘매치박스’는 성냥을 뜻하는 말이지만 매치(match)는 서로 잘 어울리게 한다는 뜻도 된다. 이름처럼 이곳은 서구식 메뉴가 현지화한 공간이자 사람들이 한 데 어울려 음식과 담소를 나누는 곳이다.
매치박스는 유서 깊은 식당이라기보다 레트로 감성의 신세대 차찬텡에 가깝다. 매치박스 내부를 채우고 있는 커튼·식탁보·의자·타일은 오래된 것이 아니라 오래돼 보이도록 세심하게 연출한 것이다. 홍콩 퍼블릭 버스를 통째로 옮긴 것 같은 좌석 배치와 화양연화에 나올 것 같은 실내 공간이 지난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밀크티를 곁들인 토스트와 마카로니 수프를 많이 시키지만 핫케이크 같은 달달한 디저트 메뉴도 인기가 많다.
젊은이에게 인기 많은 캐피탈카페
완차이에 위치한 캐피탈카페(華星冰室)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차찬텡이다. 캐피탈이라는 명칭은 1980~90년대 홍콩을 들었다 놨다 하던 알란탐·장국영·매염방의 소속사 ‘캐피탈 아티스트’에서 따왔다. 실제로 그곳에 근무하던 직원이 이 가게를 오픈했다고 한다.
이곳 시그니처는 스크램블 애그 토스트 위에 블랙 트러플을 토핑한 ‘교장토스트’다. 이 메뉴가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재밌다. ‘교장’은 알란탐의 별명이었다.
1980년대 홍콩에서 알란 탐의 인기는 거의 BTS 급이어서 그때부터 그는 ‘런미(伦迷)’라 불리는 팬덤을 몰고 다녔다. 1985년 여름 알란 탐은 홍함체육관에서 20회 연속 콘서트를 진행했는데 여름방학 기간 거의 매일 열리는 이 콘서트가 꼭 음악 보충수업 같다며 스스로를 탐교장이라 불렀다. 여기서 그의 별명이 나왔고 그를 기리는 의미에서 교장토스트가 탄생했다.
토스트의 새 역사 쓴 호주우유공사
구룡반도 조단역 근처 호주우유공사(澳洲牛奶公司, Australia Dairy Company)는 창립자가 호주 농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한 곳이다. 1970년대 오픈한 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영화감독 왕가위의 단골 가게로도 유명하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스크램블 에그 토스트’로 홍콩의 토스트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을 얻고 있다. 유명 호텔 셰프도 그 맛을 인정할 정도. 이 집 토스트 맛의 비밀은 버터가 많이 들어간 두툼한 빵과 훗카이도 산 우유로 만든 촉촉한 스크램블 에그와의 조화에 있다.
파인애플번의 원조 캄와카페
몽콕의 캄와카페(金華冰廳, Kam Wah Cafe & Bakery)는 파인애플번의 원조 집으로 알려져 있다. 파인애플번은 차찬텡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로 외관이 파인애플처럼 울퉁불퉁한 데서 따온 이름이다. 맛이나 생김새에 있어 우리나라 소보루빵과 유사하다.
파인애플번 사이에 버터를 끼우는 게 보통이지만 달걀프라이나 고기 패티를 끼워 먹기도 한다. 베이커리 성격의 차찬텡이다 보니 에그타르트·프렌치토스트·카야토스트 등 빵류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현지인·여행객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찾는 집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파인애플번이 떨어지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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