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⑧ 장군갈비] 장군갈비는 광진구에서 소고기 맛집으로 유명하다. 1980년에 한우 생갈비 등을 메인 메뉴로 개점한 장군갈비는 아차산역 근처에 있어 ‘아차산 장군갈비’로도 불린다. 매니저로 입사해 사장이 된 정우성 대표의 특별한 사연에도 장군갈비의 역사가 담겨 있다. 오늘은 44년 동안 장군갈비의 모든 메뉴를 창업 당시의 맛 그대로 유지해 오면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이 무엇인지, 정우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광진구 1호 소고기집… ‘맛집’으로 유명
“1980년 무렵엔 우리나라에서 소고기를 먹기 힘들었어요. 소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도 먹기 힘들었죠. 장군갈비 창업자가 광진구에 소고기집을 개점할 때는 광진구에 소고기집이라곤 여기밖에 없었어요. 최종현 전 SK 회장도 단골이었는데 일주일에 두세 번씩 식당을 찾아 식사를 했어요. 최 전 회장이 장군갈비에서 맛본 생갈비가 얼마나 맛있었던지 워커힐 호텔에 명월관을 만드는 계기가 됐어요.”
장군갈비엔 한우 생갈비를 시작으로 한우 양념갈비·생꽃등심·안창살·치마살·꽃살·갈비살·생등심·갈비탕·냉면 등 한우를 메인으로 메뉴가 구성돼 있다. 특히 한우 생갈비는 매일 아침 신선한 고기를 받아 손님들이 먹기 좋게 조리한다.
한우 생갈비가 숯 불판 위에서 중간 정도 구워지면 생고기 특유의 고소한 향을 맡으며 입안에서 녹아 내리는 육즙을 맛볼 수 있다. 특히 한우 생고기 특유의 씹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장군갈비가 오랜 세월 사랑받는 이유는 맛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지속돼서 그런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엄마의 손맛이 그리운 것처럼 손님들도 예전 그대로인 맛이 그리워서 찾아 오시죠. 단골손님에게는 익숙한 맛이고, 처음 우리 집을 찾는 손님들은 담백하고 고유한 맛에 끌려서 자주 찾아오십니다.”
“장군갈비는 40년 넘게 과일 양념을 하고 있어요. 양념 맛을 낼 때 조미료(MSG)를 넣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가게에선 과일로 모든 맛을 내고 있어요. 마늘·양파·사과·배·생강 등을 갈아서 맛에 따라 비율을 다르게 하는 거죠. 신기한 것은 손님들이 맛을 가장 먼저 알아요. 옛날부터 단골로 다닌 손님들은 조미료를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를 금방 아시더라구요.”
정우성 대표는 직원들에게 ‘각장 어리석은 사람은 손님을 속이는 사람’이라고 교육하고 있다. 정 대표에게도 이 말은 신념이자 철학이다.
“충청도에는 ‘저울을 속이면 3대가 망한다’는 무서운 말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가격을 올리면 올렸지, 결코 고기를 적게 주거나 하면서 양을 줄이지 않아요. 보통 고기 1g이 모자라면 2~3g을 더 주면 줬지 덜 주지는 않아요. 덜 주는 것은 제가 생각하는 철학에 어긋나서 용납되지 않아요.”
장군갈비는 2021년 11월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백년가게 인증을 받았다. 정 대표는 20대 때 매니저로 일을 시작해 44년 동안 장군갈비에서 일하고 있다. 보통 한곳에서 수십 년을 일한다는 게 쉽지 않다. 장군갈비 창업주가 가게의 명맥 유지를 위해 정 대표에게 가게를 팔기로 해서 오랫동안 매니저로 일해 왔던 정 대표가 가게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정 대표가 장군갈비를 인수해 사장이 된 지는 13년이 됐다.
양념부터 육수까지 모두 ‘천연재료’
“1980년에 가게를 오픈했을 때는 냉면이 하루에 2000그릇이 팔릴 정도로 유명했어요. 지금 우리 가게의 냉면 맛은 초창기 맛과 똑같아요. 함흥냉면은 면이 질긴 편이고 평양냉면은 부드러운데 우리 가게에선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의 중간 정도로 면을 직접 뽑아요. 육수도 조미료를 쓰지 않고 과일로 맛을 내고 있어요. 단골손님들은 다시다 맛인지 아닌지를 알더라구요.”
쫄깃한 면발이 일품인 장군갈비의 냉면은 과일로 맛을 낸 육수로 만든다. 평양냉면처럼 슴슴하지도 않고, 함흥냉면처럼 간이 세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육수에서 과일 향이 진하게 우러나 시원함과 청량함을 더해 준다. 냉면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일일이 반죽해 만드는 면발의 쫄깃함은 보통 다른 냉면집에 선 느껴볼 수 없을 정도다.
“우리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방장부터 홀 매니저까지 보통 20년 넘게 일한 사람들이에요. 주방에 있는 요리사들 대부분이 가게 초창기 멤버들이죠. 코로나19 기간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장사가 잘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출을 받아 직원들 월급 지급하고, 가게 부대비용으로 사용했어요. 코로나19 때 받은 대출금을 아직도 갚고 있어요.”
“코로나19가 회식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코로나19 이전에는 밤 12시까지 회식을 했는데, 지금은 10시 전에 회식이 끝나요. 요즘은 저녁 8시만 돼도 손님이 없어요. 택시비도 10시부터 할증이 붙으니까 비용 부담이 커지고, 회식도 안하는 것 같아요. 저는 IMF·사드·메르스 등 여러 힘든 상황을 겪어 봤지만, 코로나19처럼 힘든 경우는 처음 봐요. 석 달 정도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3년 동안 힘들었어요.”
장군갈비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자영업자 손실보상금을 받지 못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금은 2021년 7월7일부터 9월30일 기간의 손실에 대해 정부가 보상금을 지급해 줬다. 가게가 적자 행진을 이어 가고 있지만 직원이 많다는 이유로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 어려운 시기에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힘든 상황을 극복했는데 정부의 지원이 없었던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고용 안정화에 기여한 가게에도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면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 외식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 81만867개 중 폐업한 업체는 17만6258개로 폐업률이 21.52%에 달했다. 5곳 중 1곳 이상 문을 닫은 셈이다.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했던 2020년(9만6530개) 대비 82.6% 급증한 것이다.
“올해도 코로나19의 여파, 고물가 영향으로 사람들이 예전만큼 외식을 즐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장군갈비는 44년 넘게 이어 온 전통의 맛을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에요. 올해는 물가도 안정되고 외식 문화가 활발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우성 대표는 식탁에 오르는 모든 요리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40년 넘게 고수해 온 천연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손님에게 덜 주는 것보다 더 많이 주는 것을 철학으로 생각하는 정 대표만의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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