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이의 난세치세(亂世治世)] 대한민국 국가정체성 확립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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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08 06:30:50

▲ 박정이 (예)육군대장·밀리테크협회 회장·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면서 우리는 1945년 8월15일 광복을 맞이하게 되었으나 일본군 무장 해제를 위한 미·소 양군의 한반도 진주로 국토가 분단되었다. 북한 지역은 소련군이 점령했고, 남한에는 미군이 진주하여 3년간 군정을 실시했다.

1948년 2월26일 유엔 소총회에서 ‘가능지역 선거’를 결정함으로써 미·소 대립이 커지고 남북 총선의 실현이 좌절되자 남북 지도자 연석회의가 끝난 지 열흘 뒤인 1948년 5월10일에 남한에서는 ‘국제연합 한국임시위원단(UNTCOK)’의 참관 아래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거가 사상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이 제헌의회는 이승만을 의장으로 선출하여 7월12일에 헌법을 제정하고 7월17일에 공포한 뒤 초대 대통령으로 이승만을, 초대 부통령으로 이시영을 각각 선출했다. 7월24일에 취임한 이승만 대통령은 초대 내각을 국무총리 이범석·외무장관 장택상·내무장관 윤치영·문교부장관 안호상 등으로 구성하고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수립을 선포했다.

1948년 8월13일 미국 정부는 ‘신(新)정부를 1947년 11월14일 국제연합 총회 결의에 의해 구성된 한국의 정부로 간주한다’는 공식성명을 발표해 승인했으며, 주한 미군사령관 하지 중장도 8월15일 미(美)군정이 폐지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 기능을 대한민국 정부에 이관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10월8일에 국제연합 한국임시위원단(UNTCOK)은 유엔 총회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파리에서 개최된 제3차 국제연합 총회는 12월12일 임시위원단의 보고서를 논의한 후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해 한국 정부의 정통성을 확인해 주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한반도 안에서 국토분단의 현실을 이어 가게 되었다. 하지만 위축된 현실을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민족의 위대함에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람에게 혼이 없으면 죽은 송장과 다를 게 없는데, 우리의 민족혼·민족정신의 핵심은 고조선의 홍익인간 정신이다. 고조선이 물려준 위대한 홍익인간의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날까지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고, 그래서 고조선은 우리에게 더욱 값진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반만년 전에 세운 나라가 국가와 민족과 역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세계사에 거의 유례가 없다.

단군조선은 신화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군조선은 신화가 아니라 홍익익간 이념을 바탕으로 아홉 개의 제후국을 거느리며 2000년을 영속했던 동아시아 최초의 제국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의 세종실록에는 ‘단군고기’가 실려 있는데, 여기에 “단군이 나라를 세우고 이름을 조선이라 하였으며, 단군이 통치하던 나라는 조선·시라·고례·남옥저·북옥저·동부여·북부여·예·맥 아홉 나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환국·배달국·조선의 7000년 역사가 전개된 한민족의 역사에서 단군조선이 문을 닫은 후 북부여를 필두로 한 열국 시대가 시작되었다. 열국 시대는 동북아시아 대륙과 한반도 전체를 통치하던 단군조선의 몰락으로 야기된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우리 한민족이 여럿으로 나뉘는 계기가 되었다. 북부여·남부여·남삼한 등으로 이루어진 열국 시대는 그 후 북부여를 계승한 고주몽의 고구려와 백제·신라·가야의 4국 시대를 거쳐 북쪽의 대진(발해)과 남쪽의 통일신라가 대치한 남북국시대로 이어졌으며 이후 고려·조선·대한민국으로 한국사의 국통이 이어져 오늘날 남북 분단시대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호에 ‘대한’이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은 고종 황제다. ‘조선왕조실록’ 1897년 10월11일자의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곧 삼한(三韓)의 땅인데 개국 초에 천명을 받고 하나의 나라로 통합되었으니 지금 천하의 호칭을 ‘대한’으로 정한다고 해서 안 될 것이 없다”고 하면서 앞으로 “모두 대한으로 쓰도록 하라”고 명한 바 있으며, 이틀 후 고종 황제는 원구단에서 하늘에 천체를 올리고 대한제국의 출범을 천하만방에 선포했다.

우리나라는 고조선시대에 초대 단군왕검이 나라를 진한(眞韓)·번한(番韓)·마한(馬韓)으로 나누어 다스려 본래 삼한이었으므로 그 ‘한’을 되살려 국호를 ‘대한’으로 정할 것을 명한 것이다. 19세기 말 고종 황제가 ‘조선’ 대신 ‘대한’이란 새로운 국호를 선포한 것은 우리나라가 고조선의 삼한을 계승한 자주 독립국임을 천명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민족은 압록강을 경계로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송대 이전의 중국 문헌에 의하면 고조선과 고구려 시대에는 하북성 남쪽 역수 유역을 경계로 중국과 국경을 마주했고, 북경 지역은 고조선과 고구려의 영토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논리적으로 보면 지금 중국의 수도 북경은 역사적으로 한국 영토의 일부였다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역사관을 바로 세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상고사 및 고대사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국가의 계보와 강역을 명확히 찾아내 정사를 편찬해야 한다. 그 후 사서의 내용을 국민에게 교육하고 세계에 홍보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가 체계 및 역사적 정통성을 명확히 알리고 국가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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