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軍예산계획안 봤더니… 한국 핵자강으로 미군 능력 저하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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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52쪽 분량 국방예산 증액 계획안 무엇 담겼나

“북중러·이란 ‘공격자 4축’ 공조에 대응책 의문”
美, 한국과 핵 공유·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제안
공화 간사 발표… 트럼프 당선 땐 현실화 가능성

허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30 12:50:22

▲ 미국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연방 상원의원이 29일(현지시간) 공개한 52쪽 분량의 국방예산 증액 계획안 ‘21세기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미국 공화당이 연방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예산증액 계획안에 미국이 한국과 핵 부담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핵능력을 공유하고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이 담겨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이 29일(현지시간) 공개한 52쪽 분량의 국방예산 증액 계획안에는 북한과 중국·러시아·이란이 협력하는 국제 안보 환경에서 미국의 국방 대응력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고뇌가 담겨 있다.

본지가 ‘21세기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제하의 계획안을 살펴본 결과, 공화당 계획안은 군비 지출의 비효율성과 현실적 버거움을 토로하며 각국의 자강론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우회적 대책을 염두에 두고 예산안을 짠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계획안 3쪽은 “북한과 중국·러시아·이란은 수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로 공조하고 있다”며 “이들의 협력은 무역과 경제 등 전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형태”라고 적성국 현황을 이해했다.

그러면서 “이(런 형태)는 미국의 해결력과, 미국으로부터 나오는 글로벌 힘의 균형을 앗아가려는 목적에서 전략적으로 결합하고 있다”고 의중을 파악했다.

계획안은 1~16쪽에서 적성국의 군사 공조 현황과 미국 예산 실태를 구체적으로 전하면서 북한과 중국·러시아·이란을 ‘공격자의 축(Axis Of Aggressors)’으로 표현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 시절 ‘악의 축(Axis of Evil)’의 상응하는 개념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 땐 이란·이라크·북한을 3축으로 규정했다.

계획안 9·10쪽은 재원 조달 문제에 봉착했다며 미군의 대응력 감소를 우려했다. 특히 “국방예산 중 현대화와 유지보수 부문은 ‘구매력의 죽음의 소용돌이(a buying power death spiral)’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 뒤 “매년 더 적은 비용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비효율성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계획안은 17쪽에서 “김정은은 미국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을 타격할 더 많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계속 만들고 있지만 즉각적인 외교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한반도에서 억지력을 잠식당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선 정기적인 한미 군사 훈련으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한반도에 지속적인 미군 주둔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That means maintaining readiness with regular U.S.-Republic of Korea (ROK) military exercises, keeping a persistent U.S. military presence on the Korean peninsula,)”고 제안했다.

또한 “한반도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도-태평양의 핵 공유 협정(을 한국이 참여하는 것)과 미군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같은 새로운 옵션을 모색하는 것도 포함한다(and exploring new options—such as nuclear-sharing agreements in the Indo-Pacific and redeployment of U.S. tactical nuclear weapons on the Korean peninsula—to bolster deterrence on the Korean peninsula)”고 기술했다.

계획안 33쪽은 “오늘날 핵 지형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며 △러시아의 핵무기 대량 생산 능력 △중국의 빠른 핵무기 확장과 이례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장 속도,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생산 능력 확대 △익히 알려진 이란의 핵무기 생산 위협 등 적성국의 핵무기 동향을 언급하면서 “북한은 더 향상된 미사일 기술들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는 데다 핵 보유고도 천천히 넓히고 있다(North Korea continues to develop more capable missile technologies and to grow, slowly, its nuclear arsenal)”고 다시 한번 주시했다.

이번 계획안은 카운트 파트너인 민주당에 현실적 고충을 토로하며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형태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전체 증액 규모는 550억 달러(약 75조 원)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선 채택 가능성이 없지만 올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다 예산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재임 시절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교감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위커 상원의원의 이번 예산 계획안에도 “1980년대 초부터 미군이 할당받은 전체 임무는 크게 증가했지만 군의 능력은 급격히 감소했다”며 “국방비 지출이 곤경에 빠져 점증하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재 탈러시로 신무기가 녹슬 판이라는 것이다.

계획안은 해법으로 “한국, 일본, 호주가 NATO와 맺어온 것처럼 미국과도 비슷하게 핵 부담을 분담하는 협정을 체결할 의지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라(Begin discussions with the Republic of Korea, Japan, and Australia to gauge their willingness to engage in a nuclear burden sharing arrangement with the U.S., similar to those existing with NATO allies)”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