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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대선을 앞둔 시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후보의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제보를 근거로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 국정조사,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전방위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허위 제보에 기반한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했다. 개혁신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여야 간 정국 긴장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8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조 대법원장이 억울하다면 특검에 당당히 출석해 조사받고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어 “왜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파기환송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처리했는지, 그 경위를 지금이라도 밝히라”며 “사법개혁의 불은 이미 당겨졌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동시에 특검 도입을 통한 진상 규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다만 “아직 당론으로 추진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신중론을 병행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내년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만료 이전에 내란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 존재한다”며 “사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특검과 전담재판부 설치 논의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 명령은 내란 재판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라는 것”이라며 “사법부가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법부 흔들기”라며 강력히 반격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 사냥은 대통령실과 여당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출처 불명의 제보를 들먹이고, 자기들끼리 만든 녹취를 내밀고, 대통령실과 총리는 놀란 척, 개딸은 좌표를 찍고 여론몰이를 시작한다. 결국 사냥은 그렇게 끝난다”며 “전형적인 정치 공작”이라고 맹비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허위 사실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공연히 유포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공작 정치의 전형”이라며 “이재명 정권은 사법부까지 장악해 독재를 완성하려는 망상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유죄 판결한 대법원장을 몰아내려는 집단 광기”라며 “날조된 제보자를 내세운 사법 흔들기는 총통 독재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까지 비판했다.
여기에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유튜브 음모론을 근거로 사법부 수장을 몰아내려는 시도는 ‘윤 어게인’과 다를 바 없다”며 “여권이 자신들만의 대안세계 속에서 ‘편향된 사법부’라는 진실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 지지자들이 ‘부정선거’라는 대안진실을 만든 것처럼, 여당 역시 자신들의 사법 리스크를 ‘편향된 대법원장’이라는 대안논리로 덮으려 한다”며 “위험한 망상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SNS를 통해 이번 사태를 “청담동 술자리 2판”이라고 규정하며 민주당을 직격했다. 그는 “극단적 친민주당 유튜버의 가짜뉴스를 국회에서 터뜨리는 구조가 지난 청담동 술자리 공작 때와 똑같다”며 “실패한 계엄처럼 대법원장 숙청도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대법원장 사퇴 시도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며 강경한 어조를 이어갔다.
정치권의 전방위 공세 속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하루 전 입장문을 내고 “한 전 총리 등과 대화하거나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법부가 스스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특검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여야 간 진실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독립 침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저스틴 김 미국 변호사(뉴욕주·워싱턴DC)는 “미국에서 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핵심 헌법 가치”라며 “연방 판사들의 종신 임기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하는 장치로,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선출직이 임명직보다 우위라는 위계 논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정치와 분리된 임명직 사법부가 있어야 권력이 균형을 이루고 헌정 질서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흔드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매우 정치적인 행위”라며 “사법부를 선출 권력이나 임명 권력의 줄 세우기 대상으로 삼는 것은 사법 재판의 당사자인 이재명 대통령 이해당사자를 위한 이율배반적 프레임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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