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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 이른바 ‘얼차려’를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지휘관 2명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병사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가 지켜야 할 최우선적 가치”라며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25일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강모(28·대위)씨에게 징역 5년 6개월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중대장 남모(26·중위)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에게 규정에 어긋나는 얼차려를 지시했다. 박모 훈련병이 무리한 훈련 도중 실신했지만,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사건 경위를 수사한 뒤 단순 부주의가 아닌 “위법한 군기 훈련에 따른 학대”로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닌 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는 지휘관의 훈련 방식 자체가 구조적으로 병사의 생명을 위협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강 대위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5년 6개월로 늘었다. 남 중위는 1심과 2심 모두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법리 판단에서도 1심과 2심은 차이가 있었다.
1심은 피고인들의 행위를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으로 봤지만, 2심은 피해자별로 구체적 가혹행위가 달랐다고 보아 ‘실체적 경합’(여러 범죄를 별도로 범한 경우)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중대장 강씨의 형량이 가중됐다.
피고인 측은 “군형법상 가혹행위와 형법상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학대 고의가 없었다”,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다”,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사의 기본권 보장과 지휘관 책임을 특히 강조했다. “징병제 하에서 병사들은 일정 기간 기본권을 제한받으면서 조국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청춘을 바친다”며 “국가는 이들의 생명과 육체를 지키는 것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명하복의 군 조직 유지나 특수임무 수행을 위해 일정한 기본권 제한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신체의 본질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군 지휘관들이 후진적 병영문화를 답습함으로써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망 사고를 초래했다”며 “이는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군 조직과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가가 병사들의 생명과 신체를 지켜줄 것이라는 사회적 기제를 정면으로 배반한 행위”라며 엄중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중대장 강씨는 징역 5년 6개월, 부중대장 남씨는 징역 3년을 각각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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