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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전 민주노총 간부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의 중대성을 지적하며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5일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54)씨에게 징역 9년 6개월과 자격정지 9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51)씨는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이 확정됐으며,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57)씨와 한 연맹 조직부장 신모(54)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석씨 등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 대남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의 지령을 받고, 노조 활동을 빙자해 간첩 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로 2023년 5월 기소됐다.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하고, 민주노총 내부에 비밀조직 ‘지사(支社)’를 설립해 조직원 포섭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국정원·경찰 합동수사 결과, 이들은 총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24건의 대북 보고문을 주고받았고 암호 문건 해독을 통해 활동 실체가 드러났다. 석씨가 보고한 정보에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계파·성향, 평택 미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의 군사시설 정보 등이 포함됐다. 일부 지령문에는 ‘반미·반일 분위기 고조’,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후 정부 규탄 여론 조성’ 등 정치적 혼란을 유도하라는 구체적 지시도 담겼다.
1심 재판부는 석씨에게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하며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김씨와 양씨에게도 각각 징역 7년과 5년을 선고했으나, 신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은 그러나 징역 9년 6개월과 자격정지 9년 6개월로 감형했다. 1심에서 각각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던 김모씨와 양모씨는 각각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신씨는 1, 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강원지사’라는 지하 비밀조직의 실체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특정 다수 인원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위계질서와 통솔체계를 갖춘 조직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1심이 인정했던 ‘강원지사 실체’는 증거 불충분으로 배척됐다. 이 부분이 석씨의 형량이 줄어든 핵심 사유였다.
이와 별개로 재판부는 석씨 개인의 범행 자체는 매우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석씨가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고 미군기지 군사정보를 수집하거나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동향을 보고한 사실은 명백하다”며 “이는 단순히 민주노총 내부에서 일어난 개인의 일탈 행위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반국가단체를 실질적으로 이롭게 하고 우리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기간이 장기간에 걸쳤고 수법이 은밀하고 치밀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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