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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는 늘 세상을 통제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엘런 랭어가 말했듯 ‘통제의 착각’은 인간이 가장 쉽게 빠지는 자기기만이다. 권력을 한 번 쥔 사람은 그 달콤함을 잊지 못한다. 이미 손에서 떨어져 나갔는데도 세상을 흔들 수 있다고 믿는다. 현실은 달라졌는데 마음은 과거의 환상에 머문다.
지난달 2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보석 심문 발언은 그 착각의 생생한 증거다. 그는 “1.8평 독방에서 서바이브하기 어렵다”며 “강력범도 아닌데 구속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스로를 피고인이 아니라 ‘억울한 통치자’로 인식한 것이다. 법정은 권력의 연장선이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대통령 시절 ‘특권의 자리’에 서 있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를 바라보는 특검의 시각은 확연히 달랐다. 내란 관련 문건 폐기와 수사 방해, 위헌적 통치 행위는 개인의 ‘선의’나 ‘오판’이 아니라 의도된 권력 남용이라는 것이다. 헌법을 지켜야 할 자가 법 위에서 행동한 순간 그것은 통치가 아니라 범죄가 된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을 기소할 사안이냐”고 반문했다. 자신이 국가의 주체이고 법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 믿는 듯하다. 하지만 바로 그 믿음이 ‘권력의 착각’이다.
미국 심리학자 대커 켈트너는 저서 '권력의 역설'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감 능력과 자기 조절 기능이 마비되어 이기적 행동과 부적절한 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윤 전 대통령의 언행은 이 경고의 교본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사법 절차를 정치 보복으로 말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든 제도를 본인만큼은 예외라 믿는 것, 그게 권력 중독자의 비극인 것이다.
문제는 그 대가를 국민이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 이른바 ‘3대 특검’이 석 달 만에 쓴 예산은 100억 원에 육박했다. 특검의 수사비용은 단순한 행정비가 아니다. 권력자의 착각을 사회가 수습하기 위해 치르는 사회적 정화비용이다. 잘못된 통치의 후유증을 청소하느라 아까운 세금이 새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윤 전 대통령은 “보석이 허가되면 운동도 하고 당뇨식도 챙기며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그 발언은 권력 중독자의 정신 나간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법정에서조차 국민은 보이지 않고 오직 자신의 불편함만 이야기했다. 그 장면은 이 사람이 과연 대통령으로서 더 나아가 검찰총장으로서 공정과 책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었던 인물이었는지 의문을 던지게 했다.
권력의 자리에서 국민의 뜻을 외면한 대가를 감옥의 벽 안에서도 타인 탓으로 돌린다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책이다. 국민은 묻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전직 대통령의 착각’을 세금으로 정리해야 하냐고. 대통령의 권한은 국민이 위임한 것이지 신의 권능이 아니다. 그 권한을 사유화한 자가 법의 심판대에 서는 건 정상이다.
‘서바이브하기 어렵다’는 그의 하소연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대한민국을 설명하는 문장일지도 모른다. 권력자의 오판으로 생긴 혼란과 분열 속에서 살아남기 힘든 건 정작 일반 국민이다. 국민이 그에게 듣고 싶은 말은 “내가 저지른 사회적 피해에 조속히 책임지겠다”는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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