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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사고가 많다”는 막연한 추측을 넘어, 최근 국내 연구에서 한파와 강설이 실제로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사고발생률을 끌어올리고 궁극적으로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눈·빙판길이 늘어난 우리나라 겨울이 자동차보험 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보험연구원은 2000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의 기상청·보험통계를 분석한 ‘폭설·한파 등 기후변화의 자동차보험에 대한 영향’ 보고서를 10일 발간하고, 겨울철 강설 일수와 한파 일수가 늘어난 흐름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간의 상관관계를 제시했다. 2012년 이후 우리나라는 자동차의 일평균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도 겨울철 기후변화는 손해율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이 기상청 2025년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통계에 따르면 2000~2011년 사이 겨울철(1분기와 4분기) 강설일수는 1분기 평균 15.0일, 4분기 7.8이었지만 2012~2023년에는 각각 15.9일, 9.9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한파 일수도 1분기 평균 2.3일에서 2.8일로, 4분기는 0.8일에서 1.5일로 증가했다. 눈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 12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아진 것이다.
이 변화는 실제 사고와 손해율에 그대로 반영된다. 보험연구원이 보험개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물배상 사고 발생률은 강설·한파가 집중된 1분기에 2000~2011년 평균 11.9%에서 2012년 이후 12.7%로, 4분기는 13.2%에서 14.1%로 높아졌다. 대인배상·자기차량손해는 계절별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차량 간 충돌과 파손을 보상하는 대물배상은 겨울 기후 영향이 두드러졌다.
겨울 위험을 요율에 반영하는 제도·관행은 해외가 한발 앞서 있다. 유럽 주요국은 기후·도로 사정을 반영해 윈터타이어·체인 장착을 의무화하거나 강력 권고하고 이를 교통 법규와 보험료에 연계한다. 프랑스는 2021년부터 알프스 등 일부 지역에서 11월~3월 윈터타이어 또는 동등 장비를 법으로 의무화했고, 독일은 2010년 개정 도로교통규정으로 블랙아이스·빙판 상황에서 겨울용 타이어 미장착 시 벌금과 벌점을 부과한다. 캐나다는 2016년부터 겨울용 타이어 장착 차량에 2~5% 자동차보험료 할인을 의무 제공하도록 했고, 미국도 눈이 많은 지역일수록 기본 보험료가 높게 책정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강설·한파에 따른 노면 결빙 사고가 반복돼도 윈터타이어 장착 의무 규정이 없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2조가 폭우·폭설·안개 시 감속 운전과 적설량에 따른 제한속도 조정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사고 책임을 따질 때도 윈터타이어 장착 여부보다는 빙판길 감속, 안전거리 확보 등 운전자 주의의무 위반이 과실비율의 핵심 기준이 된다.
보험사들이 겨울 위험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부 손해보험사는 개인 승용차 4개 바퀴 모두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면 자동차보험료 5%를 할인하는 윈터타이어 특약을 운용한다. 그러나 법적 의무가 아닌 선택형 특약에 그쳐 가입률이 낮고, 과실비율 산정과도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빙판길 사고가 나면 ‘기상 악화’를 주장하는 운전자와 ‘주의의무 위반’을 내세우는 보험사 간 분쟁이 반복되고 결과적으로 손해율·보험료 부담이 쌓이는 구조가 유지된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사고 위험이 커지는 만큼 이를 관리할 선별적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상업용·대형·친환경차, 강설 빈도 높은 지역부터 윈터타이어 장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이를 보험료·과실비율과 연동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도로교통법상 운전자 주의의무(제48조)에 겨울철 장비, 속도·차간거리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 눈·빙판길 사고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보험료 상승 압력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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