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많이 팔아야 창업실패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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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많이 팔아야 창업실패 줄인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김인희 기자페이지 + 입력 2015-01-26 00:03:11

창업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해 창업에 뛰어들면서 창업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신설법인 세부동향’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신설법인은 꾸준히 증가했다. 신설법인의 수는 2012년 6만8378개, 2013년 6만8893개, 2014년 7만6808개였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11.5%(7915개)가 증가했다.

창업시장이 확대되고 기대감은 커졌지만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로 전반적으로 고객들의 소비가 줄어들어 창업자들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게다가 수시로 창업 트렌드가 변해가면서 예비창업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창업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기자가 상권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되는 것은 구역마다 특성은 다르지만 업종과 창업 콘셉트는 유행을 따라간다는 점이다.

술집의 경우, 2012년 셀프 형태의 ‘창고’식 맥주집이 유행했다. 얼마 되지 않아 2013년에는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가 술집 창업의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 이어 2014년에는 감자튀김과 같은 저렴한 안주와 맥주를 판매하는 ‘스몰비어’가 유행했다. 이렇게 하나의 업종 내에서도 트렌드 주기가 약 1년 간격으로 짧아졌다.

취재 중 상인들은 이런 변화를 피부로 느낀다고 전했다. 노량진에서 호프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한 가게가 잘 된다고 따라서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 1년도 채 되지 않고 가게를 내놓는 걸 자주 봤다”며 “상권 전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경쟁력이 없으면 문을 닫는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6호선 안암역 인근 ‘참살이길’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한 상인은 “최근 몇 년 간 1~2년 간격으로 업종이 자주 바뀌고 있다”며 “외부에서 창업자들이 수익 전망에 기대하며 모여들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전체적 분위기는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트렌드를 따라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고정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고정비용은 생산량의 변동에 관계없이 불변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으로 임대료, 광고 선전비, 인건비 등이다. 수시로 업종을 바꾸다보면 고정비용을 회수하기도 전에 또 고정비용 많이 드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중장년층의 창업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창업 도전이 제 2의 인생이니 만큼 창업에 신중해야 한다. 창업 준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료 수집이 아니라 직접 뛰어다니며 보고 느끼는 시장 조사다.

부동산과 인터넷을 통해서는 입지조건과 고객들의 특성이 어떤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부동산에서 추천하는 상권이란 것이 대부분 매물을 팔기 위한 목적이다. 따라서 특정 구역 에서 팔려고 내놓은 점포가 많다면 그곳 상권 분위기가 어떤지 의심해야 한다. 매출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력이 오래된 베테랑 상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예비창업자들은 좋은 점만 듣고 나쁜 점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낙관적으로만 보고 가게를 차렸다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다 결국 문을 닫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 좋은 점, 나쁜 점에 귀를 기울여 발품을 많이 팔아 현장을 점검한 뒤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이 창업의 첫 걸음이다. 창업이 생계형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김인희 i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