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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승리를 거두고 시리자의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총리직에 올랐다. 이들은 선거 당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이 불합리하다며 채권단에게 채무의 절반을 탕감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공약했고 이에 그리스 국민들은 환호했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총리직에 오른 치프라스는 긴축재정을 펼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다. 빚을 진 그리스가 이토록 채권단에 강경하게 나갈 수 있었던 까닭은 유럽국가들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이른바 ‘그렉시트’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로화의 안정을 추구하는 EU 측의 빈틈을 그리스 정부가 공략한 것이다. 그렉시트를 막으려는 EU 및 채권단과 부채를 탕감해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그리스 당국과의 줄다리기가 무려 6개월가량 지속됐으나 진행된 내용은 없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제의한 구제금융 5개월 연장안을 거부하고 국민투표를 실시해 채권단 요구 수용방안을 결정짓기로 하면서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현지시간으로 28일(우리나라 시간으로 29일 새벽) 치프라스 총리는 은행영업을 일시 중단하고 예금인출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기한은 오는 5일 국민투표까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상 그리스의 디폴트가 예상되고 더 나아가 그렉시트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에 미치게 될 파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스카이데일리가 그리스 사태를 맞아 그 원인과 배경 및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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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정부가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이 결렬되고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조언을 거부하면서 그리스는 디폴트 우려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그리스는 채권단의 구제금융에 찬성하고 유로존 탈퇴에 반대하는 여론이 주를 이룬 가운데 내달 5일 열리게 될 국민투표에서 최종 그리스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천문학적 빚폭탄을 자폭장치로 삼는 그렉시트(유로존 탈퇴)가 현실화 될 수도 있어 채권국을 중심으로 유로존 국가들이 초긴장 국면에 들어갔다. 사진은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그리스대사관저의 모습 [사진=박미나기자] ⓒ스카이데일리
그리스 정부가 은행영업을 중단하고 예금인출을 제한함에 따라 사실상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점쳐지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27일 국제 채권단의 구제 금융안을 수용할 지 여부를 내달 5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은행영업 중단 및 예금인출 제한 조치까지 내 놓자 이 같은 분석이 줄을 잇게 된 것이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과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Greece와 Exit의 합성어)’가 현실화 될 것인지에 대해 국제적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국내에서는 이번 그리스 사태가 우리나라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채권단 “구제금융 5개월 연장”…치프라스, 국민투표 결정 後 “기회 달라”
이번 치프라스 총리의 은행영업 중단 조치는 그리스 당국의 선택에서 비롯됐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에 제의한 구제금융 5개월 연장안을 그리스 측이 거부하고 국민투표 실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 ⓒ스카이데일리
이에 그리스 국민들은 은행과 현금자동인출기(ATM)로 달려갔다. 하루 만에 그리스 내 30%에 달하는 ATM기의 현금이 바닥나는 등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자 당국이 은행의 자본을 지켜야 한다며 은행영업제한 조치와 예금 인출 제한 조치를 펼친 것이다.
그리스 당국이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이 같은 조언을 무시하고 국민투표를 강행한데에는 정치적 배경이 깔려있다. 지난 1월 시리자의 총선 승리를 이끌고 총리직에 오른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의 채무 탕감과 긴축을 거부할 것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오는 30일 종료된다. 이 날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이후 그리스는 지속적인 자금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내달 10일 20억유로 상당의 국채상환 만기일이 다가오며, 내달 20일과 8월 20일 등 한 달 간격을 두고 ECB에 지불해야만 하는 금액도 무려 8조원(약 67억유로)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그리스 당국이 채권단의 구제금융 5개월 연장조치를 즉각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국민투표에 부친 까닭은 채권단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채권단은 저소득층 보조연금 삭감, 호텔·외식업 소비세 10%포인트 상향조정, 도서지역 소비세 감면 철폐 등이다. 하지만 그리스 측은 저소득층 복지와 관광업계 세금은 절대 올릴 수 없다는 방침이다. 현행 제도와 감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 ⓒ스카이데일리
대신 내년 순이익 50억유로 이상 기업 등에 대해 12%에 달하는 ‘일회성 법인세’를 부과하고 법인세율을 3%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맞선 상황이다. 이에 채권단 측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일회성 법인세는 반대하고 또 법인세율 역시 2%포인트 수준에서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지 여론조사 기관 등이 그리스 국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리스 국민들의 다수는 채권단의 구제 금융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일간지 포토테마는 설문조사 기관 알코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7%의 응답자가 구제 금융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국민들의 다수가 그리스의 디폴트와 그렉시트를 염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그리스 국민들은 유로존에 남아있기를 희망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번 국민투표 결정은 국민들의 뜻이라기보다 그리스 정부 당국의 정치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디폴트·그렉시트 그리스 발 ‘수출타격’ 위기감 도래…증권가 “영향 미비할 것”
국내 산업계 전반은 이번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에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교역규모가 크지 않은 그리스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 발 위기가 유럽 전체에 영향을 끼쳐 국내 수출에도 먹구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對그리스 교역규모는 전체 교역액의 0.13% 수준이었다. 수출액은 0.2%(10억4866만달러), 수입액은 0.1%(4억1143만달러) 수준이었다. 그리스와의 무역에서 우리나라는 선박 수출 등으로 약 6억3723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 중이다.
▲ 자료: OECD ⓒ스카이데일리
무역협회 관계자는 “그리스 수출액 중 선박이 70%에 이를 정도로 그리스와의 교역 규모는 규모도 작고 단조롭다”며 “오히려 점차 그 규모가 작아지는 추세라 그리스의 경제위기가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 역시 이번 그리스 사태를 지켜보며 그리스가 아닌 유럽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그렉시트를 불러오고 또 그렉시트가 유럽 전체의 경기가 부진해진다면 국내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그리스에서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의 對EU 수출은 전년 대비 1.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경연은 그렉시트까지 발생할 경우 對EU 수출은 7.3%포인트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가 이번 그리스 사태의 추이를 유심 있게 지켜보는 까닭이다.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을 비롯한 정부 주요 경제관련단체 등이 그리스 문제를 심도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디폴트의 가능성은 높지만 그렉시트의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며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산업계 전반은 그리스 사태를 유심있게 지켜보는 중이다. 그리스가 디폴트는 물론 그렉시트까지 발생한다면 유럽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줘 국내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가는 이번 사태로 디폴트는 피할 수 없겠지만 그렉시트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디폴트 역시 내달 5일 실시될 국민투표로 인해 채무상환이 늦어져 어쩔 수 없지만 이내 곧 구제금융이 실시된다면 곧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그리스 대사관이 위치한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스카이데일리
증권업계는 잇따라 분석보고서를 내면서 “협상안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하면 그리스는 부채 상환 지연으로 디폴트에 빠질 우려는 있으나 유로존 잔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며 “향후 구제금융이 본격적으로 실시된다면 그리스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 갈 것이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결정되자 그리스 국민들이 잇따라 예금을 찾으려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유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며 “이것만 봐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다. 향후 국민투표 및 구제금융 과정에서 우리가 염려할만한 최악의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 상승세의 국내 주식시장은 그리스 사태의 영향으로 급락했다.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자 외국인들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모두 매도세를 보인 것이다. 29일(오늘) 장중 한 때 코시피는 최대 35포인트, 코스닥은 최대 26포인트까지 떨어졌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2090.26) 대비 29.77포인트(1.42%) 내린 2060.49에 마감됐다. 거래량은 4억9927만4000주, 거래대금은 6조1423억3200만원이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925억원과 216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1081억원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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