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이성우 칼럼리스트
순환의 다른 말은 반복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표현도 역사가 순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같은 순환을 한눈에 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일생보다 길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는 지나간 긴 과거만을 보고 이를 가늠할 뿐이다.
계절도 반복이다. 이 변화는 1년 주기로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 모두 쉽게 인지할 수 있고 예년과의 비교도 가능하다. 가령 “지난해 여름은 무척 더웠는데 올해는 시원하다”, “3년 전 겨울에는 눈이 엄청 왔는데 올해는 눈 구경하기 힘들다”와 같이 말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짧은 순환이 있다. 낮과 밤이다. 하루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과정이므로 오히려 잊고 살 정도다. 매일의 낮과 밤의 길이는 다르다. 지구의 공전에 따라 여름에는 낮이 길고 겨울에는 밤이 길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렇다면 사람의 인생에도 반복이 있는 걸까. 자연만물이 순환하고 동일한 현상이 반복된다면 사람의 인생에도 적용이 될법하다. 하지만 확인할 수 없다. 아직 인간의 수명이 120년에 달하지 못해 60년 주기의 반복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간접적으로 유추는 가능하다. 명리학에서 말하는 음양오행의 ‘사주팔자’를 통해서다. 만약 인간의 수명이 100세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면 60년 주기로 전·후를 나누어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비교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심코 보내는 일상을 잘 살펴봐야 한다. 과거는 우리를 현재로 밀어냈으며 미래는 현재의 우리를 이끌고 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다. 미래를 내가 원하는 대로 설계하고 구현하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어떤 이들은 미리 정해진 절대적인 운명은 없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며 미래를 개척하라고 한다. 하지만 방법이 막연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과거를 되돌아보면 방법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생활 속에 반복되는 현상의 대표적인 것이 습관이다. 습관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하기 일쑤다. 습관을 바꾸는 3단계가 있다.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돼야 한다. 결국 변화의 첫걸음은 변화다. 이어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결심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행동을 취해야 한다. 한두 번으로 끝내지 않고 일정기간 반복함으로써 습관화해야 한다.
기업의 경우 생각의 변화는 새로운 전략으로 설명 가능하다. 행동은 전략을 실행하는 프로세스 변화다. 이것이 정착되면 습관은 그 기업의 고유문화로 자리매김해 새로운 변화를 완성한다. 이윽고 조직 속에 내재화된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환갑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람이 태어나 60년이 되면 60갑자를 한바퀴 돌아, 자신이 태어났던 해의 60갑자를 맞이한다. 60갑자는 갑자을축으로 시작해 계해로 끝나는 순환고리를 갖고있다. 마치 시간의 60진법과 같이 60번마다 새롭게 바뀌고 또 다른 60진법이 시작된다.
이것이 6번 반복하면 360년이 되고 360이 6번 반복되면 2160년이 되는 순환이다. 시간 주기를 축소해 보면 60개월, 60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순환이다. 중요한 것은 60갑자의 순환에는 상생·상극과 서로 합하고 충돌하는 자연현상들이 포함돼있어 이 원리를 이해하면 만물의 이치를 파악하기 쉽다.
예를 들어 60의 절반인 30이 되면 음·양의 교대와 같이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60을 5로 나누면 12개의 묶음이 나오고 12개를 하나의 기본으로 하는 작은 순환사이클도 등장한다. 자세한 내용은 향후 소개될 칼럼을 통해 차례로 설명할 계획이다.
60년을 5년 단위로 나누면 12개가 된다. 이를 1년 12개월로 매치시키면서 60년을 1년으로 시간 전환을 할 수 있다. 15년이 하나의 계절이 된다. 이 경우 1년 4계절의 변화에 맞춰 60년을 해석할 수 있다.
지구에서 계절의 변화가 생기는 원인은 태양의 변화 때문이다. 계절은 태양 빛의 세기와 태양빛에 노출되는 시간의 함수로 설명할 수 있다. 태양 빛이 우리에 90도 직각으로 쏘일 때 가장 강한 복사열을 받게 된다.
비스듬히 비출수록 빛의 세기가 약해진다. 하루 중 남중태양이 정남쪽에 위치하는 시각에 직각으로 비추게 된다. 또한, 태양빛의 노출시간에 따른 낮과 밤의 길이는 춘·추분에 같아지고 하지에는 낮이 가장 길며, 동지에는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
동양에서는 빛의 세기가 강해지고 약해지는 것을 음양으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빛이 가장 짧은 동지를 음이 가장 성한 시기로 보고 빛이 가장 긴 하지를 양이 극한에 이른 시기로 본다.
옛날 선조들은 문명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지만 꾸준한 관찰활동을 통해 자연의 섭리를 깨우쳤다. 또 이를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달했다. 주역이다. 주역은 고전을 통해 원리를 이해하고 표현하고 있으며 8가지 괘들의 상하의 조합을 64(8x8)가지 괘를 통해 3차원 공간 더하기 시간의 흐름을 포함한 시공간의 변화를 설명해주는 훌륭한 지식보고서다. 이 주역 64괘의 우수성은 우주만물의 순환원리와 이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다.
이를 바탕으로 주역에서는 64개의 괘 중 음양과 2종류에 6개의 변화를 반영한 12가지 변화모습과 12개월을 접목해 설명하고 있다. 음이 극에 달하는 동지가 있는 12월로부터 해가 차츰 길어지게 되고 양이 하나씩 증가하므로 1월, 2월로 진행하고 6월이면 양이 가장 강하고 이어 교대로 음이 하나씩 증가함으로 점차 양이 물러나고 음이 등장하는 순환을 묘사하고 있다.
월별 변화를 절기와 같이 비교하고 이를 기업에 상징하는 특정 활동에 대해 월별특징과 함께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봄 - 태동기
3월: 경칩·춘분(지천태(泰)), 새로운 도약
4월: 청명·곡우(뇌천대장(大壯)), 사기충천 Go Go Sing
5월: 입하·소만(택천쾌(夬)), 경영진을 양성하자
여름 - 성장기
6월: 망종·하지(중천건(乾)), 궤도이탈방지 비전을 재점검하자
7월: 소서·대서(천풍구(姤)), 무한 성장은 없다 완급 조절 필요함
8월: 입추·처서천산둔遯), 현실을 직시하자
가을 - 성숙기
9월: 백로·추분(천지비(否)), 호시절은 지나간다 변화를 감지하자
10월: 한로·상강(풍지관(觀)),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야하나
11월: 입동·소설(산지박(剝)), 시련을 극복하자
겨울 - 준비기
12월: 대설·동지(중지곤(坤)), 재도약을 위한 움츠림
1월: 소한·대한(지뢰복(復)), 이제 시작이다
2월: 입춘·우수(지택림(臨),경영의 틀을 갖추자
기업경영도 순환주기 관점에서 보면 위와 같이 12단계를 거치게 된다. 길게보면 기업의 전체 60주년 주기수명이 되고 짧게 보면 제품의 수명 주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위에서 서로 충돌하는 것을 언급했는데 12단계의 순환과정에서 어느 하나를 기준으로 해 6번째 단계가 바로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는 충돌단계다.
예를 들어 5월은 뭔가 새로운 것이 시작돼 앞으로 잘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기다. 그러나 11월은 기존의 것들 중 불필요한 것들을 떨궈내야 하는 반대의 시기가 된다. 6월도 양의 기운이 극대화 된 시기로 거침없이 성장하지만 6번째 뒤엔 12월로서 움츠려드는 단계가 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역을 공부하였고 나름대로 괘별 설명과 각효별 설명을 다양한 방면에 적용해 왔다. 그러나 필자도 처음 접하면서 어려웠던 부문이 한자의 고전적 해석이다. 읽기도 힘들었고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5000년 전에 만들어졌고 전국시대·송나라 시대 등을 거치면서 오늘날까지 보완돼 왔지만 엄연히 과거기준으로 설명됐지 현대식 해석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기업경영에 적용한 사례들을 보면 괘 자체의 의미해석에 충실한 후 이를 기업경영의 한두 사례와 비교해 소개를 하다보니 경영현상들에 대한 스냅샷처럼 단편적인 부분만을 설명하고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필자는 64괘의 사전적 정의와 해석보다는 각 괘상들이 나타내는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자연현상 및 기업경영 현상과 비교해 경영의 다양한 변화를 64가지 괘와 접목하고 인관관계에 따른 순환원리를 파악해 단순히 현재의 상황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을 위해 어떤 일들이 사전 준비돼야 하는지 안내하고자 한다.
마치 한방에서 병의 근본원인을 처방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경영의 현상들을 진단하고 근본원인을 찾아내 변화를 통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혁신방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다뤘고 이를 위해서 현상의 인과관계를 세분화시켜 원인을 찾아 들어가는 서구식 경영에다, 전체를 보면서 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해 새로운 경영기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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