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은 보험설계사…文 고용보험 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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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점포 통·폐합 및 구조조정 등 몸집 줄여…고용보험 여부 두고 찬반 뜨거워

하보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5-22 13:33:54

▲ 문재인 대통령 ⓒ스카이데일리

새 보험회계기준 IFRS17 기준서가 발표된 가운데 자본 확충이 시급한 보험사들이 점포 통·폐합 등에 나서고 있다. 이에 보험설계사들의 설 자리가 더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고용보험 의무화 공약이 오히려 보험설계사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기존 원가로 평가하던 보험부채(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주기 위해 마련하는 준비금)를 2021년부터는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IFRS17 기준서를 발표했다.

바뀐 기준에 따라 보험사들은 고객에게 보험금으로 돌려주기 위해 쌓아야 할 적립금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과거 고금리 확정금리형 장기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했던 생명보험사들의 부채 부담은 손해보험사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생보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자본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자본 확충 및 비용 감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급여력비율(RBC)이 금융감독원 권고 수준인 150%를 하회하는 흥국생명, KDB생명은 최근 점포 통·폐합 및 구조조정 등에 나서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흥국생명의 올해 1분기 기준 RBC비율은 148.5%다. 이에 흥국생명은 현재 전속채널 140개 지점을 80개로 축소·재편할 예정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통·폐합 지점의 지점장들은 사업가형 지점장(계약직)이기 때문에 계약해지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DB생명도 임원·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미 지난 2013년 211개이던 점포가 지난해 136개로 줄어들었고 ING생명은 같은 시기 119개에서 94개로 축소됐다. 손보업계 중 메리츠화재도 지난해 7월 221개 본부를 대형 점포 120개로 통·폐합 한 바 있다.

▲ 흥국생명(사진 왼쪽)과 ING생명 ⓒ스카이데일리

보험업계가 몸집을 줄여가면서 설계사들도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1년 말 기준 22만8205명이던 전속설계사는 지난해 말 기준 19만3144명으로 15.4%(3만5061명)나 줄었다. IFRS17 도입 준비와 함께 비대면 채널이 계속 확대되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방안을 두고 오히려 설계사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보험설계사를 포함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공략을 내놓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뒤 일부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는 “보험설계사도 근로자의 한 사람으로서 보호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험사에서 IFRS17 도입을 앞두고 몸집 줄이기, 자본 확충 등에 나선 시점에서 만일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오히려 보험 조직을 더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는 “고용보험이 의무화되면 보험사 측에서 설계사 인원을 줄여 오히려 일자리를 잃게 될까봐 걱정이다”며 “특히 근로소득에 따라 세금까지 내게 되면, 일부 고소득 설계사를 제외한 나머지 설계사들은 생계도 힘겨워 질 것이다”는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마다 고용보험 의무화에 대한 생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며 “고용보험 의무화가 설계사들의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는지 적절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보연 기자 beh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